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X)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폭주하는 아드레날린 기관열차 (Feat. 다크맨님 천사..ㅠㅠ)
재개봉 명작이나 기획전 영화가 아닌, 최신 극장 개봉 영화를 보면서 진심으로 온전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꼈던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를 정신없이 흔들어대기만 하고 막상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하품만 나오는 형편없는 액션 장면들만 주구장창 봐오다가, 액션 장면을 보고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것도 도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그런 것들을 모두 경험하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COVID-19 사태가 터진 후, 최신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흥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미친 영화였구요, 영화를 본 후 후유증이 너무 커서 관람 직후 단평글만 짧게 올려두었고, 장문의 상세 리뷰를 쓰기까진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요, 이 영화 정말 제대로 돌았습니다.
사실 포스터와 홍보문구만 보고 영화를 기대한다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닌데, 이 영화가 딱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포스터의 전반적인 거칠고 또 거친 느낌, 거칠고 또 거친 황정민과 이정재 배우님의 모습, 그리고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이라는 카피... 이걸 보고 도대체 어떻게 기대를 안 하나요.. 포스터를 본 순간부터 “이 영화는 내 스타일이구나”라는 걸 짐작해서,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도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궁금하긴 한데, 동시에 예고편 스포조차 당하기 싫어서, 예고편을 계속 스킵하며 대략 2~3초 만에 넘겨봤습니다. 그렇게 스킵하면서 보는데도 이 영화의 감각적인 미쟝센은 숨길 수 없더군요.. 홍경표 촬영감독님 is 뭔들...
근데 사실 이 정도까지 영화를 기대하다보면, 본편이 기대치를 뛰어넘는 게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스스로 세팅해놓은 기대치가 워낙 말도 안 되게 높다보니, 실제 영화가 웬만큼 좋아서는 이 기대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그 어려운 걸 다만악이 해냅니다... 영화가 끝난 직후, 할 수만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2회차 관람하고 싶었습니다. 한 쇼트 한 쇼트에서 아름다움이 뚝뚝 떨어졌는데, 이 공 들인 영상을 한 번만 보는 것은 못할 짓 같았습니다. 극장 개봉하면 곧바로 달려가서 다시 볼 계획입니다.
뭔가 주체할 수 없는 덕심이 폭발한 글인 것 같습니다만..;; 지금부턴 좀 디테일하게 영화 속 관전 포인트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먼저, 당연히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액션”.. 액션 부분에 대해선 사실 ‘영화가 좋다’ 프로그램의 ‘아찔한 인터뷰’ 코너에서 황정민 배우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 가장 정확한 한줄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중략) 카메라를 속이면서 맞은 척하고 때린 척을 하는 거잖아요, 실제로 때리는 게 아니라... 근데 여기 (다만악) 에선 진짜로 때려요.” 이 한 마디만으로 이 영화 속 액션의 훌륭함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끝난 것 같습니다. 요즘 관객들은 굉장히 민감합니다. 가짜로 하는 건 바로 알아차리죠. 근데 이 영화는 가짜가 아니라 실제로 하기 때문에 그 리얼함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다만악 속의 액션 장면들은 충무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들일 거라 예상합니다. 기존의 액션 영화들은 액션 장면들의 가짜 부분들을 숨기기 위해 카메라를 과도하게 흔들고, 심지어 그 흔들리는 영상들마저 시도때도 없이 컷 전환으로 바꿔버려서, 도대체 내가 뭘 보는지 헷갈리게 했다면, 다만악 같은 경우엔 오히려 액션 장면들에서 컷 전환도 하지 않고, 슬로우모션을 활용해서 타격을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는 제가 다 아파왔으니 말 다했죠. 분명 2D로 관람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4DX로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런 게 진정한 액션이죠. 이건 정말 아무리 입 아프게 설명해도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직접 보는 수밖에 없어요.
다음으로, “액션”과 어느 정도 연관되는 부분인 “촬영”입니다. 인터뷰 도중 이 영화는 “실제로 때렸다”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 중 장면들처럼 주변 소품이 나가떨어질 정도로 세게 때리는 부분, 혹은 칼로 찌르는 부분들을 실제로 촬영하셨을 리는 없습니다. 근데 그 부분들이 이질감이 크게 안 느껴지고, 매우 자연스러운 까닭이 바로 편집점까지 미리 고려하며 디테일하게 짜여진 촬영 플랜일 것입니다. 슬로우모션으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정상 속도로 진행되었다가, 다시 슬로우모션으로 갔다가.. 이 페이스가 굉장히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슬로우모션이 남발된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고, 모든 것이 훌륭한 속도감과 리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존 윅> 시리즈의 타격감 넘치는 실제 액션과 <300>의 슬로우-->패스트 리듬의 장점들만 골라온 액션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액션 부분들뿐 아니라, 영화 속 샷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습니다. 낮 장면들의 샛노란 색감, 밤 장면들의 시퍼런 색감, 이정재 배우님 의상의 새하얀 색감, 그리고 배우들의 얼굴에 묻은 피의 새빨간 색감... 모든 색감들이 마치 3D로 화면 속에서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적용이 안 된 건 알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야말로 돌비 비전으로 볼 수 있다면 정말 예술이 아닐까...싶었습니다. 영상미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모그 음악감독님의 "음악" 역시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죠. 배우 분들의 열연, 그리고 디테일한 촬영이 물론 인상적인 영화였지만, 배경에 깔리는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주는 쾌감과 박진감은 훨씬 덜했을 것 같습니다. <버닝>에선 심플하지만 어딘가 몽환적이고 미스터리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음악을 들려주셨다면, 이 영화에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음악을 들려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이신 영화음악 작곡가 분들 중에 장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시는 분 중의 한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의 OST가 정식 출시되면 한동안 열심히 들을 것 같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이미 아시겠지만, “배우”입니다. 연기 구멍이 아예 없어요. 구멍은 커녕, 극 중 모든 배우 분들이 평균 이상의 연기를 선보이십니다. 짧게 등장하시는 단역이나 우정출연 배우 분들까지 포함,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굳이 인상적이었던 한 분을 뽑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정재 배우님을 뽑고 싶네요. 일단 기다란 흰 자켓과 목 타투를 하고 처음 등장하신 부분부터 시선은 오로지 이정재 배우님에게.. 이유를 불문하고 그냥 죽여야 분이 풀리는, 그냥 세상이 불 타는 걸 보고 싶은, 어찌보면 조커와 매우 비슷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인 레이의 광기를 눈빛만으로 표현해내시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정재 배우님의 대사를 전부 뮤트시키고 봐도 눈빛만으로 압도당할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로 레이의 레오파드 재킷 뱃지와 목 타투 스티커가 나오면 좋겠다는 망상을 해봤습니다..ㅋㅋㅋ 그리고 물론 황정민 배우님 역시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전 청부살인업자의 심정을 눈빛만으로 전달하셨죠. 최희서 배우님 같은 경우엔 최근 본 영화 연기 중 가장 리얼한 눈물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진짜 저거랑 똑같이 울 것 같다...싶은 연기여서 그 장면에 제대로 감정을 실어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박정민 배우님... 스포 때문에 언급 못하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습니다. 늘 도전하는 배우라는 걸 제대로 느끼게 해준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박명훈 배우님! <기생충>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뵈었다가 이 영화에선 너무나 멀끔한 모습으로 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ㅋㅋ 조연이었지만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네요.
올 여름 충무로는 다만악입니다. 돌비 애트모스 믹싱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되었으면 좋겠네요. 극장 개봉하면 열심히 달려가서 N차하겠습니다..ㅠㅠ
+) GV가 끝난 후 퇴장로에서 다크맨님과 동선이 겹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예상 외로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본인이 일전에 올린 다만악 평이 너무 오버스러운 건 아니었던지, 본인의 평 때문에 익무 분들이 기대를 만땅하셨다가 실망하신 건 아닌지 걱정하시며 시사회 직후 익무에 올라온 반응들 체크하시더라구요. 그런 걱정 일체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이 영화는 그럴만한 영화였어요..! 오버가 아니라 진짜 영화가 그만큼 좋습니다.
근데 가시기 전에 무언갈 쥐어주고 가신 다크맨님...
아아... 그는 다크맨이 아니라 다크 앤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ㅠ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할게요...크흑..
추천인 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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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더 좋다는 건 안 비밀...ㅋㅋ 근데 굿즈 진짜 예쁘게 나왔어요 ㅠㅠ
키링 멋지던데..
해외에서도 인기 끌어서.
이정재 캐릭터 피규어라도 나와준다면 좋겠단 생각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