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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 예고편을 보고...

클랜시 클랜시
686 0 0

얼마 전에 해당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어요.
원작 웹툰의 존재는 알았고 옴니버스 형식인 것도 알았지만
개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요.

간만에 '국산 호러 애니'가 나온다는 반가움에 본 예고편은 너무나 익숙했습니다.
핵심 소재의 아이디어가 제가 예전에 공개한 웹소설과 너무나 유사했거든요.
당황했고 해당 웹툰을 찾아봤더니 아이템의 설정만 유사하고 이야기는 다르더군요.

표절을 논하자는 건 아니고....(표절이란 생각도 안 들고요)
그저 인기 없는 작가는 아무리 좋은 소재도 주목받지 못하는 구나
아니면 반대로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재주 없는 작가는 그것을
주목받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구나
두 가지 상반되지만 비슷한 결론에 맥이 빠졌달까요...

밥먹고 살기도 힘들어진 빠듯한 생이 스스로를 각박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웹소설 판에선 용돈벌이도 안 되는 주제와 쟝르가 웹툰에선 잘 나가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유료공개 된 해당소설 일부를 첨부해봅니다.


///

열여덟 번째 차림. 아름다운 얼굴


온통 보라색으로 치장된 대기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최면에 걸린 듯 어지럼증이 일었다. 공기 중에선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냄새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향들이 뒤섞여 저마다의 개성을 잃어버린 채 뭉개지면서 만들어진 악취였다. 개중엔 강렬한 향수 냄새도 섞여있었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태우며 나는 쾌쾌한 냄새도 섞여 있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은 채 대체 내가 왜 이곳에 앉아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학생시절 전국규모의 학생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할 때만 해도 나의 목표는 확고했다. 덕분에 대학 진학 때에도 별다른 고민은 없었다. 학창시절 수상성적만으로도 특기자 전형에 합격 요건이 충분했지만 나는 담당 교수들도 참석한 최종 면접에서 그들마저 입이 벌어질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학생 수준을 이미 넘어서 엄청난 몰입을 보여주는 나의 실기 면접은 그대로 하나의 단독 무대였다. 연기 전공으론 전국 최고를 자부하는 학교의 교수들도 놀라움에 고개를 내저으며 나의 입학을 환영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진입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틀어졌다. 아니다. 시원찮은 돈벌이나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고 연극무대에서 바닥부터 올라갔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졸업반이던 여름, 방송사 탤런트 시험에 응시했고 당연하게 합격했다. 그때만 해도 그것이 내 인생 황금기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문제는 공채 탤런트가 된 직후 불거졌다. 방송국에서도 연기력 때문에 일단 뽑아놓긴 했지만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 한들 화면에 비춰지는 그림이 예뻐야만 하는 TV 특성상 나는 방송 부적합이었다. 그 시절 내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확실히 예쁜 얼굴은 아니다. 몽골계 특유의 작고 찢어진 눈매하며 그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입술, 게다가 넓고 각진 턱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와 마임 훈련을 하는 사이 벌어진 어깨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커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외모로 인한 차별은 학생시절부터 익숙했으니까.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생각으로 그것이 아주 작은 단역이든 재연 쇼프로그램의 허접한 분장을 하고 하는 외국인 역이든 간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예쁘장한 얼굴에 중학생 수준의 연기를 하는 연예인이었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얼굴의 전문 연기자는 아니었다. 주연이 힘들다면 개성파 조연으로서 연기를 인정받으면 된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예쁘진 않지만 한 번 보면 각인되는 강한 인상과 거기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잘 단련된 몸매를 가진 나는 조연으로서도 적당히 쓸 곳이 없었다. 게다가 주연 배우의 조악한 연기가 묻히게 만들 정도의 화면 장악력 역시 문제였다. 상대배우도, 감독도, 스폰서도 심지어 시청자들도 추녀가 화면을 압도하는 연기를 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성형외과를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캐스팅 제의가 아니라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과 그것을 다시 만회하려다 생긴 성형중독 증세였다.

...(중략)

"어머, 이 언니 정말 아무 얘기도 못 듣고 왔나 보네. 오늘 하루만 고생하면 돼. 내일이면 자기가 원하던 얼굴이 되어 있을 거야. 내가 괜히 프로겠어? 그리고 다른 돌팔이들한테는 수술이라고 해도 되지만 내가 하는 건 수술이 아니라 예술이야 자기. 그 차이 알겠어? 자 일단 이쪽으로 와서 누워봐."

그녀는 방안으로 나를 안내하더니 한가운데 놓인 치과용 의자 위에 나를 앉혔다. 나는 하루면 얼굴을 고쳐주겠다는 말에 슬슬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도 결국 의자에 앉고 말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기꾼들에게 그런 사탕발림을 들으며 수술대에 누웠던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이 엉망진창인 얼굴을 만드는 데에 허비했던가. 참았던 설움이 다시 복받쳐 올라왔다.

"어머, 우는 거야? 웬일이니, 울지 말어. 울면 내 예술 망칠 수 있으니까. 자, 이제부터 설명 해줄게, 자기."

그녀는 보라색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더니 얼굴에 무언가 찐득찐득한 액체를 바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질척한 진흙 같은 느낌이었지만 안에선 은은한 꽃향기가 풍겼다. 그리고 얼굴에 닿는 순간 무슨 작용이라도 일으키는지 피부에 착 달라붙으며 천천히 열을 내뿜어대기 시작했다.

"놀라지 말어. 가만히 있으면 돼. 이건 내가 만든 특수한 약품인데. 이걸 바르고 있으면 자기 얼굴이 굉장히 부드러워져. 꼭 밀가루 반죽처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고. 그러고 나면 내가 직접 얼굴형을 다시 잡아 주는 거지. 자기가 원하는 바로 그 얼굴로 말이야. 대부분 성형을 하려는 사람들은 유명인 얼굴을 닮고 싶어 하지만 그건 예술적 감각이 부재된 거야. 하긴 개중엔 내 작품도 많으니까 꼭 그렇지도 않지만. 하여간 이제부터 나는 자기가 아까 설문지에 대답한 것을 기초로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창조할거야. 아마 자기 맘에도 쏙 들 거야."

나는 얼굴이 마치 뜨거운 물에 담근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얼굴에 묻은 반죽이 내뿜는 향기에 취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중략)

그 후로 내 인생 두 번째 황금기가 찾아왔다. 단지 시내를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여러 곳의 기획사에서 픽업을 하려 들었다. 새로운 프로필을 돌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몇 개의 CF를 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나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그 여세를 몰아 투입된 드라마에서 조연급 캐릭터로 주연들마저 빛이 가릴 연기를 보여주며 실력까지 인정받게 된 나는 얼마 못 가 최고 인기 남자배우를 파트너로 영화 주연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되었다. 최선을 다한 연기를 선보인 영화는 흥행에 대 성공을 거두었고 일약 올해 최고의 신인으로 각광 받으며 드디어 나는 인기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성형비용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통장에 억 소리 나는 돈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꼬박꼬박 10%를 마담에게 송금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종종 그녀와 통화를 할 때마다 그녀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내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연말이 되자 나는 국내 최고의 영화제라 평해지는 시상식에서 당당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중략)


그녀는 핸드백에서 원형의 양철통을 꺼내 들더니 거기에 달려있는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녀의 행동에 놀란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폭탄 아니냐며 수군대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게 뭔지 알아? 어렵게 구했지 이 통 안에는 바곳을 농축한 게 들어있어. 이거 하나면 이곳 식장 안은 바곳연기로 가득 차게 될 걸. 도망쳐 봐야 소용없어!”

“안 돼, 그건 안 돼!”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통을 빼앗으려 했다.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뒤로 넘어뜨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미 통에서는 연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후였다. 곧 지독한 탄내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얼굴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나는 고함을 지르며 선배가 쓰고 있던 방독면을 벗겨 버렸다. 방독면 아래 드러난 그녀의 얼굴이 공포에 질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더니 벌벌 떨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기얼굴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자기 얼굴에 닿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찰흙 반죽을 누른 것처럼 그녀의 손이 닿은 얼굴 피부가 안으로 쑥 들어가 버린 것이다. 게다가 점차 그녀의 얼굴 전체가 탄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아래로 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열에 녹아내리는 양초처럼 선배의 얼굴은 아래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공황상태에 빠진 채 뒤로 물러서니 시상식장 여기저기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상식이 진행되던 홀 곳곳에서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배우들이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채 밖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배우들이 괴물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헐레벌떡 밖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볼썽사나운 광경이었지만 그보다 흉측한 것은 애써 손으로 가린 그녀들의 얼굴이었다. 그들 모두가 내 앞에 주저앉은 선배 연기자처럼 얼굴이 녹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턱 근처에서 아래로 잡아끄는 묵직한 덩어리가 느껴진다. 눈은 좀 전부터 매운 연기에 아무리 감아보려 해도 좀처럼 감기지 않는다. 아무리 입을 오므리려 해보아도 마치 입술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이빨사이로 연기가 쉴 새 없이 새어 들어왔다. 얼굴 밑에 간신히 매달린 거대한 덩어리를 손으로 부여잡으려 애써본다 하지만 그것은 허망하게 부서진 스타의 꿈처럼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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