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의 야크> 후기: 추석영화 중에 진짜 복병이 나타났네요. 그리고 <공포분자>와의 연관성! 정말 대박이에요.
어제 <교실 안의 야크>를 보고 왔어요. 목요일 익무 시사회로는 못 보는 상황이라서 미리 봤어요. 이 영화를 보고 부탄 영화를 안 봤던 걸 후회했고 반성을 하게 됐어요.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든 작품이더라구요.
우선 코로나 시국에 정말 안성맞춤인 진정한 힐링 영화였어요. 내용은 간단해요.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변해가는 한 선생님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부탄의 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루나나의 자연 경관이 주는 경이로움과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맑은 영혼이 선사하는 감동이라고 봐요.
순수한 영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실 안의 야크>와 한 핏줄 영화라고 생각되는 <행복한 라짜로>에 라짜로가 있었다면 <교실 안의 야크>에서는 학급반장인 귀여운 펨잠이 바로 라짜로와 같은 존재로 등장해요. 펨잠 역은 실제로 동일인인 펨잠이 연기를 했는데요.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면 누구나 펨잠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실 거라고 장담해요.
<교실 안의 야크>는 단순한 스토리에 감동을 담은 영화인만큼 대중성과 재미를 갖춘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이 작품이 그런 차원에서만 그쳤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이 영화를 좋게 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놀란 지점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도 <교실 안의 야크>가 영화적으로 훌륭한 작품이었다는 거에요. 일단 하나 놀란 것은 이 영화는 결코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는 거에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충분히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영화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거에요. 음악과 풍경을 어우러지게 하는 방식도 그런 걸 느끼게 했고 아이들의 연기나 카메라가 인물과 풍경을 담아내는 거리에서도 그런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흥미롭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절제된 감정의 연금술사라고 할 만한 존 포드의 영화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교실 안의 야크>의 한 장면
존 포드의 <역마차>의 한 장면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의 엔딩 장면
극 중 유겐과 살돈이 울타리를 마주 하고 거대한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존 포드의 <역마차>에서 링고 키드와 달라스가 울타리를 마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유겐과 살돈이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의 엔딩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더라구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의 스테파니 라이
이 영화의 제작진을 살펴보다가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 영화의 감독인 파우 초이닝 도르지의 부인이자 이 영화의 제작자인 스테파니 라이가 알고 보니 에드워드 양의 걸작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 샤오쓰(장첸) 가족의 막내딸로 나왔던 분이었어요. <고령가...>의 마지막 장면에서 라디오를 들고 서 있던 소녀이죠.(첨부사진 참고)
그리고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을 맡으신 분의 이름이 왠지 낯이 익어서 찾아봤더니 세상에!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현재 개봉 중인 <공포분자>를 포함해서 에드워드 양의 모든 영화에서 사운드를 담당했던 두-치 투였어요. 이 분은 더 놀라운 게 우리가 잘 아는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 <비정성시>를 비롯한 그의 대표작들,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들, 허안화의 대표작들,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 <2046>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걸작들에서 사운드 파트를 담당했다는 사실이에요. 한마디로 이 분을 빼면 대만 영화에 대해서 논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라는 거죠. 제가 <고령가...>과 <하나 그리고 둘>을 각각 10번 이상 봤기 때문에 이 분의 이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ㅎ 어쩐지 <교실 안의 야크>를 보다보면 시네마스코프로 촬영된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마치 부탄에 실제로 다녀온 것 같은 경험을 가능케하는데요. 그게 다 새 소리, 물 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이 분이 멋지게 디자인한 덕분인 것 같네요.
에드워드 양의 <공포분자>
종합을 하자면요. 낯선 부탄 영화라고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던 <교실 안의 야크>는 현재 시국에 진정한 위로와 힐링을 줄 수 있는 보석 같은 작품이었고 대중성과 재미만 갖춘 게 아니라 씨네필들도 혹할 만한 TMI와 영화적 탁월함을 겸비한 영화였다는 거에요. 이런 영화라면 입소문만 난다면 당연히 추석 영화에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가 개봉하면 부디 많은 분들이 보러 가셔서 힐링도 하시고 영화적 만족도 얻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행복한 라짜로>때부터 믿고 보는 슈아픽처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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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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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울림이 있는 영화였어요.
자극적인 영화들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어서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ㅎㅎ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witamina님도 이 영화를 보시고 힐링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
정말 좋은 말씀이시네요
리뷰 잘봤습니다
스코티님도 즐거운 추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