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추천 후기 - 고착된 시대의 침묵을 깬 사람들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을 보고 왔습니다. 아티스트 뱃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영혼 보내기를 한 차례 했던 터라 근처 작은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왔어요. 사실 전 줄거리에서 드러나는 짜릿한 역전극이나 몰락 등의 카타르시스보다는 배우들에게 더 집중해서 보려고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최근 보았던 <툴리>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의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가 인상깊기도 했고 평소에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배우도 좋아해서였죠.
일단은 깔끔합니다. 실화를 베이스로 한 영화라서 그런지 전개가 간결하고 뻗친 잔가지가 적어요. 인물 관계나 갈등을 그리는 몇몇 씬이 돋보이고,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게 각색한 실화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인상깊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통해 가장 걱정했던 게 성희롱 등 만연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전시로만 끝나지 않을까 했던 것인데 전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영화에 포함된 갑질이나 권력층의 문제는 부담스럽지 않고 이야기가 잘 흘러가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합니다. 현재와 과거의 일직선상에 서 있는, 모두가 한때 묵인했던 그때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고 평이하게 다룹니다. 과한 걸 싫어하는 터라 제 취향에는 맞았습니다. 다만 쿡쿡 묵혀놨다가 마지막에 빵! 하고 터뜨리는 스토리를 기대하신 분은 만족하지 못하실 겁니다. 물론 전 그렇게까지 과장되었으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나 전달하려는 의미에 더욱 해를 입혔을 것 같아 지금이 더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당하고 똑똑한 간판 앵커의 역할부터 열정에 찬 인물까지, 주연 배우들은 물론 조연들까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이 잘 어울리는 연기를 펼칩니다. <롱 샷>에서의 샤를리즈 테론이 살짝 떠올랐고, 할리 퀸은 언제 연기했냐는 듯이 좋은 연기를 보여 준 마고 로비도 좋았습니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가 모두 여러 작품들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쳤던 터라 이번 영화에서 그들의 캐릭터를 탐구하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또 하나 궁금했던 게 2020 아카데미 상을 가져갔던 분장이었는데, 상 탈 만 합니다. 실화를 다룬 만큼 원래 인물의 얼굴도 봤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분장이 대단하더라고요. 영화에 몰입감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어요.
결국 메세지를 강조하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사례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듯해 더욱 마음에 들었고요. 단순히 영화에서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의 곁에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임을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네요. 영화가 시대에 맞아요. 지금의 시국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흥행했을 영화인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에요. 7월에 개봉한 극장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의미 깊게 봤습니다. 최근 바이러스 때문에 우려되어 극장가를 찾지 못하신 분이 계신다면 이 영화로 스타트를 끊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해피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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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런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걸 보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