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스포강함) 악평은 아니고 의문점 두 개.
안녕하세요. 익스트림무비에 글 남기는 건 처음입니다.
혹시 게시판 용도와 맞지 않은 글이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영화 #살아있다 를 보았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남긴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그 얘길 할 건 아니고,
갑자기 든 의문점 두 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자라지 않는 오준우의 탈색머리.
오준우는 꽤 잘 나가는 배그 스트리머로 설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화면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데 익숙합니다. 조난의 기록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남기는 점이 특히 그렇구요.
그의 탈색머리는 이러한 세대를 상징하는 색깔로 보입니다.
아마도 감독님이 젊었을 때에는 말이죠.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외국인과는 달리 한국인의 모근에서는 검정머리가 자란다는 사실이죠.
한 달 가까이 미용실을 가지 못하면 뿌리 쪽의 머리가 까맣게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좀비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드러내는 멋진 장치로도 활용될 수 있죠.
감독님이 그 생각을 하기만 하셨다면 말입니다.
만약 이러한 장치를 활용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검은 머리로 두었어도 됩니다.
그 편이 우리 동양인들에게는 훨씬 자연스럽기도 하구요.
도대체 왜 감독님은 오준우의 머리카락을 자라게 할 생각도 없으면서 '굳이' 노란색으로 설정했을까요??
이게 첫 번째 궁금증입니다.
2. 한국인은 밥심! 하지만 아무도 쌀밥을 먹을 생각이 없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것처럼, 물도 전기도 데이터도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는 절박한 생존의 무대에서는 보존식의 필요가 증대됩니다.
오준우가 남은 생수로 살벌하게 ppl을 해 가며 먹은 '진라면' 역시 멋진 보존식량이죠.
또한, 죽음에서 생존으로 삶의 방향을 극적으로 틀어낸 오준우에게 '짜파구리'는 삶의 희망이 다시 생겼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왜 굶어죽을 위기에 놓인 사람이 짜파구리를 먹는 것인가 하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말입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우리 한국에는 라면 못지않은 멋진 보존식량을 편의점과 마트에 무더기로 쌓아두고 팔고 있습니다.
바로 '햇반'이 그것이지요.
하지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이러한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려내지 못합니다.
준우도, 유빈이도, 그리고 아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함께 동귀어좀비가 된 마스크남도,
햇반은 단 한 개도 쟁여두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자신의 아내에게 미끼로 삼기 위해 준우와 유빈을 먹을거리로 유혹할 때에도,
스팸을 따 주면서도 햇반 하나 까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ppl 협찬을 받지 못한 것일까요?
전기와 가스가 끊겨서 데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감독님이 별로 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준우와 유빈이 밥도 없이 스팸을 퍼 먹으며 행복의 미소를 지을 때,
저 같이 디테일 하나에 가슴이 덜커덩거리는 일반 관객은 가슴 속이 답답해 왔답니다.
악평은 아닙니다. 시간을 죽이기에는 꽤 좋은 영화였습니다.
영화 중간쯤에 갑자기 등장하며 제 심장을 떨어뜨렸던 좀비 말고는 딱히 악평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 궁금증 두 개는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아 글을 남겨 봅니다.
이 글이 게시판 용도에 부적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쪽저쪽
추천인 3
댓글 1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햇반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재난사태 때 언제나 품절을 가장 빨리 겪는 것도 햇반인데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건 좀... ㅎㅎ
영화는 재난에 대비할 여유가 없던 상황입니다.
초반에 엄마 메모를 보고도 장보러 가지 않았으니까요
그만큼 우리 삶의 궤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안 나와 섭섭하단 뜻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영화수다네요🤗 글솜씨가 있으신지 술술 읽었습니다. 영화 비하인드로 삼아도 되겠네요.
첫번째 요소는 감독님도 놓치신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둘째도 한번쯤은 등장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데워먹지 않아도 꽤 맛있는데 말이죠. 위에 분 말씀처럼 자취가 아니고 가족단위인 경우는 라면은 몰라도 햇반을 잘 사놓지 않죠. 준우가 혼자 사는 설정이라면 충분히 등장했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생각보다 햇반은 잘 사놓지 않게 되죠.
저희 가족 같은 경우에는 혹시를 대비해서 서너 개 정도는 구비해 놓긴 합니다.
그게 꼭 좀비 사태가 아니라도, 예정에 없는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치거나 전기밥솥에 밥이 똑 떨어지거나 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ㅠ
머리가 안 자란건 너무 신경 쓰여 집중력이 떨어질 정도였지만 ㅎ 탈색한 짧은머리+게임 스트리머 라는 조합이 오준우가 어떤 캐릭터인지 첫 장면에서 바로 보여주는 이미지라 생각했어요. 아 평범하지 않겠구나, 인터넷방송이 본업이고 관종이겠구나 하는 여러가지들이 바로 읽히는?
햇반은 저희 집도 상비하지 않아요. 10~15분이면 방금 한 밥을 먹을 수 있는데다 편의점이 워낙 많으니 금방 사 올 수도 있고요. 오준우 집은 장 보라고 했으니 마침 딱 떨어졌을 수도 있고, 캠핑 마니아로 보이는 옆집 남자나 김유빈은 미리 먹었거나 캠핑 요리의 참맛을 위해(?) 등의 이유로 상비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8층은 아기가 있는 집이니 이유식 등 매일 조리를 하니 햇반같은 걸 안 살 가능성이 높죠. 아님 있는 걸 아저씨가 털어 먹었거나 어차피 죽을 애들한테 식량 낭비하기 싫었거나.
관계자 인터뷰 보면 라면이나 누텔라같은 기호식품이 긴급한 재난싱황에서 구호식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하니 일부러 밥은 배제한 거 아닐까요
그리고 의외로 ppl은 없었다고 하네요 ㅎ
저도 글을 쓰고 나서 ppl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ㅋ
만약 RoM님 말씀대로, 구호식품이 아닌 것이 의외로 구호식품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햇반을 의도적으로 결락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매우 서운한 이야기네요. ㅠㅠ
(+ 물론 구체적으로 쓰신 예시처럼 다 제각기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서 햇반이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난을 겪으며 깔끔했던 외모가 거지꼴이 되어가는 모습이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선 머리도 안 자라고 머릿기름도 안 흘러서 이상했어요.
햇반은 가정집에서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위화감은 그렇게 많이 못느꼈네요.
전 영화 보면서 위화감이 드는 장면은 외국 각본을 각색할 때 그냥 그대로 둬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외국에서 더 많이 먹는 누텔라잼이 냉장고에서 나올 때, 누텔라가 왜 냉장고에서 나오지? 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거 냉장고에 두면 딱딱해서 못 푸거든요. 누구 아이디어였을까요ㅎㅎ
누텔라 냉장고는 의외로 넣어두는 사람이 많아서 생각없이 했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넣어서 먹어서요 ㅋㅋ
2번은 생각치도 않았는데 격공감하게 되네요 조미김 같은 거랑 나오면 뭐,,,아이고 공복이라 침나오네요 ㅋㅋㅋ
1번은 그냥 감독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 같고
2번은 개인적으로는 그닥... 저도 집에 보존식량이 없거든요...
햇반은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