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작 <괴물>의 프리퀄 <더 씽> (2011)
저는 SF 호러의 걸작으로 꼽히는 존 카펜터의 원작보다 이 프리퀄을 먼저 봤습니다. 원작은 좀 나중에야 봤죠.
결론은 둘 다 재미있게 봤는데, 순서가 틀려서 그런지 2011년작을 볼 때 특별히 느낀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CAV로 <괴물>을 다시 보고 나서 <더 씽>을 다시 보니까 은근히 신경 써서 남긴게 많더라구요 ㅎㅎ
아래부터는 <괴물>과 <더 씽>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더불어 괴물 크리쳐의 혐짤도 좀 있습니다 ㅋㅋ
이 프리퀄은 <괴물> 사건의 원점이었던 노르웨이 기지에서의 참극을 다룹니다.
그냥 남극 기지에서 한가하게 있다가 웬 멍멍이 하나 받아줘서 봉변을 당한 미국인들과 달리, 이들은 주도적으로 외계 구조물과 생물체의 흔적을 찾아내서 지구 표면으로 끄집어 올린 원흉들입니다 ㅋㅋㅋ
물론 할리우드 자본이 들어갔으니 주인공인 과학자와 헬기 조종사 등 미국인들도 몇몇 투입되는데, 그게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조엘 에저튼 같은 주연급이구요.
아무튼 <괴물> 초중반에, 주인공이 개가 도망쳐온 노르웨이 기지로 날아가 끔찍한 현장을 확인하는 장면이 꽤 긴 분량으로 나옵니다. 프리퀄에서는 그렇게 남아있던 흔적들을 상당히 신경써서 재현했습니다.
기지 전체가 불에 탄 것은 물론이고, 뭔가가 뛰쳐나온 듯한 거대한 얼음 덩어리, 벽에 박혀 있던 피묻은 도끼, 칼에 찔려 얼어붙어 있던 시체, 무엇보다 기지 바깥에 널브러져 있던, 두 얼굴이 합쳐진 듯한 외형의 흉측한 괴물 등...
(혐짤 주의)
그 두 얼굴의 괴물이 이번 영화에서 상당히 인상적으로 등장합니다 ㅎㄷㄷㄷ
또한 이 작품의 엔딩이 그대로 82년작의 오프닝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은근히 세련되게 연출되었구요.
이렇게 원작과의 연계를 꽤나 신경써서 연출한 흔적들이 보이는 한편, 원작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원래는 리메이크였다가 프리퀄로 방향을 바꾼 탓인지 원작과 많은 부분에서 지나치게 겹치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프리퀄을 가장한 2010년대식 리메이크 아니냐는 비판도 꽤 나왔을 정도로 비슷하죠. 특히 기지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다가 다 같이 모여서 사람인 것을 검증하게 되는 과정, 죽은 줄 알았던 대원의 귀환과 혼란, 혼수상태에서 돌연 깨어나 난리를 치는 괴물, 결정적인 순간에 먹통이 되는 화염 방사기 등...
중후반 전개는 좀 의아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따라했더라구요.
(혐짤 주의)
CG로 다듬어진 크리쳐의 퀄리티가 오히려 82년작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일부 수긍이 갑니다.
제가 볼 때는 못봐줄 정도는 아니고 이만하면 준수하게 구현된 편이지만, 82년작 수공업식 특수효과의 역겨움, 징그러움 등 시각적 충격이 워낙 압도적이라 많이 비교된 것 같아요.
이 영화에 대한 해외 평은 좋지 못해요. 로튼, 메타 등 평론가 평이 썩은 것은 물론이고 팝콘통도 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을 잘 모를때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입장이라 괜히 쉴드를 치고 싶네요 ㅋㅋㅠ
82년작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만큼 매끄럽게 뽑힌 SF 호러고, 82년작을 본 분들이라면 앞서 말한 연계성을 중점적으로 보면서 봐도 나쁘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추천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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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단 볼만했단 얘기들 있더라고요.
엔딩 보고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극장에서 볼때는 안웃기는 장면에서도 웃음지으며 보기도 했습니다.
그냥 모든 장면장면이 다 "82년작에 미친 오덕들이 모여 만들었네..ㅎㅎ"
....물론 지나가는 장면들에서도 그런걸 알아채는 82년작을 너무 많이 봐서 외울지경인.... 제가 바로 그 오덕중 한명이기도 하겠죠.^^;;;;;
비주얼적으로는 82년작이 미친 작품이지만,
훌륭한 프리퀄이었습니다.
그리고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늘 그렇듯
훌륭한 호러퀸입죠.
보고나서 욕믈 많이했는데
프리퀄이었군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