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2' 클리어
짬짬히 해서 35시간.. 아이템 최대한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시간 좀 허비했는데.. 최대한 빨리한다면 20시간 내로 클리어할 것도 같아요. 대신 아이템들을 꼼꼼히 챙겨야 게임이 수월해집니다. 노말 난이도에서 아이템, 업그레이드 물품들을 꾸준히 모아두면 보스급 적들 제외하고 잔챙이들은 농락하면서 플레이 가능해요.^^;
본인이 빠른 조작과 판단력만 있으면 닥돌해서 순식간에 적들을 쓸어버리는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저는 그냥 원거리에서 저격으로 적들 하나씩 제거해나가거나, 잠입 액션으로 조용히 몰살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적들 해치워나가는 재미가 쏠쏠. 액션 어드벤쳐로서 이 게임의 완성도는 최고 수준입니다.
헌데 이 게임은 그러한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놓고서 그런 재미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고 있는...;;; 논란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번 중간 진행 후기에도 남겼듯이 이 게임은 굉장한 야심작이자 문제작입니다. 이 게임의 정식 명칭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제목처럼 1편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 1편은 꼭 플레이를 해봐야 하죠. 그리고 누구나가 인정하는 역대급 명작인 1편을 해봤다면, 험한 세상에 함께 여행하며 산전수전 다 겪는 주인공 조엘과 엘리 캐릭터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애착이 생기게 돼요.
그런 1편에 감명 받고, 캐릭터에 애착이 생겼던 이들이라면, 2편을 했을 때 상당히 당황하게 됩니다. 이 게임의 각본가, 감독으로서 현재 악명을 떨치는 닐 드럭만이라는 사람이 1편의 캐릭터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거든요. 1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했던 사람이라면 10이면 10사람이 다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느낄 정도로 캐릭터들을 지독하게 굴립니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지만) 1편의 스토리를 재조명하면서 주인공들이 1편에서 했던 행동들을 재평가하게 만들죠. 1편에서 갖은 고생을 해가며 최선을 다해 생존투쟁을 벌이고, 누군가를 살리려고 했던 행동들이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재조명되는데 이를 통해 주인공 캐릭터들, 그리고 캐릭터들을 움직이면서 감정이입을 했던 게이머에게 찝찝한 죄책감 같은 걸 안겨줍니다.
이렇게 뒤통수치는 스토리 진행은 2편을 하면서도 다시 반복되는데요. 게임 중반부까지 주인공 엘리가 피의 복수를 위해 벌이는 짓들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꼼꼼히 되짚어 나가죠. 게임 진행 중 마주친 잡몹, NPC 등이 사실은 각자 나름의 삶이 있고 서로 사랑하고 애증을 품었던 생생한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대단히 불편하고 더러운 기분마저 들게 됩니다.
또 새롭게 추가된 어떤 캐릭터와 엘리가 충돌하게 될 때는, 영화나 드라마 등 여태껏 그 어떤 영상 매체도 표현한 적 없는 게임만의 몰입감과 스토리 구성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모순적인 기분이 들게 하죠. 이런 식으로 캐릭터들의 감정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스토리가 엔딩을 맞이했을 때, 성취감보다는 기진맥진 허탈감이 앞섭니다. 이 스토리를 가지고 호화 캐스팅으로 미드로 만든다 하더라도(영화 한 두 편으로 담지 못할 정도로 깁니다) 이 게임만큼의 복잡한 감정을 주진 못할 것 같아요. 이건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여서 가능한 것이라 생각 듭니다.
분명히 제작진은 게임을 제작하면서 자체적으로 시나리오 검토를 했을 거고, 출시하기 전에 일반인들을 불러서 테스트를 하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야기할 스토리를 그대로 밀어붙인 게 과감하다고 할지 무모했다고 할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대다수가 싫어할법하다 싶지만, 포스트아포칼립스의 살벌한 세상 속에서 복잡 미묘한 인간의 감정과 관계, 복수와 폭력의 악순환에 대해 심도 깊게 다뤘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네요. 제작진이 이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구나 싶을 정도여서 쉽게 추천하긴 힘든 게임이지만,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충격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은 해보시기 바랍니다.
golgo
추천인 9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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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주고 기억에서 그 30시간을 지우고 싶습니다..
좋다 나쁘다란 표현보다 싫다, 긍정한다.. 그런 쪽으로 접근해야 겠더라고요.^^;
싫어하는 분들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