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추천 리뷰 (강 스포 포함) - 애니메이션을 영리하게 오마주한 실사판!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스포 버전 링크 : https://extmovie.com/movietalk/59644425
어린시절부터 <뮬란>에 환호하던 세대들에게는 뮬란의 실사 영화 소식이 기대 반 걱정 반인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특히, 아름다운 수록곡들과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 그리고 남자주연 캐릭터가 빠진다는 소식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을텐데요, 저도 그 중 하나였지만, 개봉일에 보고온 결과, 대. 만. 족. 이었습니다. 이번 <뮬란> 실사화 버전은 애니메이션과는 또다른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는데요, 제가 느낀 감상 포인트들을 말씀드릴게요!
1. 애니메이션보다도 명확한 여성 서사, 그리고 주제의 전달!
디즈니는 최근 경향을 받아들여 자사의 여성 캐릭터들에게 주체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수동적인 여성상의 대표격이었던 <신데렐라>에게는 용기와 친절함을 가지라고 (Have Courage and be Kind), <미녀와 야수> 속 벨에게는 마을 사람들에게 괴짜취급을 받더라도 스스로 발명도 하고 여자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지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알라딘> 속 자스민에게는 당당히 목소리를 내라는 의미의 'Speechless'라는 명곡을 선사했죠. <뮬란>은 애니메이션부터가 디즈니에서 가장 용맹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였는데요, 특히나 일명 '여성다움'을 강요받던 뮬란이 노력을 통해 뛰어난 군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사판에서는, 더욱 더 진보적(!)인 뮬란이 등장하는데요,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속 뮬란보다도 더욱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상처입은 뮬란이 의원에게 어쩔 수 없이 여성임을 들키는데 비해, 이번 실사판에서는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천부적인 재능인 '기'를 숨기고 억누르고 있다가, 진실함의 미덕을 본인 스스로 지키기 위해 본인의 진정한 모습과 재능, 자아를 직접 받아들이고 이를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밝혀내지요. 저는 이 부분이 애니메이션보다 월등하게 좋았고, 이번 실사판에서 가장 값어치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갑옷을 벗어 던지고 머리를 풀어헤치며 전투하러 달려가는 장면은 견자단이 왜 '기'를 숨기냐고 물었을 때의 그 복잡미묘한 표정과 대비되어 더욱 크게 다가왔답니다. 감독도 그걸 보여주려는 듯이 해당 장면에 힘을 잔뜩 주고 연출했더라구요. 전투장면에서도 뮬란의 자신감 넘치고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고.... 벌써 4번을 관람했는데도 그 장면보러 또 갑니다...
2. 생각보다 충실하게, 하지만 새롭게 담아낸 애니메이션 속 요소들!
실사판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요소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워 하신 분들, 너무 실망은 마세요...! 생각보다 많은 장면과 요소들을 살려서 담아냈답니다. 하지만 실사판의 분위기에 맞게,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돌려서 담아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애니메이션 <뮬란>을 여러 번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를 보시면서 '와, 이걸 이렇게 바꾸어서 담아냈네?' '어 이 장면, 이 대사 정말 낯이 익은데?' 하는 장면들이 꽤 있으셨을 거예요. 실사판 <라이온 킹>에서처럼 거의 장면을 하나하나 흡사하게 연출하기보다는, <뮬란> 실사판에서는 그런 장면들과 요소들을 새롭게 재해석해서 스토리텔링에 가미시켰어요.
제가 발견한 장면들을 말씀드리자면,
1) 맨 처음 뮬란의 어린시절을 담은 장면에서부터 뮬란이 닭에게 모이를 주다가 조상신 제사에 훼방을 놓는 모습은 닭을 쫓는 장면으로 바뀌고,
2) 무슈가 돌사자상을 무너뜨리는 장면은 뮬란이 불사조 석상의 날개를 부수는 장면으로 바뀌었고 능력을 숨기게되는 사건 스토리텔링의 일부가 되었더라구요.
3) 애니메이션 속 샨 유가 기르는 매는 시아니앙으로 바뀌었고, 귀뚜라미는 아예 동료 중 하나인 크리켓으로 등장했구요.
4) 동료들과 뮬란이 함께 부르던 'A girl worth fighting for'는 가사가 대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5) 뮬란이 여성임을 밝히고 쫓겨난 뒤에 다시 돌아가서 황제가 위험에 쳐했다며 돌아가자고 했을 때 '왜 화 준은 믿으면서 화 뮬란은 믿지 못하십니까!' 라는 대사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뮬란이 직접 했지만 실사에서는 홍휘가 대신 대사를 치는 걸로 바뀌었더라구요. 아마 여성 서사에 도움을 주고 지지하는 남성 캐릭터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홍휘 캐릭터를 만들어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6) 뮬란이 마지막에 집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홍휘와 작별인사를 하고, 홍휘에게 대답을 하지않고 말을 타고 뒤돌아서 훌쩍 사라지는 장면도 애니메이션 속 모습을 꼭 닮은 장면이었습니다.
7) 황궁을 침입하는 유연족의 장면에서 언뜻 지붕에 달린 조각상처럼 보이는 장면도 실사화에서 구현해냈어요. 빠르게 지나가는 씬입니다.
8) 그리고 이건 제 추측인데요, 황제에게 뮬란을 소개하는 궁녀가 나오잖아요. 그 궁녀 배우분이 밍나 웬이라고 애니메이션 뮬란의 성우셨던 분인데, 그 궁녀 복에 봉황 (아마도 불사조)이 그려져있고 그 의상을 중요한 것처럼 정면으로 보여주는 연출을 하는데, 아마 시아니앙이 매로 변했던 것처럼, 이 궁녀가 뮬란을 따라다니며 도움을 주던 불사조였던게 아닐까 싶었답니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정말 좋은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속 뮬란(조상)이 실사판 뮬란(후대)에게 도움을 줬다고 암시해주는 장면이니까 팬인 저에게는 괜히 뜻깊게 다가오더라고요. 처음 볼 때는 아...설마 그렇게 갑옷 다 입혀놓고 황제에게 소개할때는 꽃단장 시키는거 아니겠지...하다가 풀어헤친 뮬란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반전 연출도 참 맘에 들었답니다.
혹시 제가 놓친 애니메이션 오마주 장면들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3. 새로운 캐릭터의 활약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번 실사판 <뮬란>에서는 배우 공리가 '시아니앙'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나온다는 점은 아실겁니다. 예고편에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냈었죠... 영화 속에서도 정말 큰 활약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카리스마 대박...ㅠ 게다가 실사판만의 새로운 세계관인 '마녀와 흑마법의 존재'를 설명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실사판에 추가된 오리지널 서사를 담당하는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마녀로 취급 받아 추방 당한 시아니앙이 여성도 자신의 능력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서사는 요즘 시류인 페미니즘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서사였고, 새로운 캐릭터의 존재 가치와 이유를 잘 받쳐주는 서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 이번 실사판의 오리지널 요소로 애니메이션 속 샹 장군이 사라진 대신 새로 등장한 홍휘는 뮬란과 투닥투닥 하면서 뮬란이 남들 앞에서 기를 발산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그로 인해 여성일 때는 숨겨야 했던 기를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인정해주는 모순된 상황에서 혼란을 겪게 만드는 캐릭터로 잘 활용됐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조력자이자 지지자로서의 캐릭터이기도 했구요. 귀뚜라미 대신 등장한 크리켓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에서처럼 깨알 재미를 선사한 귀여운 캐릭터였어요. 새로운 캐릭터들을 추가한 것이 그냥 다르게 하려고만 한게 아니라 영화 속 오리지널 서사에 필요한 존재들로 활용되었다는 점도 전 아주 좋게 보았습니다.
포스 ㅎㄷㄷ한 시아니앙의 모습... 환불 200% 성공....
4. 아름답고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 화려한 의상과 액션!
땅이 넓은 만큼 기후도, 지형도 천차만별인 중국! 이번 실사판 <뮬란>은 그런 중국을 배경으로 한 만큼 여러가지 자연의 모습을 스케일있게 담아냈는데요,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여러가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점을 실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사막, 숲, 석산, 설산 등등 다양한 자연을 배경으로 스케일 크게 담아냈더라고요. 그냥 봐도 눈 호강이지만, 스크린 엑스로 감상하시면 그런 광활한 배경을 더욱 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왜 스크린 엑스 개봉에 초점을 맞췄는지 느껴졌어요.
또, 화려한 의상과 궁궐의 장면들은 또 얼마나 예쁘게요... 화려한 색감을 이용한 의상과 화장, 그리고 황궁의 으리으리한 전경과 궁성의 모습도 너무 좋았어요. 특히 중간에 평화로운 황궁 장면을 한컷 한컷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세련되게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더라고요. 전투 장면에서의 화려한 액션과 촬영 기법도 좋았어요. 원래 무협 영화를 보지 않아서 이런 연출이 흔한지는 모르겠지만, 촬영 기법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중국 무협 액션 특유의 과장된 액션이 우스꽝스럽게 보여서 평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런 점을 느끼기 힘들게 연출을 잘한 것 같아요. 카메라를 90도 회전하는 장면들도 좋았고, 촌스럽지않고 세련된 의상과 효과를 사용해서 표현하니까 거부감이 없었어요.
5. <뮬란> 속 동양 문화를 바라보는 헐리웃의 시선.
사실 <뮬란> 속에서 등장하는 동양 문화들은 같은 문화권을 공유하는 우리로서는 아주 새롭거나 신비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익숙한 요소예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를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시각이 느껴졌답니다. 영화 속에서 '기'의 개념을 설명하는 장면이 Reflection의 스코어 편곡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서양권 관객들에게 동양의 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임이 느껴져서 우리에겐 익숙한 이 문화가 그들에게는 낯설겠구나 싶었어요. 또, 영화 엔딩 크레딧으로 새롭게 발매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신곡 <Loyal, Brave and True>에서도 동양적인 가사를 풀어내는데, 이 가사가 <뮬란>의 주제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영화를 보다보면 동양 문화 속의 미덕이 충성심, 용기, 그리고 진실함 외에 '효'가 나오잖아요. 저는 이 '효'가 서양에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 문화라서인지 딱 한마디로 정의되는 단어가 없어서 '가족을 위한 헌신 (Devotion to family)' 으로 나오는게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양의 이런 특유의 미덕들을 서양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고도 느껴졌어요.
그리고 '미덕' 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처음에는 뮬란이 아버지의 검에 쓰여진 미덕에 자아를 의지했지만 나중에 검이 사라지고, 자신의 자아가 사라졌다고 느낀 순간에 불사조처럼 환생하는 장면에서, 왜 감독이 굳이 무슈를 없애고 용 대신 불사조를 넣었는지 이해가 됐어요. 다만...그 장면에서 이연걸이 '일어나!'하고 굳이 외치는 부분에서는....'아빠! 일어나!' 가 연상되고....;;;;; 굳이...불사조의 날개를 뮬란에게 붙이는 순간은...연출이 좀 아쉬웠습니다 ㅠㅠ 그 부분만큼은 정말 볼 때마다 아쉬워요. 가족 영화다보니 남녀노소 모두에게 설명이 필요했었던건지... ㅠㅠ 클라이막스인데 개인적으로는 뭔가 힘이 빠지는...연출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런 장면이 있어야 이해를 하기 쉽겠죠 ㅠ
애니메이션 <뮬란>의 팬이자 디즈니사의 팬으로서, 이번 <뮬란> 실사판은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작품이고, 물론 아쉬운 부분들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만 (특히 4DX 효과는 말 타는 효과나 적재적소에 바람이 불어오는 등 자연을 느끼기에는 좋긴 했습니다만, 용산 프라임 석에서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큰 메리트는 못 느꼈습니다....ㅠ 나쁘진 않았지만 기대를 너무 했었나봐요) 전 아주 크게 만족하면서 본 작품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그대로를 옮기는 실사판보다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실사판을 더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기대한 것보다 만족하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오늘도 5회차 관람하러갑니다...ㅠ
다음 주 아이맥스 개봉도 큰 기대감을 안고 기다려봅니다...!
이든K
추천인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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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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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감상하면서 머리속에만 있던 공감하던 부분을 그대로 디테일하게 글로 읽게 되네요.
세가지 훌륭한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글 많이 남겨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