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리뷰 - 분노 담긴 맥스의 질주가 부산행 (스포)
<반도> 보고 왔습니다.
4년 전(벌써 무려 4년 전입니다) 개봉한 <부산행>은 성공한 시도였습니다. 한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도 힘들었던 좀비물임을 전면에 내세웠죠. 배우 공유, 마동석, 정유미 등 화려한 배우진들부터 그동안 찾기도 힘들었던 풍부한 볼거리까지 <부산행>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막판의 한국 입맛에 맞춘 신파조차 호평의 일부가 되었고,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죠. 인간의 극한의 이기심을 보여주는 악역도 각광받았었죠. 그렇게 한국 영화계에 심심한 혁명을 일으켰던 <부산행>과 그 프리퀄 <서울역>이 지나가고, 트릴로지라면 트릴로지일 이 시리즈의 속편 <반도>가 개봉했습니다.
뚜렷한 장단점 중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밌습니다. 단순히 오락용으로 즐기기는 좋아요. 초반 간단한 배경 스토리는 <부산행>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듯 했고,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반부터 나오는 카체이싱. 상당히 박진감 넘칩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여러 지형지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장면 장면을 잘 살렸더라고요. 보고 나면 4DX 생각이 절로 납니다. 부릉부릉하는 체어에 몸을 맡기도 싶은 느낌. 하나 더 장점을 꼽자면, 조연분들이겠죠. 주연들 사이의 조연분들이 더 눈에 띕니다. 권해효 배우님은 자신의 역할에 맞는 연기를 충실히 해 주셨고, 구교환 배우님과 김민재 배우님도 '캐릭터와는 별개로' 좋은 연기를 펼쳤어요.
자 이제 메인 포인트입니다. 이 영화는 어째서 이렇게 혹평을 받는 걸까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전 캐릭터라고 봅니다. 캐릭터가 많지도 않고 길게 출연하는 캐릭터가 드문데도, 도구 사용되듯 버려지는 캐릭터들이 많아요. 권해효 배우님의 캐릭터인 노인은 제대로 된 활약조차 한 번 못 하고 중반 요상한 노인으로 나오다가 막판 신파의 재료로 희생당합니다. (솔직히 저렇게 빨리 날아오는 총알을 그 빠른 순간 막아낼 수 있었을까도 의문인데.. 일단 넘어가구요. 그런 거 하나하나 짚으면 끝도 없으니.) 김민재 배우님의 캐릭터와 구교환 배우님의 캐릭터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면모에 극한에 치닫는 감정들을 캐릭터에 녹여냈던 <부산행>의 악역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막판이 되면 <부산행>의 '그분'이 그리워질 정도. 재평가 받아요 진짜.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신파들은 잘 쌓아오던 탑을 한번에 무너뜨립니다. 잘 가던 사람의 발목을 잡는 것도, 마술에 가까운 우연을 건드리는 것도 언제나 그들입니다. 슬슬 몰입하며 영화를 보려고 하면 자꾸만 보이는 신파들이 눈에 밟힙니다. 이건 개인에 따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신파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별로였네요. 차라리 <신과 함께>나 <부산행>처럼 막판에 터뜨리든 했으면 이것보다는 나았을 텐데.. 긴장되는 전투 직전의 상황에서 갑자기 나오는 '엄마 곧 따라갈게'수법은.. 듣자마자 손이 사라질 뻔했습니다. 인물들이 사망 플래그를 세우고들 죽으니, 공포감도 덜한 건 사실이겠네요.
액션은 좋았지만, 그 이외에 다른 걸 기대하고 가셨다면 실망하셨을 것 같네요. 일관되지 않은 분위기에 낭비되는 캐릭터가 안 좋은 쪽으로 인상깊었던 영화였습니다. <부산행>보다 스케일도 커졌고 재미도 더해졌지만 전작에서 잡았던 걸 이번에 다 놓쳐 버렸네요. 액션 영화로 밀고 갈 거면 액션, 신파로 밀고 갈 거면 밑밥이라도 깔았어야 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방향성을 상실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어요. 한국 영화에서 갑툭튀 모성애 지겹습니다 이제.
2.0 / 5.0
해피페이스
추천인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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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파신이 길어서 호흡이 끊기다보니 조금 더 짧고 굵게 갔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싶어요.
제목에서 빵터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