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 안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던 영화들
시간 때울 생각으로 극장에 가긴 했는데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경험 한 번쯤 해 보셨죠?
별 기대 안 했는데 영화가 예상 외로 재미있어서 만족스러웠던 때가 있었을 겁니다.
SF영화 말고는 영화를 잘 안 보는 저도 세 번 정도는 경험했습니다.
당장 기억나는 건 아래의 세 영화들이군요.
1. 배트맨 비긴즈
저는 '배트맨 비긴즈' 이전에는 배트맨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최고라고 여기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영화들도 제 취향에는 영 안 맞았어요.
같은 해에 개봉했던 '스타 워즈: 에피소드 III. 시스의 복수'를 극장에서 보지 못 한 것만 생각나서 내내 아쉬워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내에 볼 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일이 무척 빨리 끝나서 시간이 많이 남더군요.
그래서 가까운 극장에 가서 볼 만한 영화가 없나 둘러봤는데, 배트맨 비긴즈 말고는 볼 만한 영화가 없더라고요.
'적당히 시간 때우고 나오자' 하는 생각에 표를 끊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게 웬걸.
너무너무 채미있는 거예요. (+0+;)
배트맨의 탄생을 (비교적) 현실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이야기에 완전히 푹 빠져들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귀를 마구 긁어대는 박쥐 소리가 심상치 않더니만,
장갑차와도 같은 모습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배트모빌이 도시를 휘젓는 장면에선 온 몸이 짜릿하더군요.
특히 배트맨이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각인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배트맨이 처음으로 출동하여 팔코니 일당을 때려잡는 시퀀스의 초반부는
살짝 공포영화처럼 연출되어 있어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여기 있지롱." "뜨아!!!"
2. 콘스탄틴
키애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도 배트맨 비긴즈와 비슷한 상황에서 본 영화였습니다.
그때도 극장에 갔더니 제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영화가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배트맨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캐릭터인지라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 콘스탄틴이란 캐릭터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순전히 키아누 리브스의 얼굴과 퇴마액션물이라는 카피만 보고 들어갔어요. ;;;;
그랬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였습니다. 시각효과의 퀄리티가 의외로 높더라고요.
불이 꺼진 거리에서 콘스탄틴이 불꽃으로 악마들을 물리칠 때부터 놀라운 시각효과가 펼쳐지더니만,
모든 것이 활활 불타는 지옥의 광경이 펼쳐질 땐 의외로 거대한 스케일에 깜짝 놀랐더랬죠.
흐미, 지옥경이 화끈따끈하구마이.
액션도 제법 깔쌈한데다가 의외로 유머가 은근히 폼나게 깔려 있어서,
콘스탄틴이 천국으로 올라가면서 루시퍼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먹여 주는 장면에서는 킥킥 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엔드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나서 택시 운전사 체스 크레이머가
천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에필로그가 나왔을 때, 상영관 안에는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평일 낯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다 나가 버린 것이죠.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디드가 다 올라가고 나서 에필로그가 나오는 유행이
콘스탄틴을 계기로 시작된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에필로그가 있는데 그걸 못 보고 나온 사람이 많다고
인터넷에 한동안 화제가 된 걸 본 기억이 나네요.
이듬해에 나온 '엑스맨: 최후의 전쟁'도 이그재비어 교수에 대한 에필로그가 나오는데,
롯데시네마에서 그 에필로그 장면을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에 붙여넣는 편집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죠.
3. 판의 미로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체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가던 시기에는
비슷한 부류의 판타지 영화들이 우후죽순으로 개봉됐었습니다.
사실은 제목이 길지도 않고 해리 포터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인데,
어떡해서든 해리 포터의 인기에 영합해서 흥행 수입을 올리려고
있지도 않은 부제를 갖다 붙여서 영화 제목을 길게 뽑아내곤 했죠.
'판의 미로'도 그와 비슷한 홍보전략으로 극장에 개봉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앞서 언급한 두 영화와 거의 똑같아요. (^^;)
처음에는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판타지겠거니 하며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15분쯤 지나서 비달 대위가 무고한 두 부자를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시퀀스에서
멀쩡한 사람의 코를 술병으로 계속 때려서 완전히 주저앉혀 버리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공포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신체 홰손 장면이 연출되다니요!
술병으로 코뼈를 주저앉히는 쇼킹한 시퀀스.
다들 아시다시피 이후에 연출되는 판타지 시퀀스들은 어둡고 기괴하기 그지없었고,
현실의 스페인 내전 상황은 그야말로 암울하고 참담했습니다.
장면이 어두컴컴한데다가 몇 번 안 나오긴 하지만, 비달 대위가 반정부군 포로를 무자비하게 고문하는 장면은
지금 비유하자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이블 데드' 리메이크판과 비교해도 수위가 무척 세더군요.
결말부에 여주인공 오펠리아의 망상과 현실의 전쟁 상황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비극은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자신의 망상 속에서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오펠리아의 비참한 최후가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암울하고 기괴하고 잔혹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기도 한 잔혹동화의 걸작이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국내 수입사의 안이한 홍보전략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더군요.
18금 잔혹동화의 수작을 해리 포터와 비슷한 전연령 대상의 가족 판타지로 포장하려 했었다니....
모험과 환상이 가득한 가족 판타지 영화를 기대하고 찾아온 가족들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테고,
이런 영화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볼 기회를 본의 아니게 놓쳐 버리고 말았죠.
천만다행히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행운이 고마울 따름이에요.
별 기대 안 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본 영화.
여러분들은 어떤 영화가 그런 의외의 재미를 안겨 주었나요?
추천인 24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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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듯 보면 유치해 보이는 애니메이션도 나중에는 몰입해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죠.
저는 주토피아가 그랬습니다.
이제는 한물 간 레니 할렌 감독의 상어 영화인 줄 알았네요. ;;;
굳이 우주를 무대로 해서 만들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과학적 오류가 여러 군데 보여서 좀 그랬지만,
철학적인 분위기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주 영화로 만들 만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요.
볼 생각이 없었는데 관람권 소진하느라 본 영화들인데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판의 미로 공감합니다ㅋㅋㅋ저런 내용인줄 모르고 예전에 어린이를을 위한 동화, 공주이야기라고 들었어서 패스했는데 고등학생 때 어쩌다 봤는데 취향저격이더군요😆😆
홍보전략을 완전히 잘못 잡은 수입사 잘못이죠.
아쿠아맨이랑 최근 본 온워드도 기대 없다 재밌게 봤어요!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이 신통치 않을 때라 등한시했나 봐요.
콘스탄틴만 극장에서 못 봤습니다.
시간이 갑자기 남지 않았다면 넘어갔을지도 몰라요.
요 정도 떠오르네요. 아무 기대 없이 본 영화들인데 무작정 재밌어서 시간이 순삭됐던 영화들입니다 ㅎㅎ
그리고 예전 매드맥스 팬이 아니라 분노의 도로도 별 기대 안 했다가 충격을 ㅎㅎ
저는 슈렉이 그랬었네요.. 당시 사람들 평대로, 디즈니에서 나온 사람이 디스 및 화풀이 보복용으로 만든 영화라고 들었는데요.. 별 기대 안하고 봤는데, 이게 꼭 그렇기만 한 영화는 아닌, 현대적이고 그 당시엔 혁신적인 개성 넘치는 동화 영화였달까요.. 의외로 재미있게 보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