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의 야크> 하늘 바로 아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스포ㅇ)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도시 선생님이 촌에 부임되서 겪는 이런저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죠.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부탄'과 '루나나'라는 생소한 배경을 잘 이용해서 이 영화만의 매력을 담아냅니다.
부탄의 풍광은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느낌입니다. 초목이나 숲은 익숙한데, 뒷배경엔 설산이 어마어마하게 펼쳐져 있으니 신기하더라고요. 거기에 안개도 많이 끼니 루나나가 마치 구름속 마을 같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루나나에서 보이는 하늘이 가까워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놀랐습니다. 부탄의 전통문화도 간접 체험해볼수 있었어요. 부탄의 국가를 들을 수 있고, 부탄 국기도 볼수 있어요. 부탄 전통 노래도 많이 나옵니다. 언덕 넘을때 치성드리는 건 한국에도 비슷하게 있는거라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탄 전통의상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매력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이 영화의 매력의 절반이 루나나의 풍광에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인물들에서 나옵니다. 주인공 유겐 선생님은 초반엔 완전 막나갈 것처럼 삐딱하게 행동해서 뒷목 잡을 준비하면서 영화봤는데 웬걸.. 너무 착하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시는 분이길래 많이 웃었네요. 미첸은 산사람만의 여유가 느껴져서 호감이더군요. 노래부르는 살돈도 루나나의 순박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촌장님도 멋있었어요. 예상보다 아이들 비중이 많지는 않아서 아쉽긴 했는데요, 펨잠의 비중은 꽤 됩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펨잠은 진짜 이 영화의 보석입니다.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눈빛이 어쩜 그렇게 맑고 빛날 수 있는지 신기했어요. 뒤돌아서 도도도 뛰어가는 모습까지 너무 귀엽습니다.
영화는 담담하게 몇가지 이얘기를 꺼냅니다. 하나는 선생님, 둘은 야크와 인간, 마지막으로 행복에 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루나나 사람들은 선생님을 '미래를 어루만지는 사람'이라 부르며 극히 존경합니다. 요즘 세상에 선생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네요.
제목인 '교실 안의 야크'에서 야크는 진짜 야크인 노부와, 유겐 선생님 둘을 모두 가르키는 중의적 의미로 쓰였습니다. 루나나 마을에서 야크는 굉장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합니다. 젖으로 치즈를 만들고, 똥은 말려서 연료로 사용합니다. 피치못해서 도축하게 될 경우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슬퍼합니다. 어찌보면 인간과 짐승 관계니 당연한 것임에도, 루나나 사람들은 야크를 굉장히 사랑하고 좋아하며 교감합니다. 그래서인지 촌장님은 유겐 선생님을 서슴없이 전생에 야크였을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만큼 유겐은 짧은 시간이지만 루나나를 진정 좋아해줬거든요. 그리고 살돈도 집나간 야크는 언젠간 꼭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 심장한 얘기를 하죠. 야크를 통해 루나나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유겐 선생님과 루나나의 관계도 보여주는 것 같아 굉장히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그리고 행복. 부탄은 행복해서 유명한 나라긴 한데 리뷰 쓸 겸 찾아보니 좀 이상하긴 하더군요. 행복지수라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하죠. 행복이라는게 그렇게 자로 딱 잴 수 있는게 아닐텐데 국가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국민의 행복을 재단하는걸까요. 실제로 도시의 유겐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루나나의 유겐은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사실 어느정도는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좋아하던 음악도 못듣고, 친구도 없이, 불마저도 야크똥으로 피워야 되는 마을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이 바뀌어서 루나나의 유겐은 행복해진걸까?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루나나의 사람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당연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실에 만족하라는 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진 사람들의 입에 발린 말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교실안의야크를 보고 나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네요. 루나나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거든요. 그것이 시나리오대로의 연기였을지, 아니면 정말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라고 믿고싶네요. 그만큼 스크린 안의 그들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조금은 부러웠고, 또 조금은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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