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엘라] 패션에 관심있다면 흥미롭다 못해 특이한 전기 다큐
MMM으로 일컫는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설립자였고 홀연히 은퇴한 전직 수석 디자이너에 관한 다큐인데 여타 다큐와 매우 다릅니다.
나레이션과 인터뷰 형식 때문이 아니라 보면 알겠지만 <약스포>골 때릴 정도로 끝까지 디자이너 얼굴을 볼수 없네요 ㅎㅎ<평생 고수한 신념을 은퇴 후 10년 지났다고 바뀌지 않는 자세가 놀랍습니다</끝>
마르지엘라는 다른 디자이너가 그렇듯 그들의 얼굴과 스타일을 대표 브랜딩 이미지 삼아 언론에 홍보하는 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생 인터뷰 철저히 사절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이태껏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았더군요. 본인은 부정하지만 타인이 보기엔 신비주의 은둔의 방식을 고수하는데, 모국어인 불어대신 영어로 자신의 커리어와 일대기를 들려줍니다. 목소리가 듣기 편해서 좋았어요.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몰랐는데 재밌었어요. 원래는 벨기에 출신인데, 역시 어릴 때 스케치나 그림, 바비인형 등을 보면 남다르네요. 마치 <낭트의 자코>서 자크 드미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 특출난 색채 감각같은 재능과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순수함을 느껴집니다.
자신에 대한 기록을 시간순으로 잘 정리했는데, 글씨체도 보기 좋고 자타공인 정리벽이 있더군요. 커리어에 전환점이 되는 시기마다 마치 책의 챕터처럼 휘갈긴 노트가 적힌 큰 하얀 상자가 등장합니다. 거기서 꺼내지는 다채로운 과거 자료를 볼 때마다 눈이 휘둥글해지네요. 또한 그에게 흰색은 의미가 남다른 색이기도 해서 쭉 흰 상자안에 기록을 보관한 것 같아요.
장 폴 고티에 같이 패션의 이단아로 불린 디자이너나 주변 인물들, 모델, 평론가, 기자, 업계 종사자들이 인터뷰를 담습니다. 근데 워낙 사생활 노출을 꺼려선지 가족이나 친구들 인터뷰는 없습니다 ㅎ 철저히 디자이너 마르지엘라에 중점을 두었어요.
극장엔 패션학도나 종사자같은 관객이 많았어요. 다만 유감은 관람 내내 사진 찍는 관크가 있었어요ㅋ 여기 패션쇼장 아닌데..어차피 나중에 VOD나 블루레이 나올텐데 왜 저퀄사진 찍는지 모르겠어요. 그것 빼면 타관객들 모두 집중모드였고 대표 이미지 포스터도 주고 좋았습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