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 호불호 갈릴 만한 독특한 작품 [스포X]
작년 즈음부터 공개되기를 기다려 왔던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디어 넷플릭스에 나와서 나온 직후부터 보기 시작해서 어제 정주행을 다 마쳤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어요. 읽으려고 했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드라마 먼저 보게 됐네요. (사실 정유미 배우를 좋아해서 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이나 드라마 먼저 볼까, 책 먼저 읽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책을 먼저 읽으신 후에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 이유는 리뷰 쓰면서 간단히 말씀 드릴게요.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이경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에요. 한 인터뷰에서 정유미 배우가 이경미 감독이 연출한다기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해요.
저는 보면서 이경미 감독 특유의 연출이 이 작품과 시너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젤리 CG나 배경음악에 엄청 공들인 티가 나더라고요. 실제로 CG 작업 때문에 공개가 좀 늦춰졌다고 해요. 배경음악도 매화마다 음악이 달라서 듣는 재미가 있었어요.
'안은영'은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에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들을 돕는 이상한 능력을 지녔어요. 안은영이 부임한 학교는 이상한 기운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젤리'라는 물체가 학교를 돌아다닙니다.
정세랑 작가는 젤리를 욕망의 잔여물로,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으로 안은영의 세계를 창조했다고 해요. 욕망만큼 순수하면서도 오염되기 쉬운 게 없으면서, 괴물이나 귀신보다 무서운 게 욕망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홍인표'는 한문교사로, 안은영의 조력자 역할이에요. 안은영이 홍인표의 손을 잡으면 체력이 충전이 돼요. 말을 좀 재미없게 하는 편이라서 인기가 별로 없는 설정인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학교 설립자의 손자로, 주위에서 많이 눈독을 들입니다. 안은영이 많이 질투해요.
실제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소설 속 홍인표는 나이가 꽤나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주혁 배우가 맡아서 의외였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안은영은 평범해지기를 원하는 인물이에요. 그렇지만 안은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평범해질래야 평범해질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홍인표는 평범함을 좋아하지 않아요. 나쁘지만 않다면 평범함보다는 이상한 게 더 낫다고 하죠. 이런 둘의 '평범함'에 대한 고찰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무언의 동경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 역시도 안은영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않았기에, 홍인표와 비슷한 생각입니다. 평범한 것보다는 독특한 것, 이상한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요. 하지만, 능력을 지닌 사람들 나름대로의 고충을 보면서 현재 제가 지닌 평범함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안은영은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홍인표와 교사로서의 수행을 잘 해낸 캐릭터였어요. 학생들과 주위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 다니면서 일을 해결하려는 태도가 멋졌어요. '피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같이 비관적이면서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홍인표는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다른 조연들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홍인표는 학교에서의 기이한 현상을 피해갈 수 있는 보호막을 지녔어요. 그래서인지 학생들과 교사가 이상한 웃음 바이러스(?)에 빠져 '동성애'가 뭐냐고 깔깔깔 웃어댈 때 이상하다고 인지할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성적 취향은 교정 대상이 아니라는 대사가 와닿았어요. 적잖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아도, 어렴풋이 속으로는 같은 사람이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인을 업신 여길 때가 있으니까요. 또한, 홍인표는 안은영이 여기는 자신의 단점을 다 장점으로 승화해줄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독특한 걸 오히려 더 좋다고 말해준다는 점에서요.
드라마에서 다루는 내용을 대충 정리해 볼게요. (더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어서 간단하게만 정리했습니다.)
<학생 관련 에피소드>, <알 수 없는 정체의 두 선생님>, <연락 두절의 일광소독>, <학교 미스터리>, <지하실>, <옴잡이>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후기를 남겨볼게요.
우선, 이 작품은 대단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기존의 한국 드라마처럼 감정선을 계속 따라가지 않아요. 약간 일본 드라마 감성이 있어요. 대체적으로 오바스러운 점(?)이 좀 닮았어요. 화면의 탁한 초록 색감도 그렇고요. 작품의 흐름이 친절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해가 안 되거나, 기괴한 연출에 불호를 느끼셔서 정주행 포기하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제가 책을 먼저 읽는 걸 추천드린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책을 읽으면 드라마 속 생략된 틈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반면에, 기존에 이경미 감독 연출을 좋아하거나, 이상하지만 빨려 들어가는 특유의 몰입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엄청 재밌게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저는 친절하지 않은 흐름이지만, 몰입력은 느껴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주조연 상관없이 배우들 연기는 다 좋았어요. 기존에 생각했던 배우들의 연기나 이미지 틀이 좀 벗겨졌다고 느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답게 욕도 검열없이 합니다. 사운드에 많이 신경 쓴 게 티가 나서 좋았고요. 가끔 3D 애니메이션의 사운드를 듣는 기분이 나기도 했어요. 그만큼 CG랑 사운드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작품을 보면 안은영의 세계 속 인물들 감정선을 많이 이해하기 힘들 수 있어요. '쟤네는 왜 웃는 거지...? 왜 욕하는 거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이렇게 분석하게 되면 이 작품을 재밌게 보시기 힘드실 거예요. 이 드라마는 깊게 생각하면서 보지 마시고, 그저 흐르는 대로 보면서 '저 세계는 저런 감성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셔야 해요. 그냥 사건이 풀리고 재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 느낀 제 생각은, 시즌 2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고, 안은영과 홍인표의 러브라인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시즌 2가 나오면 무엇보다, 매켄지 비중을 늘려줬음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켄지 나오는 부분이 제일 재밌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학교 미스터리를 푸는 것보다는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걸 선호해서 1~4화 매켄지 나오는 편까지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5~6화는 좀 늘어지고 슬퍼지는데, 저는 이 작품은 유쾌함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그 때는 조금 지루했어요. 오히려 저랑 다르게 5화를 가장 인상깊게 보신 분들이 많으셔서, 정말 호불호 있을 작품이니까요, 이번 추석 때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드라마지만, 한 편의 영화를 드라마 형태로 제작했다고 느껴서 끊김 없이 한번에 쭉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곧 소설로 읽어보면서 드라마 속 빈틈을 채워보려고 합니다. 정세랑 작가가 안은영 후속을 준비하실 생각이 있다고 하니까, 소설이 출간되면 시즌 2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시즌 2도 꼭 제작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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