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수위아저씨의 리뷰쓰기 강좌

수위아저씨
2380 41 6

몇 년 전에 저는 주제 넘게도 '수위아저씨의 글쓰기 강좌'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익무 어딘가에 있습니다만 어딘지는 안 알려줄겁니다). 글밥 먹으며 사는 입장에서 제가 배운 지식을 조금이라도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 올린 글이었습니다. 사실 글쓰기 강좌는 그 글에서 다 끝났습니다.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은 '글'이 아닌 '리뷰' 쓰기입니다. 이것은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제가 리뷰를 쓸 때 이렇게 쓴다는 취지입니다. 때문에 이것은 온전한 정답이 아니고 그저 '제안'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가볍게 참고하셔서 본인만의 리뷰쓰기 원칙을 확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려보는 글입니다. 

 

그럼에도 제목에 '강좌'라는 단어를 붙인 것인...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입니다. ...쉽게 말해 어그로 끄는 셈이죠. 

 


1. 영화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 모든 영화가 그렇진 않겠지만 한 편의 영화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이것은 설령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라도 관객이 겪고 있는 시대성이나 영화 속 배경, 감독의 삶이 반영되면서 나타난 정보들이죠. 어떤 관객은 이 정보를 조합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것을 소위 '해석'이라고 부르죠. 해석을 하며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겠다고 덤비면 자칫 산으로 가는 해석이 나오기 쉽죠. 실제로 많은 유튜버들이 '완전 해석'이랍시고 내놓는 썰들은 대부분 산으로 가버린 이야기입니다. 

 

- 그렇다면 관객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그 많은 정보를 모두 습득해야 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영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정보입니다. 잘 만든 영화라면 하나의 정보는 모든 정보와 그물처럼 얽힐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쓴 '미드소마' 리뷰의 경우 공간의 이질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거기서 리뷰를 시작했습니다. 굳이 공간의 이질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미드소마'는 그것이 아니어도 이야기를 시작할 꺼리는 아주 많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기생충'을 쓸 때도 마케팅 단계에서 언급한 몇 가지 키워드로 시작했습니다. '가족희비극', 부자와 가난한 가족 등이죠. 난해하다 싶으면 쉽게 풀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한 가지 콕 박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것을 물고 늘어지면 영화를 풀어 쓰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2. 메모하는 버릇은 좋다

 

- 실제로 언론시사회를 가보면 영화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메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메모를 하진 않습니다만 그런 버릇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취재의 연장선상으로 영화보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를 즐기려는 입장이라면 이는 다소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난해한 영화를 볼 때나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잘 써보고 싶다"고 한다면 메모를 하는 버릇은 필요합니다. 

 

- 여담이지만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언급돼야 할 정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최근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쓰면서도 마지막 장면을 바탕으로 미국 근현대사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바람에 지리와 역사적 정보가 필요해서 영화를 다시 돌려 봤습니다. 실제로 영화 글을 제대로 쓰는 사람은 같은 영화를 몇 번씩 봅니다. N차를 한다면 이런 작업은 더 쉬워질거라 생각합니다. 

 

 

3. 글의 시작은 환기, 끝은 요약

 

- 이것은 제 글쓰기 버릇이기도 합니다만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 꽤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도입부입니다. 소위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지"라는 고민이죠. 저는 글을 시작할 때 본문과 상관은 있지만 다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분명 제목에서 어떤 영화에 대한 리뷰로 알고 들어왔겠지만 전혀 딴소리를 시작하니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 새끼는 뭔 소리를 하는거지?"라는 호기심을 만들다가 점차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는 셈이죠(가끔은 아예 영화와 상관없는 영화이야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환기를 하는 이 도입부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제 글의 경우에는 재미가 없을때도 많습니다). 때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도입부에서 어그로를 끌겠다". ...도입부는 어그로를 끌어야 합니다. 

 

- 글의 주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쓰는 사람의 자유입니다. 시작할 때 나와도 좋고 끝에 나와도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주로 끝에 두려고 합니다만 사실 정리가 안됩니다(리뷰 쓸 때 번호를 붙이는 이유도 정리가 안돼서 붙인 겁니다). 그래서 사실 제 리뷰는 마지막만 읽으면 됩니다. 제 감상은 거기에 들어있죠. 그리고 조금 똘똘하게 쓴다면 서두에서 쓴 환기가 마지막에서 영화와 만나는 것도 좋습니다. 수미쌍관까지는 아니어도 시작할 때 던진 퍼즐이 마지막에 영화와 이어지는 셈이죠. 이렇게 쓰면 꽤 똑똑해 보일 수 있습니다. 

 

 

4. 영화마다 태도는 달라야

 

- 제가 한창 영화 글쓰기에 빠져있던 학창시절에는 소위 '해석하는 글'이 대세였습니다. 그 시절 씨네필 필독서였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비디오드롬'(훗날 '박찬욱의 오마주'로 재출간된)은 모든 영화를 기호화 해서 프로이트적 관점으로 해석했죠. 여기에 영화잡지 '키노'도 기름을 부어서 많은 씨네필들이 영화글을 해석하면서 써댔습니다. 저는 영화글도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은 영화유튜버와 블로거들이 해석하면서 글을 써대서 똑같이 쓰면 자신만의 개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 그래서 제 선택은 감성을 살린 에세이 형태로 쓰거나 역사적 배경을 '억지로' 찾아내서 영화를 확장시키는 방식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영화글이 영화로부터 독립하는 형태입니다. 영화글은 사실 기생적입니다. 영화가 없이는 존립하기 어렵죠. 그래서 제 글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재밌게 읽히길 바라고 있습니다(물론 제 소양이 부족해서 아직 그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많이 느낄 겁니다. 영화를 해석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다면 개성있는 영화글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글을 쓸 지는 독자의 선택이고 영화의 선택이겠죠. 

 

 

우선 제가 리뷰쓰는 방식은 이 정도입니다. 워낙 막 쓰는 편이라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여지껏 제 리뷰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글 막 쓰도록 하겠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1

  • 누가5야?
    누가5야?
  • flask
    flask
  • Nashira
    Nashira
  • Story
    Story

  • jo_on
  • opeter
    opeter

  • 청피망
  • 후디캣
    후디캣
  • 쿨스
    쿨스
  • 해피페이스
    해피페이스
  • 티라미숑
    티라미숑
  • 영화그리고
    영화그리고
  • 1104
    1104
  • 헌터
    헌터
  • 365Cinephile
    365Cinephile
  • 이팔청춘
    이팔청춘
  • 돌멩이
    돌멩이
  • 0ASlS
    0ASlS
  • 크레인
    크레인
  • 사과트리
    사과트리
  • DPS
    DPS
  • 골룸
    골룸
  • 등불
    등불
  • 온새미로
    온새미로
  • 로얄퍼플
    로얄퍼플
  • 한솔2
    한솔2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아지뱀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1:27
20.10.26.
2등
최근에 부모님이 책을 안읽을거면 블로그라도 하라고 하셔서 지난번 테넷을 첫글로 올렸는데 아직도 부족한게 많은거같아요 ㅋㅋㅋ큐ㅠㅠㅠㅠ
11:28
20.10.26.
3등
크레인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1:39
20.10.26.
profile image
나눠쓰셨으면 글 4개 연재 나올 분량인데
한편에 몰아 쓰시는 스웩!
14:35
20.10.2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차이콥스키의 아내]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1:14 774
HOT <쉬헐크> 주연 여배우, 디즈니 CEO에 대한 비난 의도 ... 3 카란 카란 3시간 전15:05 1665
HOT 오늘자 로튼 근황 영화, 시리즈별 (스압) 1 NeoSun NeoSun 56분 전18:07 272
HOT [범죄도시4] 개봉 하루전 예매율 93.8%, 68만6천장 2 시작 시작 1시간 전17:24 479
HOT '파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배급사 쇼박스 입장 2 golgo golgo 1시간 전17:18 1080
HOT 스다 마사키x구로사와 기요시, <Cloud 클라우드> 티저... 4 카란 카란 4시간 전14:18 801
HOT 슈에이샤 학습만화 [세계의 역사] 새 표지를 그린 만화가들 3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7:02 328
HOT 울버린 변천사 3 NeoSun NeoSun 2시간 전16:32 587
HOT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거부한 '기사 윌리엄' 시퀄,... 4 NeoSun NeoSun 3시간 전15:58 614
HOT 넷플릭스 '레벨 문:파트2 스카기버' 배두나 인터... 5 NeoSun NeoSun 3시간 전15:42 517
HOT '데드풀과 울버린' 예고편 한국,일본 번역 비교 4 golgo golgo 4시간 전14:40 645
HOT '더 폴가이' 런던 프리미어 샷들 2 NeoSun NeoSun 4시간 전14:21 625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4/19~4/21) 5 카란 카란 5시간 전14:01 423
HOT '스턴트맨' 기네스 신기록 자동차 전복 메이킹 영상 5 golgo golgo 6시간 전12:35 697
HOT [쇼생크 탈출] 재개봉 캐릭터 포스터 2종 2 시작 시작 6시간 전12:28 778
HOT 디즈니+ '쇼군' 오늘 전 에피소드 공개, 시청 포... 9 golgo golgo 6시간 전12:20 2317
HOT 뒤늦게 본 파묘 간단평.. 7 방랑야인 방랑야인 7시간 전11:56 1009
HOT 가이 리치 2차대전 영화 스틸에서 옥에 티 발견 5 golgo golgo 7시간 전11:34 1017
HOT 레벨문2 한국에서 1위 했네요. 4 선선 7시간 전11:32 880
HOT 매드맥스 퓨리오사 심의 접수 4 넬슨잉글리쉬 넬슨잉글리쉬 7시간 전11:15 840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 영국 브리타니아 ... 7 NeoSun NeoSun 8시간 전10:48 849
1133715
image
e260 e260 2분 전19:01 22
1133714
image
e260 e260 3분 전19:00 27
1133713
image
옵티머스프라임 옵티머스프라임 35분 전18:28 212
1133712
image
NeoSun NeoSun 53분 전18:10 233
1133711
image
NeoSun NeoSun 56분 전18:07 272
1133710
normal
NeoSun NeoSun 1시간 전18:03 168
113370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8:02 192
113370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7:47 201
113370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7:43 267
113370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7:41 128
113370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7:39 242
113370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7:37 216
1133703
image
카스미팬S 1시간 전17:36 121
113370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7:36 182
113370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7:32 194
1133700
normal
吉君 吉君 1시간 전17:29 185
1133699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7:24 479
1133698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7:18 1080
1133697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7:10 238
113369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7:08 258
113369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7:07 213
113369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7:06 204
113369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7:03 304
1133692
image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7:02 328
113369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6:56 346
113369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6:51 287
113368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6:32 587
1133688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2시간 전16:16 161
1133687
image
Sonachine Sonachine 2시간 전16:16 444
1133686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5:58 614
1133685
normal
호오오옹이 3시간 전15:50 692
113368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5:42 517
1133683
image
샌드맨33 3시간 전15:35 287
113368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5:15 323
1133681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15:05 1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