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GV 시사회 후기
관람하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줄거리, 예고편 정도가 전부였는데, 줄거리만 보면 매우 단조롭고 흔해 보여서 스토리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이고 독특한 분위기와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출연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신세계>를 매우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황정민, 이정재 배우의 재회가 반가웠고, 특히 베일에 싸인 박정민 배우의 정체도 너무 궁금했습니다. 또한, 당일 언론배급시사회의 반응이 엄청 좋다고 하길래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한 채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관람 전에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단순하고 많이 봐온 느낌이었습니다. 딸을 구하는 암살자 ‘인남’과 형제의 복수를 위해 그를 쫓는 ‘레이’의 추격전, 이것이 전체 줄거리입니다. 생각할 거리를 주거나 교훈적인 메시지에 집중하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관람 이후에 길고 깊은 여운이 남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스크린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마력을 느꼈습니다. <테이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연상되는 영화가 여럿 있었고, 배우들 때문인지 <신세계>도 종종 떠올랐는데, <신세계>가 단정하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분위기였다면, 이 영화는 비교적 묵직하고 야성적이고 치열하며 본능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외의 요소들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매력은 역시 액션이었습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의 롱테이크, 슬로우 모션과 패스트 모션 등의 연출은 타격감과 짜릿함을 배가시켰고, 더욱 리얼하고 뚜렷한 액션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맨몸 격투뿐만 아니라 총기, 칼 등 무기를 이용한 난투 및 차량 액션 등 매우 다채로웠습니다. 액션 장면을 보면서 무술 감독과 배우들의 노고가 느껴졌으며, 촬영 감독의 역량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태국, 일본의 이국적인 배경은 일상적이지 않아 낯설면서도 개성적이었습니다. 그동안의 한국 영화와는 색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다양한 미장센이 두드러지는 로케이션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짐승 같다’였습니다. 클로즈업 샷으로 비춘 주인공들의 표정에서 마치 들개 또는 늑대가 사냥감을 노릴 때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액션은 야생의 민첩한 짐승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자식을 구하려는 ‘인남’, 형제의 복수 또는 사냥의 본능으로 ‘인남’을 쫓는 ‘레이’ 등 각각의 캐릭터의 입장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유이’는 긴박감 넘치고 무거운 분위기에 활기를 주어 긴장의 완급을 조절해주는 감초의 역할과 동시에,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서 ‘인남’과 ‘레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연민과 동정의 마음으로 ‘인남’을 돕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그의 모습은 세 주인공 중에서 그나마 가장 이성적이고 인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몇 번이고 소리 지르고 박수 치고 싶은 충동을 참다가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야 모든 관객과 함께 박수를 칠 수 있었습니다. GV에서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해외 로케이션과 액션 촬영에 관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뜻밖의 손님으로 박정민 배우가 참석해서 ‘유이’ 캐릭터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관람하면서도 느꼈고, GV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영화는 무조건 여러 번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액션, 음악, 스토리, 공간이나 조명 등 미장센, 그리고 배우의 열연 등 볼거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요소에 집중하며 감상하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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