'소리도 없이' 후기 - 기묘한 톤에 스리슬쩍 매혹된다
<소리도 없이> 보고 왔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굉장히 다른 결을 가진 영화네요.
포스터만 봐선 뜻하지 않게 범죄에 휘말린 일당의 한바탕의 소동극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 결과물은 그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방향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영화적 재미를 가져다 주었어요.
천편일률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이렇게 기묘한 톤을 가진 장르 영화(일반적인 장르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지만)여서 스리슬쩍 매혹되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오래된 우화인 '별주부전'에서 일부 설정에 모티브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영화를 볼 땐 아이가 처음 등장할 때 왜 굳이 토끼 가면을 쓰고 있나 의문이 들었는데 별주부전에 대한 인터뷰를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탁월한 이미지 차용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전체적으로 이 토끼 가면 같은 상징이나 배우의 연기 또는 경쾌한 음악 등으로 선과 악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희석시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이 갖고 있던 어떠한 기준이나 편견은 내려두고 온전히 영화 속 세계에 집중케 한다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끔찍하고 극적인 사건의 속성을 굳이 연출로 강조하려고 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고 몰입도가 올라갔습니다.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고, 그 방법도 꽤나 적절했다고 느껴져요. 색다르기도 했구요.
더불어 배우의 연기 역시 정말 좋았는데요.
특히 유아인 배우와 문승아 배우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네요.
영화 내내 정말 '소리도 없이' 연기한 유아인 배우는, <버닝>에 이어서 얼마나 자기 자신이 몸을 잘 쓰는 배우인지를 다시 한번 입증합니다.
대사 하나 없어도 화면 안에 스리슬쩍 녹아드는 모습, 그리고 다른 배우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웠어요.
<베테랑>, <사도> 전에는 발성이 좀 과한 느낌이라 말을 좀 덜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예 입을 다무는 연기는 정말 신선했습니다.
뭐 이젠 발성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완전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더불어 사건의 중심 인물인 납치된 소녀 역을 맡은 문승아 배우는, 정말 오랜만에 아역 배우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상 별주부전의 '토끼'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배우의 연기는 도저히 아역 배우의 연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고, 치밀한 모습이었습니다.
두 배우가 어느 시점부터는 극을 이끌어가는데 훌륭한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잘나가다가 결말 즈음에서 뭔가 띵 하는데
좋으셨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겐 뭔가 뒷처리를 덜한 느낌이라....살짝 아쉬웠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올해 나온 가장 인상 깊은 한국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랍고, 그래서 감독님의 차기작을 하루 빨리 보고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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