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후기 - 시의적절해서 가슴이 더 답답하다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보고 왔습니다.
영화의 원제 'Bombshell' 자체가 폭탄선언이라는 뜻을 담고 있더라구요.
영화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이, 무엇에 대한 폭탄선언인지 궁금한 마음 정도만 안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다소 답답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너무나도 시의적절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를 연출했던 감독이 만든 영화라 그런지, 주제의 무게에 비해서 영화의 톤은 한결 가볍습니다.
주제를 희화화한 것이 아니라, 아담 맥케이의 작품처럼 빠른 편집과 배경음악으로 영화에 속도를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영화가 속도를 늦추고 고요하게 멈추는 순간에 감정적인 동요가 더욱 커지더군요.
해당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도 더할 나위없이 좋았구요.
특히나 마고 로비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장 좋은 연기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자연스레 관객에게 전달되는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특정 장면 이후 나온 마고 로비의 모든 연기가 그랬어요. 요즘 가장 핫한 뉴스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슬펐습니다.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소식에 대해 접할 때면 마고 로비의 그 눈빛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이에 대응하는 존 리스고의 연기도 무척 좋았습니다. 이 배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게리 올드만보다 더 윈스턴 처칠같은 연기를 보여주어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서도 인상적인 족적을 남기네요. 연기 자체의 에너지도 좋았고, 다른 배역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만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억양을 일부러 바꾸었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놀랐어요. 이 배우의 역량은 정말 어디까지인지...좀있다가 넷플릭스 신작 <올드 가드>도 볼 예정인데 매우 기대가 됩니다.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분장상'을 차지한 영화입니다.
보통 분장상을 받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왜 이 영화가 분장상을 받았는지 의아했죠.
딱히 역사적인 인물을 재현하는 것도, 블록버스터의 판타지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게다가 분장도 그렇게 티가 나게(?) 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장을 하고 있는데도 각도에 따라 배우의 원래 얼굴이 그냥 보이기도 해요.
그리고 보통 몇년 안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분장을 굳이 안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선택이 의외로 느껴졌어요.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면, 왜 이 영화가 실제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분장에 공을 들였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몇년 동안 지속적으로 매스컴에 나오는 이슈와 이 영화를 결부시켜 생각하니, 영화가 담고 있는 추악한 공기가 단지 스크린 안에만 존재하는 것임은 결코 아닌 것이 확 와닿더라구요. 현실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 분장은 그러한 느낌을 주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였구요.
그래서 더욱 씁쓸했네요. 이러한 추악한 것은 영화 안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좋겠는데...실제론 그렇지 않으니까요.
주요 세 인물의 개별 스토리가 살짝 어색하게 느껴져서 영화의 본 플롯과 잘 어우러지 않는 등 몇가지 문제점은 있지만
여러모로 좋은 영화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했어요.
★★★★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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