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다만 악 리뷰 (강스포, 반말주의)
이전에 <안시성>을 보면서 외국 영화를 많이 따라 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액션 중엔 보기 드물게 잘 찍었다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 전 시사회를 참석할 기회가 생겨 코엑스까지 갔었다. 멀어서 방문하지 못했던 돌비관에서 열려 영화도 돌비관도 잔뜩 기대를 하고 관람을 했었는데 진짜 엄청난 쇼크를 받고 나왔다. 마치 일반관이 애니콜이라면 돌비관은 노트 10이랄까? 명암비가 확실하고 어두운 장면에서도 디테일이 살아 뚜렷하게 보였고 컬러감 또한 뛰어났다. 땀 방울 하나, 눈동자에 스미는 색 하나, 어두운 데서 드러나는 카리스마 등 일반관에선 잘 보이지 않을 것들이 보여 굉장히 두근두근했다. 그래서 첫 관람엔 영화가 좋기도 했지만 돌비뽕을 제대로 맞아 다만 악 N차를 결심했다. 그리고 일반관에서 보고 나니 확실히 스크린이 어둡고 디테일이 떨어져 첫 관람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악은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황정민의 묵직하면서도 감성적인 연기, 이정재의 날것에 가까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박정민의 새로운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었던 연기, 아역의 슬프고 무서워하며 보이는 무표정 연기 등 배우들의 연기가 주조연 할 것 없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냈다. 처음 인상적이게 본 배우는 이정재였는데 그는 악역을 할 때 빛나는 사람인 것처럼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흰 코트를 휘날리며 등장한 첫 등장씬부터 첫 액션이 나오는씬에서 책상을 뛰어넘으며 슬로우가 걸릴 때 그의 표정은 진짜 '억'소리가 날 만큼 살벌하고 무서웠다. 황정민과 마주하는 철장씬에서도 칼로 철장을 뚫어버릴 듯한, 아니 카리스마로 이미 철장을 뚫어버린 듯한 그의 연기는 진짜인 것처럼 살이 떨렸다. 소화하기 어려운 패션과 그가 들고 다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킬러의 삶은 정리하고 싶지만 다른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던 황정민이 맡은 인남 또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줬는데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이를 지키려 노력하며 변해가는 그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는데 특히 마지막에 딸이 구출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아이에게 가해질 위험을 차단하고자 레이와 함께 자폭하는 그 장면은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생각된다.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서 전에 없던 연기 변신을 보여줬는데 그래서인지 시놉이나 어떤 스틸컷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없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는데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때 난 CL이 우정 출연을 해줬나 했었다. (노래 부를 때 모습이 굉장히 닮아 보여서...) 트랜스젠더라는 캐릭터를 웃음거리로 삼지 않은 게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연기하는 모습에서 열심히 연구해서 연기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XX 년'이라는 욕은 괜찮아도 'XX 놈'은 참을 수 없었던 그의 모습이 재미있었고 대사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들었다. 특히 구치소에서 하루를 머물렀을 때 수염 자란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돈이 없어 호르몬 주사도 맞지 못하는 그의 상황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은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액션은 고속 촬영과 슬로우, 다각도 촬영과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하여 전에 없던 장면들을 연출했는데 타격감이 엄청났으며 역동적이면서도 흔들림 없는 장면들이라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도 신선하게 볼 수 있고,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반겨 할 것 같았다. GV 때 촬영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떻게 어느 부분에 타격이 들어가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싶어서 고민 끝에 찍었다고 하는데 촬영감독님과 배우들, 무술감독님의 합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늘 응원해야 마땅하다. 처음엔 슬로우가 너무 많이 걸린다던 후기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N차를 하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았다. 확실히 슬로우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지만 '여기에 굳이?'라는 장면 또한 보이더라.
그리고 특히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직접적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없단 것과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신파가 없다는 점이었는데 한국 누아르, 액션,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영화의 흐름을 위해 불필요한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많이 넣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간접적으로 보여주되 <세븐>처럼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만들어준다. 이것 때문에 불만일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사람의 상상에 따라 더 잔인해질 수도, 덜 잔인해질 수도 있는 장면들을 보여줘 관객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15세 이용가로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거기에 적절한 사운드트랙과 음향효과가 들어가니 잔인한 장면 없이 살 떨리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색감도 대단했는데 일본과 한국에선 블루 계열의 차가운 느낌으로 그들의 인생을 보여줬다면 태국에서는 노란빛으로 그 나라의 더위, 그들이 밀고 나가는 어떠한 것, 액션 등이 더 돋보였다. 그리고 끝내 파나마에 도착했을 때 영화는 원래의 색을 띠며 누군가 바라보는 듯한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파라다이스를 꿈꿨던 그곳에선 행복했을까.
서사를 지적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난 이 영화의 서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면 원래 추구하던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산으로 가기 마련인데 '딸을 지켜낸다.'란 간단한 서사로 이 정도의 액션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가 보여줘야 할 건 다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간단한 서사이기 때문에 연상되는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아저씨>, <테이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개인적으론 한국 영화만 놓고 봤을 때 <아저씨> 이후로 이런 액션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꽤 많은 관객을 동원했을 거라 예상되고 코로나 시점에서 이 정도면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오고 있어 한국 영화가 다시금 발전하고 극장이 붐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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