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후기 -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영화'의 당위적 가치 (넷플릭스)
극장에서 막차(?)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익무 처음 들어온게 <다크 나이트> 티저 예고편 공개 즈음인 2008년 1월로 기억하는데
그때 스티븐 스필버그가 '시카고 7인의 재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본 기억이 나요.
왜 그 짧은 소식을 기억하고 있냐면, 이 프로젝트에 히스 레저 캐스팅 루머가 있었는데 그때 사망했거든요.
트리비아를 보니 에디 레드메인이 맡은 역할이었네요.
그리고 또 기억나는게, 벤 스틸러의 <트로픽 썬더>를 너무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그의 차기 감독 작품을 정말 기대했어요.(이것도 2008년)
그런데 스틸러의 차기작이 <시카고 7인의 재판>이라는 소식을 익무에서 봤어요.
좋아하는 배우 및 감독의 차기작 소식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마냥 궁금해했었죠.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 역시 엎어지고, 스틸러의 차기작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되었지만.
그 이후 한~~~참 동안 프로젝트가 이리저리 부유하다가...거의 10년이 다되어서 아론 소킨이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뭔가 반가운 느낌이 들었어요.
수많은 프로젝트처럼 엎어질 것 같았는데 어떻게 또 실체화가 되어서 만들어진다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ㅋㅋ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영화가, 다행히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해피 엔딩을 맞게 되어서 기뻐요.
<1917> 이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압도적인 희열감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네요.
쉴새없이 재잘재잘대는 아론 소킨 참여 작품답게 이번 영화도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자랑해요.
그런데 저에겐 단순히 뛰어난 각본가였던 소킨이,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훌륭한 '연출가'로 느껴졌어요.
수많은 정보를 재빠른 교차 편집을 통해 압축시켜 보여주는 오프닝의 리듬감있는 연출을 보면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생각보다 더 좋은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대사량을 다 소화하려고 쉴새없이 몰아치지도 않고, 중간중간 이완하면서 관객을 집중시키는 솜씨가 놀라웠어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편이라 법정 영화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구요.
그리고 의외로 가슴 묵직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여러 장면을 보면서, 왜 이 프로젝트가 할리우드에서 수년간 좌초되었음에도 다시금 제작자의 제작 욕구를 불러일으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상업 영화에서 논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이런 좋은 이야기라면 당연히 만들어져야한다는 어떤 당위적 가치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ㅋㅋ
제작진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영화적으로 잘 살리기도 했구요.
오랜만에 앙상블 연기의 절정을 봐서 좋았습니다. 모든 캐스트의 연기가 훌륭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 억양을 싹 빼고 정의롭지만 뭔가 살짝 재수없는 느낌을 훌륭하게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
마찬가지로 영국 억양(그리고....오스트리아, 마다가스카, 카자흐스탄...기타 등등) 싹 제거하고 위트 넘치는 혁명가로 변신한 사샤 바론 코헨,
굳건한 고목처럼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여러 캐스트를 훌륭히 서포트하는 마크 라일런스,
<프로스트/닉슨>을 생각하면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그 자체로도 굉장히 재미있는 연기를 한 프랭크 란젤라, 이 4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대사량 소화는 기본이고,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군상극에서도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축하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아마 이 중 최소 2명은 내년 남우주조연 카테고리에 오를 것 같아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프로젝트가 완성된다고 해도 넷플릭스 공개 작품이라, 극장주의자(?)로서 좀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또 짧은 기간 극장에서 공개된다고해서 부리나케 다녀왔네요.
영화를 보니 정말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아직도 진하게 남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한 2월 이후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어요.
앞으로 극장에서 공개될 <힐빌리의 노래>나 <맹크> 같은 다른 넷플릭스 작품도 기대되네요.
★★★★★
추천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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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배우들은 그 반대로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