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예상별점 낮은 영화도 종종 일부러 찾아보는 이유
저의 영화 감상 스타일은 잡식성입니다.
장르나 감독은 웬만큼 극단적이지 않으면 거의 가리지 않습니다. 물론 선호 장르와 불호 장르, 좋아하는 감독과 싫어하는 감독은 있지만 의식적으로 편식을 하진 않아요.
평균 점수나 왓챠 예상 별점에 아예 신경 안쓴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종종 위험을 무릅쓰기도 합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빼도박도 못할 '망작'으로 공인된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로는 대충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좋은 영화, 준수한 만듦새의 영화만 보다보면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좀 힘든게 있습니다.
예컨대 제 자신이 멜로 영화를 나름 좋아하고 잘 본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영화를 잡다하게 챙겨보지 않았고, 멜로라면 유명하고 검증된 수작들만 간간이 챙겨보던 시절이죠 ㅋㅋ
하지만 더 많은 영화들을 접하면서, 제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멜로영화들이 급격히 많아지더군요. 이거 영화 언제 끝나냐~ 시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이 잦아지면서 끝내 인정했습니다. '나는 멜로영화를 안 좋아한다.'
웬만하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검증된 수작이 아닌 이상, 저는 멜로영화에, 특히 진지한 멜로에 주는 점수가 대체로 짠 편입니다. (로맨틱코미디는 또 좋아합니다ㅋㅋ)
반대로 남들에게 푸짐하게 욕먹는 공포영화들은 의외로 나쁘진 않았던 경우가 꽤 많네요.
밤에 잠이 안와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본, 예상별점 2점대의 짧은 공포영화 한편이 제법 괜찮았다던가 하는 식이죠.
물론 남들은 좋게 봤지만 나는 별로였던 영화들을 떠올리며 취향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남들은 다들 별로라는데 나만은 좋았던, 그 숨겨진 보석같은 영화들을 발견할 때가 개인의 영화 인생에서는 상당히 가치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이 경우는 정말 못 만들어서 호불호도 안 갈릴 영화를 찾아볼 때의 해당사항인데, 가끔씩 이렇게 공인된 망작들을 봐 주면 그 이후의 영화 감상에 좀 더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짓궂은 농담 같지만 진심입니다.
경험상 별점 3개 이상의, 어느 정도 평작 이상의 영화들만 오랫동안 연달아 보게 되면, 영화의 좋은 포인트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다소 무뎌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래 그래 뭐 알겠는데... 나는 그냥 그러네..." 이런 느낌으로 팔짱을 끼게 되는 거죠.
중학교 과학 시간에 '역치'라고 배웠던게, 영화 감상에도 적용이 된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몇년전 어느 순간 이걸 깨닫고는 왠지 모를 무력감을 느껴서 습관처럼 보던 영화를 한동안 끊었었는데, 그런 저를 일으켜세운 영화가 아이러니하게도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였습니다.
영화 한동안 안봤지만 그래도 트랜스포머니까... 하면서 극장으로 향했던 저는 제대로 참교육을 당했고, "아니야!! 내가 아는 영화는 이렇지 않아!!"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그날 넷플릭스를 켜서 영화를 봤습니다.
무슨 영화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예상별점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줬던 것만 기억납니다.
그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영화를, 아니 평범한 수준의 영화를 만드는 것도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일지 절감하게 되었죠.
그 이후로 자주는 아니고 가끔, 누가 봐도 절대 피해야 할 망작들을 신중하게 고르는 저만의 의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금 느낌으로는 조만간 두어편 정도 봐야 할 것 같네요....
그냥 제가 구상한? 영화 감상 방식과 그 이유를 한번 써 보고 싶었습니다. 보잘 것 없이 싸지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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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레이크'를 넣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시리즈물이라는 이유로 알고서도 그런 작품들을 보게됩니다. (최근에 뉴뮤턴트)
그럴때 별로인 작품을 보고 명작을 보면 끝내줍니다.
저는 <반도>가 별로였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그날 저녁에 <최악의 하루>를 봤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한국 중소영화
돌아와요부산항애
임을위한행진곡
얼굴없는보스
목숨건연애
데자뷰
비정규직 특수요원
로마의휴일
이정도는 봐줘야죠
매우 공감되는 글이네요. 확실히 개인취향과 장르 호불호라는게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저 스스로 조차도 일관성있는 기준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고나니, 제 인생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톱니가 유독 잘 맞아 떨어지면 시너지가 강하게 나더라구요. 그걸 느낀 이후론 평점보단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나 주제가 있는 영화를 챙겨봅니다.
와 이 말 너무 좋아요..... 인상 깊게 읽고 갑니다
저도 영화 취향은 잡식성입니다.
남들이 망작이라고 하는 작품도 일단 눈길이 가면 보고나서 같이 욕하는(?) 편입니다.
이 중에서 제 취향에 맞아서 또 재밌게 본 작품들도 다수 있긴 한것 같아요.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는데 공포영화는 깜짝 놀라는거 싫어해서 다른 장르보단 좀 덜 보게 되는것 같네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