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original '보건교사 안은영" review
"X발 X같네"
오늘도 안은영은 욕을 뱉는다. 똥 씹은 얼굴로 젤리를 썰어댄다. 이는 안은영의 업이다.
-한국형 히어로의 전형적인 모습이였다. 멋진 바디수트를 입은것도 아니고 '보건교사 안은영'이 박힌 가운을 걸치고 무쇠로 만들어진 칼이 아닌 텅텅 빈 소리만 나는 플라스틱 칼을 들고 정신없이 칼을 휘둘어대는 모습. 할리우드에서는 볼 수 없는 CJ감성의 안은영이라는 히어로. 히어로라면 무릇 빌런을 만나면 심금을 울릴만한 명대사 한마디 정도는 나와줘야하는데 안은영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X발, X됐네, X나 짜증나. 하지만 난 이 지점이 우리를 안은영에 미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환상 속 인물이 아니라 내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다 좋았지만 강선이와의 서사가 너무 좋았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사랑으로만 치환시키지 않고 친구,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였던게 좋았다. 은영과 강선의 과거시절 서로 나누는 대화들이 좋았다. 명량소년만화로 가게해준 강선이의 마음이 따뜻했다. 무기하나 없이 그대로 젤리들의 할큄이나 받던 은영이에게 적어도 자신은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좋았으며 은영이를 믿어줘서 좋았다.
결국 서로를 보듬어주는것들은 다들 모난곳이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며, 그렇기때문에 모나더라도 삐뚤어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선이 아파하면서 점점 부서지는게 슬펐지만, 생의 한 가운데 위로받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친구가 있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은영이 외로워보였지만 불쌍해보이지는 않았다.
-기발한 상상력에 또 한번 놀랐다. 일단 젤리가 뭐라고 형용할 수는 없지만 기운? 귀신? 사람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인데 이런 사실을 글로 풀어내고, 그것을 또 영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근데 옴 에피소드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재수 옴 붙었다"할때 그 옴을 젤리로 만들어내는 상상력에 놀랐다. 그 옴을 먹어서 없애주는 옴 잡이가 있고 이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니며 평생을 '존재'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들 모두가 좋았다.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 많이 본 사람들은 알텐데 혜민이 첫 등장이 너무 수상해서 빌런인가? 싶었지만 (안은영에 그런 인물 한 둘이 아님) 그냥 귀여운 옴잡이였던 것도 너무 좋고, 안은영이 자기 외 사람들한테 쥐뿔도 관심 없는듯이 행동하면서 혜민이를 위해 밤새 옴 잡아다주고, 수술시켜주는 모습들이 감동이였다. 그리고 혜민과 래디 서사도 너무 좋았는데 단 하나 걸리는 것은 학교가 이상해지면서 혜민 래디 앞에서 포비아적 발언을 하고서는 그 사건을 풀어주는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서사적 장치로 학교가 미쳐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했던것이지만 그래도 좋았던 점이 백가지가 넘어서 이 단 한가지가 잘 기억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홍인표와 안은영의 서사가 살짝 로맨스적인 면모가 살~짝 없지 않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다. 홍인표가 안은영의 키링남을 자처하며 충전기 역할을 하는것도 좋았고, 은근슬쩍 친구되고 싶어하는 모습들도 웃겨서 좋았다. 처음에는 예민한 고양이처럼 안은영 잘라버릴거라고 해놓고는 안은영 앞에서 조신하게 조잘대는 홍인표가 약간 귀여웠다. 일단 안은영을 미친 인간이라고 생각안하고 신뢰한다는 점도 너무 좋고, 둘이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보여서 좋다. 둘다 다 큰 어른이지만 상처받은 어렸을때의 모습이 남아있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캐릭터들의 입체감이 너무 좋은 드라마다. 여캐들의 비중이 압도적인데 다들 하나같이 다른 모습으로 미쳐버린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좋다.
6부작인게 너무 아쉽고, 책으로는 서사가 반쯤 진행된 것 같은데 시즌 2를 간절히 염원한다.
P.S
보~건 보건교사다! 나를 아느냐~ 나는 안은영
sound track 발매가 시급하며, 수능 금지곡으로 제정해야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