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한니발 정주행 마쳤네요~.

왓챠에 올라왔을 때 열심히 챙겨봤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블러인 부분이 블러 아닌 부분보다 더 많은 화면을 보면서는

도저히 집중이 안 되서 중도포기했던 전력이 있던 한니발.

넷플릭스에 블러 없는 원본으로 올라온 걸 보고

다시 봐야지 마음먹고 있다가

곧 종료된다는 걸 보고 나서야 겨우 시작해서 마쳤습니다.

감상은...

1시즌이 제일 재밌다...

정말 독특한 느낌의 작품인 건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한니발 시리즈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수사물 같은데...

그건 정말 뻔뻔한 속임수고,

고딕한 호러물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다가 뒤로 가면 갈수록 고어한...로맨스물이 됩니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아요.

완전히 장르가 틀어진 이후에도 정말 뻔뻔하게 계속해서 수사물인 척을 해서

그 쪽의 재미를 기대하고 보는 사람에게는

줄거리의 맥락도 없고 캐릭터는 답답하니 겉돌기만 하고

답을 찾아가는 쾌감은 전무한 엄청 못 만든 수사물이 되거든요.

근데 호러스릴러로서는 이게 참 분위기가 끝내줍니다.

하지만 두번째 관문인 로맨스에서는...저도 무너졌습니다.

사실 로맨스 그 자체는 좋아요.

하지만 그 부분에서 한니발을 지나치게 신격화시켜버려서...영 이야기의 긴장감이 안 살더군요.

이게 어느 정도냐면

한니발이 신나게 얻어터지고 죽기 직전에 겨우겨우 살아났는데

주인공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이 하나같이

그게 다 한니발이 의도한 거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캐릭터를 두고 무슨 긴장감이 생깁니까?

물론 한니발이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이미 악마적 카리스마를 가지고 전능에 가까운 활약상을 보였습니다만,

영화가 미친 살인마에서 점점 더 초월적인 존재로 나아간다면

드라마에서는 초월적 존재에서 점점 인간미를 갖추고 애증과 질투에 사로잡힌 존재로 바뀌어 갑니다.

근데 그 전능함은 점점 심화되면서 보는 저에게는 전혀 납득이 안 돼요.

정신병원에 갇혀서 변기도 빼앗긴 채로 '윌은 날 봐서 좋았어요?'라고 하는 중년 아저씨를 두고

언젠가는 저기서 탈출해서 나를 먹고 말 거라고 겁에 질린 사람들한테 공감하기에는

한니발의 카리스마가...매즈 미켈슨의 분위기로도 다 감당이 안 되더군요.

물론,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윌 그레이엄과 한니발 렉터 사이의 잔혹하고 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관계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우아하면서도 기이한 화면때깔과 함께

여전히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재미없다고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1시즌이 제일 좋았어요.

로튼토마토의 압도적인 호평도 이해가 가고

3시즌만에 종영된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ㅎㅎㅎ

덧. 마지막 결말은 푹 빠져서 보긴 했습니다.

     근데 쿠키 영상은 열린 결말을 망쳐버린 것 같아 맘에 안 들어요.

덧. 수사물로서는 영락없이 빵점이라고 하는 예를 들자면 말이죠.

     마치 한니발을 놔주려고 작정한 것처럼...

     살인 현장에서 한니발 지문이 떡하니 나왔는데

     이 녀석이 지문을 남길 리가 없어! 라면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냅따 수사 선상에서 한니발을 제외시키는 'F.B.I.' 엘리트들을 보면...

     옛 유행하던 말로 정신이 아득해지는...뭐 그런 거죠...

     거기다 지들이 저따구로 행동해 놓고는

     오오, 한니발 박사 역시 대단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한니발 박사~~~!!!

     한니발을 잡기 위해 기도할 시간에 한니발한테 잡히지 않기를 기도해라~~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