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One] 정말 특이한 영화를 찾는다? 와칼리우드 어떠세요? 영화 《Crazy World》소개

 베를린, 로카르노, 토론토, 안시, 도쿄, 홍콩, 뭄바이 등의 영화제들이 연합해서 온라인 영화제인 ‘We Are One’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하는데 극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방법이라는 것이 신선하면서 한 편으로는 슬픈데, 어찌 보면 온라인으로 하나되고 장벽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내 프로그래머들이 간과했을 법한 영화들이 이런 플랫폼을 통해 소개된다는 점은 그래도 희망적이지 않나 저만 생각해봅니다. 

 익스트림무비를 통해 소개해드릴 영화는 《Crazy World》라는 영화입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기한을 짧게 두고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We Are One’ 프로그램 시작일에 올라와서 지금까지 있는데 7만 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관람했습니다.

 《Crazy World》를 소개하기 전에 우간다의 뉴웨이브(!)인 와칼리우드(Wakaliwood) 영화에 대해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LA의 영화가(街)이듯 와칼리우드는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의 빈민가인 와칼리가가(Wakaliga 街)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아이작 나브와나(Nabwana I.G.G.)라는 감독이 선구자격으로 만든 영화시장인데 그의 2010년작이자 초기작인 《Who Killed Captain Alex?》가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명성을 얻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영화시장 초창기의 모습들이 그러하듯 나브와나가 영화를 시작할 당시의 우간다의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중심이었습니다. 나브와나 감독 역시 할리우드 액션영화와 동양 무술영화 팬인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영화에 빠져들었고 2005년에는 ‘라몬 영화사(Ramon Film Productions)’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브와나 감독의 2016년 영화 《배드 블랙》이 우리나라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공식 소개되면서 우리나라의 컬트팬들 사이에서도 와칼리우드 영화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당시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와칼리우드의 개국공신인 알란 호프마니스가 내한했는데 영화제 기간중 한 영화팬이 사비를 털어 장소를 대관해 와칼리우드 파티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도 참석했는데 재미있고 또 의미 있는 행사였고 두 번 다시는 없을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와칼리우드를 이끄는 액션배우들

 그리고 우간다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이 있는데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해설사(video joker)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와는 결이 다른 게 배우들의 녹음 된 음성은 음성대로 나가고 해설사는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저거 봐라! 죽이지?’ 이런 식의 추임새를 넣는 역할을 합니다. 이건 나브와나가 영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우간다에 있었던 방식인데 놀랍게도 영화를 번역할 사람이 없어서 해설사가 영화의 내용과는 다른 엉뚱한 전개를 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번 We Are One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는 《Crazy World》는 탄생 10년을 맞아하고 있는 와칼리우드 영화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군인이었던 한 남자가 우간다의 악명 높은 범죄조직에 의해 딸을 유괴당하고 미치광이가 된 후 복수를 위해 조직에 잠입한다는 내용입니다. 

 [바로가기]

https://youtu.be/r713MM-dJMg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 특히 《분노의 질주》같은 최근 영화 말고 장 끌로드 반담 같은 무술 캐릭터들이 나오는 동양적인 정서가 묻어나던 90년대 액션영화의 클리셰가 넘실대는 플롯에다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하면 조악한 촬영, 믹싱, CG, 옥의 티가 넘쳐나는 연출, 갑툭튀하는 해설사와 공익광고(!)에 플레이를 눌렀다가 두 손 들고 빠져나오실 분도 많겠지만 《어벤져스》의 백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제작비로 뭔가 자기 것을 찾으려 하는 모습에 전 와칼리우드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젠 산업도 커져서 인력풀도 늘어나고 심지어는 와칼리우드 영화의 유니버스도 탄생한 느낌입니다. 《배드 블랙》을 봤을 당시와는 조금 기술이나 각본이 한 걸음 더 나갔다는 느낌도 들어 하나의 영화 시장이 성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오피셜 와칼리우드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대표작인 《Who Killed Captain Alex?》나 《배드 블랙》을 보실 수 있으니 마음에 드셨다면 한 번 방문해서 응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와칼리우드 공식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K-lJOeYdoKuDDdGscCFMA

※ 《Crazy World》의 결정적인 단점... 영화는 영어 자막만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