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후기
한창 테넷 n차 관람 후 유툽 리뷰영상들과 왓플릭스 신작들을 기웃거리며 어느새 극장 어니언팝콘 냄새가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던 즈음~다시 극장에 발을 붙히게 만든 건, 시실리와 차우의 뚝심있는 B급을 고수하며 눈도장을 찍고 '점쟁이들'에서도 고수하다 망한 뒤(그래도 전 재밌게 봤...) 8년만에 내놓은 신정원 감독의 신작! 죽.밤 때문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인버젼해버린 제목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신정원 감독 특유의 B급 감성이 제게는 너무도 반가움이 가득했던 장르였기에 더더욱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고 나오면서 한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 물리학을 볼모로 삼고 함수부터 수학을 내려놓았던 제 자신을 문송하게 만들었던 테넷에 나오는 대사인데 제게 이 영화야말로 머리를 비워 이해하려 들지 말고 영화가 선보이는 원초적 개그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느끼고 웃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네. 간단히 말해 그냥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킬링무비입니다. 다만 그 개그가 호불호가 강한 신정원 감독 표 코미디라는 것이죠. 제게는 언제나 취저였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제작비 60억을 어디에 썼는지 모를만큼 솔찬히 써먹는 집,파출소,폐건물 세트에서 풍기는 제작비 신비주의와 익숙한 음악들의 배치로 웃기며 극의 흐름을 간~~~신히 이어나가면서도 흥미는 잃지않는 가늘고 긴 진행방식 속 빛나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이정현x김성오가 스릴과 킬링을 넘나들 때 양동근x이미도의 가슴 절절 로맨스가 개그의 하이라이트를 터뜨립니다.
물론 그의 전작들처럼 비슷한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개그가 촌스럽고 유치하며 전개가 허무맹랑하고 짜임새가 없다고 느낄겁니다. 하지만 무수한 단점들 속에서도 장점 하나가 명확하기에 전 이 영화가 좋습니다. 바로 제 취향을 저격했다는 것이죠.
영화는 보여지는 순간 관객의 영화가 되기도 합니다. 제게 이 영화는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아무생각없이 소소하면서 크게 웃게 만들어준 개운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신정원 감독의 작품들은 언제나 제게 그 개운함을 선사해주었기에 그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호불호는 뚜껑을 열기 전까진 알다가도 모르는 겁니다. '호'면 간직할 영화가 되는거고, '불호'라면 깔 영화가 되는거죠.
혹시나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이 있다면 전자가 되길 바랍니다.
덧덧! 감독의 전작들을 보고 이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리지만 한편만 본다면 시실리2km를 보시길!
덧덧덧! 아마 제작비의 큰 비중은 그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저도 암튼 취향 저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