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멜로가 이렇게 오랫동안 침체를 겪는 이유가 뭘까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90 후반 - 00년대 초반 한국영화들을 찾아보니...
이건 뭐 대표작들 과반이 멜로영화, 그것도 진득한 정통 멜로인 것 같네요 ㄷㄷ
<접속>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약속>
<미술관 옆 동물원>
<동감>
<봄날은 간다>
<시월애>
<번지점프를 하다>
<파이란>
<후 아 유>
<클래식>
<내 머릿속의 지우개>
<너는 내 운명>
등등 라인업이 대단합니다. 사실 제 취향에 안 맞는 영화도 꽤 있긴 합니다만, 오늘까지도 종종 회자되는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많아요.
그리고 지금은... ㅠㅠ 중간에 한번 <건축학개론>이 붐을 일으켰던 것을 빼면 십수년간 장르 자체가 기를 못펴고 있는 느낌이죠. 화제가 되기는 커녕 손익분기점 맞추는 것도 너무 어려워서 제작 자체가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원인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봤는데
1. 소재 고갈로 인해 멜로 장르 자체가 사양화되는 경우, 세계적 추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 느낌에는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고 파급력이 있는 외국 멜로영화를 못 본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 뚜렷한 근거는 없어서 확실하진 않네요.
2. 대부분이 결국 사랑 이야기인 TV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극장 관객들은 갈수록 TV에서 느낄 수 없는 자극을 찾게 되는데 멜로가 여기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3.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던 퀴어 장르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멜로의 대체재가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절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셀링 포인트로 어필하는 점에서는 퀴어 로맨스가 평범한 이성 간의 사랑을 다룬 멜로 영화보다 근원적으로 훨씬 강력한 데가 있습니다.
하지만 퀴어가 매니아층을 떠나 대중들에게서도 예전 멜로영화들만큼의 호응을 얻고 있지는 못함을 생각해보면 한계가 있는 분석이죠.
4. 아니... 그냥 다 못 만들어서 망한 것. 지금이라도 옛날 같은 멜로영화 뽑으면 흥행할걸? 이런 예측도 가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꼽아본 몇가지 가설? 중 어떤게 주된 원인일지,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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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가 세대나 연도별로 있는거같은데 유행의 흐름이 아직 안 돌아온느낌이에요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이 있는 개성적인 감독들이 새롭게 등장안했거나 그런 감성과 영상미를 구현하는 방식에 감각있는 감독들이 아직 상업영화 파트로 안 올라왔을수도 있을듯싶은..
혹은 기존에 로맨스물에서 두각을 보인 중견감독들이 요즘 영화시스템에서 중간사이즈 영화들 제작에 지원과 투자를 못받을수도 있을것같아요
개인적으론 상업에서 장르적인 연구가 많이 되어서
sf&호러 등의 다양한 장르와 결합된 로맨스물도 보고싶네요
그럴려면 전폭적으로 연출자와 제작진의 비젼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제작자가 존재해야할테고 창의적인 스토리+소재 개발과 감성적이고 잘 구성된 각본도 더욱 필요하겠죠
첫째, 멜로영화가 붐일때만해도 흥행보증수표 배우가 중요했었고 이미 핫스타들이나 뜰 예정인 배우들 조합해서 양산을 많이 했던것 같아요.
둘째, 등용하는 작가주의 감독들이 작가적 감수성을 위시한 멜로물로 많이 입봉을 했구요.
셋째, 일본문호개방을 하면서 장르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소재나 도전에는 투자가 안되니까 관객은 뻔한 영화 보고 또 실망하고...
사실 이건 멜로에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만
3번도 어느 정도는 말이되는게 윤희에게가 꽤 잘됐죠..
옛날엔 '감성'이었을 것이 요새는 '오글거림'으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얘기군요.
구체적으로 말을 만들어 붙이긴 힘든데 확실히 그런 경향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저 시대의 한국 멜로의 왕팬인데
많이 안타까워요 ㅠㅠ
2. 시대감성이 좀 변한것도 있습니다. 가요만 보아도 2000년도 초반까지는 수많은 발라드들과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가 난무했던 시절이었고, 싸이감성 같은 것도 있고 뭐랄까 아날로그 시대의 서정적 정서가 남아있던 시대인데 요즘은 그런 노래가사나 스타일의 가요조차 보기 힘들죠.
3. 전통멜로의 문법을 지금시대에 적용하면 손발이 좀 오그라듭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신파적 요소가 들어가면 답답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 받습니다. 이와이 슌지의 90년대 작품들도 그 당시엔 뮤직비디오 감독들에게 영향을 크게 주었을지 몰라도 지금 기준에서 재현하면 손발이 오글 거립니다(러브레터 제외). 전통멜로의 전형적인 문법이나 서사를 고집해선 안되고 한발짝 옆으로 비껴선 노선을 타야 한다고 봅니다. 멜로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말고 그냥 사랑을 소재로 다룬 영화를 만든다는 접근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4. 다른 장르에 비해 흥행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근거는 없이 느낌상)
5. 퀴어영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퀴어소재 자체가 이미 갈등상황이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그 시절 한국 멜로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항상 그런 작품들이 그립네요. 개인적으론 좋은 싱어송라이터들과 만든 스코어로 한국형 멜로 작품 제대로 만들면 보러가고 싶어요. 솔직히 5분짜리 뮤비 보다가도 울 수 있는게 사람입니다.
작년에 어느정도 흥행한 <가장 보통의 연애>같은 경우도 과거의 멜로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죠.
그런데 그 점이 어느정도 관객들에게 통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 영화 안에 복합적인 장르를 안전하게 배치하는 게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부천영화제에서도 한장르만을 고집하지 않는 감독들의 작품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에 영화제 특색에 맞는 마니아적 영화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요.
2. 국내 TV드라마가 멜로와 로맨스에서 강점을 가진 작품들이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로맨스 장르의 경우에는 인기 작가의 작품들이 차례차례 제작되고 이것이 경쟁력이 되어 세계에 수출하고 있지요.
경쟁력이 약해진 이유는 주류 감독분들이 세대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셔서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청춘을 대상으로 한 영화들의 경우에 청춘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상황은 나름 독립영화나 인디영화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젊은 감독분들이 새롭고 독특한 작품들을 많들면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영화들도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현재의 가장 큰 주제는 생존인 거 같습니다.
3. 생각에 동의합니다. 퀴어 영화에 대한 시각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과도 확실히 달라진 게 맞습니다.
더이상 금기시된 상황이 아니죠. 저만해도 퀴어 영화를 처음 접하던 초반에는 아예 볼 생각도 못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제는 쉽지 않게 노미네이트되고 화제가 되고 있죠.
더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현대의 사랑 이야기는 기존의 사랑 이야기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4. 저는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 자체를 예전부터 좋아해왔는데요.
노라 애프런 여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제 가슴을 뛰게 하는 마법같은 사랑 이야기가 잘 없더군요.
물론 세태가 그렇기도 하지만, 로맨스 영화 자체가 환상인데...
그나마 낸시 마이어스 여사랑 리처드 커티스 정도가 제가 좋아하는 분들인데, 그분들 작품들도 예전같지가 않더군요.
근데, 일단 투자자들이 투자자체를 하지 않으니 시나리오를 쓰지 않게 되고, 시나리오를 쓰면 자신이 제작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더군요.
악순환 같아요.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은 리스크가 많다보니, 의외로 극장 아닌 넷플릭스나 OTT서비스쪽으로는 활발하게 작품들이 많들어지고 있더군요.
실제로 여러 종류의 칙릿, 영어덜트, 할리퀸, 하이틴 로맨스 원작 작품들을 토대로 작품들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