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즈][익무시사] 납득, 감탄(노스포)
어제 익무시사로 CGV용산에서 하는 <원더풀 데이즈> GV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90년대 말 게임잡지에서 영화에 대해 다룬 기사를 통해서 작품을 처음 알게되었는데 나름 당시 주목하는 작품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90년대에 홍보했던 이 작품은 한참의 세월이 흘러 2003년에야 개봉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요즘과 달리 영화에 관심이 없었고 설사 극장도 친구들이랑 같이 갈 때말고는 갈 일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이랑 보러가는 영화는 주로 당시에 인기있거나 흥행하는 작품들 위주여서 저는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흘러서 이 영화가 개봉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나마 주변에 애니메이션에 관심많던 지인들이 많아서 몇몇 후기를 통해서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비춰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억속에 묻혀있다가 이번 익무시사를 통해서 영화를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봤던 지인들이 대부분 지목했던 문제가 바로 시나리오와 연출입니다. 좋게 말하자면 작가주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심심합니다. 아름다운 배경이나 그림을 감상하게하기 위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영화가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액션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약간 심심하게 묘사되다보니 긴장감을 느낄 틈이 없기도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마치 전시회에서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한다는 느낌도 없잖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졸았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어느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대사도 보면 당시의 분위기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오그라드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더빙판은 이런 대사들을 수정해서 내보내니 그나마 괜찮아졌다는 반응이 있었다고합니다. 그리고 세계관이 커보여도 막상 일어나는 사건은 인물들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니 겉보기에 스케일이 커보여도 막상 내용은 작게 보인다고해야할까요? 게다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연 캐릭터들의 묘사가 충분하지 못해서 이들의 행동에 공감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재더빙을 하게되었는데 듣기로는 원판 성우들의 연기가 그다지 좋지않아서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재더빙판을 보면서 성우들 연기가 크게 나쁘다는 인상은 못받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훌륭하다고 하냐면 애매합니다. 그리고 전체를 갈아엎은게 아닌 몇몇 인물들만 재더빙을 했기때문에 보다보면 기존 녹음본과 신규 녹음본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몇몇 보였습니다. 그래도 감상에 방해될 정도였다는 원판에 비해서 재더빙판은 크게 감상에 방해를 주지 않아서 그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놀란 점은 바로 영상! 2003년에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에 봐도 감탄할 정도의 작화를 보여줍니다. 그만큼 그림에 공을 들였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우리가 열심히 만든 아름다운 그림을 봐줘!"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없잖아있어서 어떤 장면에서는 과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갈수록 영상미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앞에서 단점들을 많이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때문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앞부분까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도 클라이막스를 보는 순간만큼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고 영화를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겉보기에는 SF액션이지만 실상은 심심한 예술(화보)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소희 평론가가 내린 평이 제일 공감이 갔습니다.
"비주얼은 됐다. 이제는 시나리오다"
확실히 이 영화는 비주얼만큼은 요즘 작품에 비해서 전혀 뒤쳐지지 않다고 자부할 정도로 끝내줍니다. 일본의 유명 제작사 가이낙스가 수입한 이유도 비주얼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납득될 정도이니깐요.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그림을 보여준다고해도 시나리오가 받쳐주지않으면 명작은 넘보지못하고 화보영화로만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화보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세상에는 영상도 좋으면서 뛰어난 명작들이 있다보니 아쉬운 마음에 써봅니다.
이 영화가 더 잘 만들어졌으면 국내의 <아키라>급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키라>가 전체적으로 뛰어난 영상미와 오락성을 보여주었지만 난해한 결말때문에 아쉬웠다면 <원더풀 데이즈>는 영상미가 있어도 아쉬운 시나리오때문에 전체적으로 밋밋했다가 결말이 끝내줬다는 상반된 요소를 보여줬습니다. 어찌보면 <아키라>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반대요소를 보여줬기때문에 흥미롭기도 했고요. <원더풀 데이즈>를 보고나서 먼저 봤던 사람들의 평가에 납득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감탄했는지만큼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직접 보고 경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단언할 수 없을지라도 가급적 극장에 가서 직접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인 7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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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데이즈>의 아쉬운 점은 비주얼은 좋아도 연출이 잘 살려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마지막 부분 제외)
글 잘쓰셔서 항상 부럽습니다
잘 봤습니다
저는 뭐 이도 저도 아닌것 같습니다 ㅠ
저도 = 영화제 특파원
감사합니다 ㅠㅠ
오늘은 부천애니페스티벌 영화제 특파원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영화보고 울적모드네요 ㅋㅋ
용산을 못 벗어나겠어요 ㅋㅋㅋ
영상자료원도 기회되면 가보겠습니다 😁
이러지만 막상 영화에 빠져든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다지 지식이 많지는 않아요.😅
글쓰는것도 노력해봐야겠어요!!
매번 후기 적는것도 은근 생각이 많네요 😁
당시 기사가 98년인가 99년이었던걸로 기억하고요.
중간에 캐릭터도 바뀌고
당시 꽤 기다렸던 작품이었어서
극장서 눈시울을 적셨던 게 아련하네요 ㅎㅎ
다만 극장에 가지않다보니 결국 그당시에 보지못했지만 지금에서라도 봐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