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포물 <반교 : 디텐션> 언론 배급 시사 후기 -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공포
대만 공포 게임을 각색한 영화 <반교: 디텐션>을 관람하였습니다. 작년 부국제에서 놓쳐서 상당히 아쉬웠던 걸로 기억나는데요, 어언 1년이 지나 드디어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원작 게임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던 저는 국산 호러 게임 <화이트 데이>와 같은 말초적인 공포를 기대하였는데 의외로 진중한 역사의식과 메시지가 담겨 있어 제가 생각했던 가벼운 오락물이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의 연출에서는 게임 플레이의 느낌이 강하게 났습니다. 양초 하나의 불빛에 의존한 채 인물의 관점에서 긴 학교 복도를 걷는 POV 숏은 RPG를 플레이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반면 원작 게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영화적인 미장센이었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잔혹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미적인 장면이 많았고 그 중 몇몇 장면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공포 연출에 치중한 1부와 달리 2부와 3부에서는 공포의 근원이 되는 인물 관계를 조명하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칩니다. 공포보다는 드라마와 추리 요소가 두드러져 영화 후반부에서는 공포물로서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정말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공포 그 자체가 아닌 억압적인 시대의 공기 속에서 고통받은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후반부의 내러티브가 더욱 무게감을 지닙니다. 반공을 주창하면서도 정작 공산 정권만큼의 국민 탄압을 자행하던 대만의 60년대 군부 정권 시절을 다루고 있는데, 동 시기에 비슷한 유형의 정치사를 겪은 한국 관객에도 마냥 낯설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유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관객들에게 <반교: 디텐션>은 민주화 이전 정권 억압의 비극을 상기시키고 자유의 소중함을 역설합니다. 과거 시대의 흔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호러의 문법을 빌려 꽤나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때로는 이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나 보는 이에 따라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공포 영화로서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아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반교: 디텐션> 추천드리며, 좋은 기회 주신 익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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