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같은 듯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정주행 후기
많은 분들이 기다리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책을 먼저 읽고 난 뒤 영상물을 접하게 된 입장이어서 원작에서 각색된 부분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보통 [영상물 -> 원작 책]의 순서로 보는 것 보다 [원작 책 -> 영상물]의 순서로 보는 것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고증면에서나 캐스팅, 변경된 스토리라인 등이 저는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렇게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원작 팬의 입장에서 원작과 달라진 설정이나 내용, 전체 스토리라인, 그리고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등을 원작이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에 집중하여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1. 캐스팅의 힘
감독님이 어떤 인터뷰에서 '이미 원작의 팬분들께서 안은영에 정유미를 강력하게 원하고 계셨다'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더군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원작을 읽으며 안은영에게서 정유미 배우의 연기를 떠올렸다는 뜻이겠죠. 역시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정유미 배우의 모든 필모를 찾아볼 정도의 팬은 아니었지만, 안은영 역을 다른 배우가 한다면 어떨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심드렁하면서도 선한, 어딘가 이상한 보건 히어로 역을 잘 소화해 주었습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필요 이상의 욕설이 나오면 상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안은영이 내뱉는 욕설들은 재미를 넘어 공감까지 느껴지더라구요. 매 순간이 안은영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한문선생 홍인표 역할의 남주혁 배우도,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매력있는 성격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 주었습니다. 원작을 읽을 때에는 조금 더 나이 있는 선생을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남주혁 배우가 만들어낸 홍인표는 그보다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렇게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네요.
+) 고등학생 역할로 나온 수많은 배우들도 하나하나 캐스팅에 신경 쓰신게 보였습니다. 실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있을 것만 같은 현실적인 연기와 착장등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서 더욱 와닿았습니다. 아무튼 캐스팅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2. 원작과 비슷하지만 초점을 다른 곳에 맞춘 스토리라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3화 초반까지는 원작과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책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읽었어서 그런지 다소 루즈한 부분도 있었으나, 크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없었고 흐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화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 넷플릭스 시리즈가 원작과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2-1. '안은영의 사명'보다는 '인간 안은영'에 집중
원작에서의 안은영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또 한겹의 세계 때문에 과거에 힘겨웠던 순간이 많았고, 지금도 매우 피곤하고 짜증나지만 어찌됐건 계속 사건을 잘 해결해나갑니다. 옴니버스 히어로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에피소드도 해당 에피소드의 주인공 학생과 주변인물의 이야기에 집중시키다가 히어로로 안은영을 꺼내드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넷플릭스 시리즈의 안은영은 살짝 다릅니다.
안은영은 타고난 옴잡이 '혜민'의 인생을 평범하게 만들어주고 싶어합니다. 자신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도 그렇게 될 수 없으니, 너라도 평범하게 살아라. 라는 마음이었겠죠. 은영은 진심으로 이 일을 그만하고 싶어합니다. 학교에 사직서도 작성하고, 젤리들을 보는게 지긋지긋하다고도 말하죠. 그러던 와중 안은영의 눈에 젤리가 보이지 않는 시기가 옵니다. 원작에는 이런 시기가 따로 없었다보니, 자연스레 '왜?'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 시기에 안은영은 이제 너무 평화롭고 좋다, 이런 세계를 왜 나에겐 숨겼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후에 젤리가 다시 보이게 됐을 때 육두문자를 뱉습니다.
이런 설정을 굳이 덧붙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젤리를 보는' 인간 안은영의 고뇌와 자신의 사명에 대한 원망, 그리고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은 욕망을 보다 더 깊게 묘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는 심드렁하지만 정의로운 히어로의 모습이 잘 부각되었다면, 넷플릭스 시리즈에서는 안은영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2. 거대한 두 세력에 집중
원작에서는 '일광소독'과 '안전한 행복'이라는 거대한 두 세력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작을 보지 않고 넷플릭스 시리즈부터 접하신 분들은 '그래서 일광소독이랑 안전한 행복이 뭐라는건데?' 라고 하시며 이해가 안된다고, 원작을 봐야하냐고 물으시던데 원작을 본 제가 봐도 이 부분은 한 번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ㅎㅎ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이 두 세력에 집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였을거라 생각합니다.
1) 세계관 확장
2) 시즌 2 제작을 위한 밑바탕
이 두 가지 목적은 어찌보면 하나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더욱 복잡하고 거대한 <안은영 유니버스>의 확장을 위해서는 어둠의 세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호흡이 짧았던 총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시즌 1에서 이 부분을 완벽하게 시청자에게 이해시키기엔 무리가 따랐던 것 같습니다. 일단은 대충 두 가지 세력이 이러저러 하고 있구나, 하고 시즌 2를 기다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맥켄지의 행보, 마지막에 보여주려다 만 래디의 의뢰, 수상한 생명과학 선생, 인표의 수상한(사실 거의 모든 인물들이 이상하고 수상하긴 합니다만)동창 가영, 계속 화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오리 등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으니, 더욱 시즌 2를 기다리게 될 것 같네요.
3. 기타 흥미로운 요소들
그리고 앞에 두가지 이외에 흥미롭거나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1) 오리지널 캐릭터인 화수(문소리 배우)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
2) 맥켄지를 따르는 학생의 설정 변화 (따돌림을 당하던 여자아이 -> 농구부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남자아이, 더욱 스토리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럭키와 혼란의 설정 변화 (완수는 원래 남학생이었던 캐릭터를 여학생으로 변경하며 배역 이름도 변경된 것으로 보입니다.)
4) 영화 저리가라 할 수 있는 엄청난 cg 퀄리티
5) 저절로 따라부르게 되는 엄청난 중독성의 bgm... (내몸이좋아진다좋아진다좋아진다.. 보건교사다~ 잽싸게 달아나자~)
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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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루에 한 에피소드씩 시청하며 아껴보려던 작품이었으나,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모든 에피소드를 다 보았네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좋았던 점이 더욱 컸기에 애정있게 리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시즌 2를 기다리며 정주행과 함께 책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혹시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가볍게 에피소드 1을 틀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리뷰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천인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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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지나야 본격 시청 가능한 상황이라 익무 리뷰 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어요
원작과의 차별점 등 다양한 정보 잘 봤습니다. 점점 궁금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