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디어 피노키오] 익무 초대권 당첨으로 전시 다녀왔습니다(사진 스압)

전시후기는 살면서 처음 남겨봅니다
정확하게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처음 남겨본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ㅎㅎ
개인공간에야 짧게 어딜 다녀오고 무엇을 봤고 기록하는게 쉽지만 여러사람이 이용하는 곳에 글을 올리려면 보다 조심스럽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며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올려보아요 ㅎㅎ

물론 후기 올리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당연히 혼자 보는 공간에서보다야 단어 하나도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서 자연스레 생각을 곱씹다보니 글을 쓰는 제게도 참 이로운 시간이 되었어요
계속 개인공간에만 글을 올렸다면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상세한 후기를 쓰지는 않았을테니까요 ㅎㅎ
필요하신 분들께는 제가 쓴 후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구요..

새삼 이렇게 후기를 남기는 것이 너무 좋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후기 시작합니다

우선 처음 한가람 미술관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자 보이는 이미지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콜라보로 잠시 유치원에 간 사나이가 된 듯 난처한 기분에 사로잡혔었어요
그래도 용기있게 입장했어요...!

평일이라 관람객은 정말 극소수였습니다

동화의 첫머리로 시작하는 전시!

이번 전시는 피노키오를 표현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화책이다보니 일러스트 위주로 작품숫자가 꽤 됩니다 ㅎㅎ
특히 마음에 드는 화풍을 찾았다면 근처를 한번 둘러보세요!
실물 책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으니 펼쳐보면서 벽에 걸리지 않은 다른 그림들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ㅋㅋㅋㅋ

피노키오전은 사진촬영 허용이지만 딱 한 군데에서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요
입구에서 멀지 않은 노란 벽에 위치한 로베르토 인노챈티라는 아티스트의 작품들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엄청 섬세해서 그림이 아니라 사진같은 화풍이 특징이예요 시선을 확 사로잡는답니다!

역시 옆에 책이 놓아져 있으니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촬영이 안 되니 머릿속에 전부 새겨서 돌아오겠다! 라는 마음으로 ㅎㅎ

전시장의 전체적인 연출도 눈에 띄었는데요, 벽면의 색상이 굉장히 쨍-하니 채도가 높습니다

보통 전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컬러풀한 벽이 인상적이었어요
각 테마마다 벽의 채도높은 색상들이 집중력을 높여주고 작품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게 보기 좋았습니다 
 

동화 내용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아티스트들이 공통적으로 그린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제가 해양생물들을 굉장히 좋아하다보니 (더 나아가서 우주, 심해의 크리처들도요 ㅎㅎ) 관람 내내 너무너무 행복했답니다
바로 피노키오와 제페토가 상어 뱃속에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ㅎㅎ

휴 물고기 너무 좋아요......

그리고 해양생물덕후 미치고 팔짝뛰게 만들었던 해석이 하나 있었어요
피노키오에 나오는 모든 인간형태를 물고기로 바꿔놓은 재미있는 세계관이었답니다!
원작에 나오는 동물들은 그대로 동물이지만 피노키오와 제페토를 포함해 직립보행을 한다~ 싶으면 다 물고기로 변한 세상이에요 ㅎㅎ

정말 재미있는점은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표현하기 위해 멋진 일각고래를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너무너무 귀여워요 ㅎㅎㅎㅎ 이 동화책은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마음에 쏘옥 들었습니다 닳도록 넘겨보고 왔어요 ㅎㅎ

너무 깜찍해요 ㅜㅜ 이러고 뚱땅뚱땅 걸어다닌다니..

경찰은 망치상어예요 ㅎㅎㅎㅎㅎ

조각하다 지친 제페토할아버지도 물고기...!

마지막으로 서사가 정말 끝내주는 해석도 있었어요
피노키오가 나무토막인 상태로 제페토를 만나기 이전의 세계관,
피노키오 프리퀄을 만든 아티스트가 있답니다 ㅎㅎㅎ

커다란 나무가 번개를 맞아 나뭇가지가 부러졌는데, 그 나뭇가지가 스스로 걷기 시작한거죠!

아직 동화 시작 전의 세계관인만큼 나중에 동화속에서 만나게 될 동물친구들도 태어나기 전이예요
마른 나뭇가지 피노키오는 그 동물친구들의 태초의(?) 영혼을 모두 만난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른 가지에서 잎이 돋고 키가 커진 나뭇가지는
이렇게 거대해지는데... 꼭대기에 어디서 많이 본 친구들이 보이죠 ㅎㅎㅎ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이 그림 이후로 우리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 동화가 시작된다고 해석했더라구요

작가의 말이 멋있어서 그대로 발췌하였습니다

"이들은 아직 생명으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각자의 이야기에 앞서 존재하는 신비한 심연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피노키오 이야기의 도입부로 이어진다."
 

벽면에 써있던 글귀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아티스트도 있었는데 수집품과 패러디작들이 인상깊었습니다!

강렬~ 하죠 ㅎㅎ

처음에 입구에서 머뭇거렸던게 무색할 정도로 뭉클하고 감명깊게 전시 즐기고 왔어요 ㅎㅎ

전 책 하나하나 다 넘겨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물고기 어택이 너무 컸어요) 한참 구경하느라 두 시간 반 정도 관람했습니다

아마 소요시간 그리 길지 않으실 거예요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보실 수 있어요!

각 작가별로 재해석한 피노키오들이 각각 어떤 메세지와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 차이들을 살펴보시고

어떤 작가의 해석이, 어떤 작가의 화풍과 표현이 가장 나와 잘 맞는지 찾아보시면 두배로 즐거운 관람이 되실 것 같습니다 ㅎㅎ

힐링이 필요하실 때 강력 추천 드립니다!! 전 완전 치유받고 왔거든요 ㅎㅎ

결론
내가 피노키오를 저버렸지 피노키오가 나를 저버리진 않았다
세상에 찌들어 자라났지만 동심 한조각은 언제나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