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인간수업> 이 드라마의 위선에 대한 단상.
<인간수업>에 대해서 나의 감상평을 여러 곳에서 말했다. 나는 드라마가 자극적 소재에 매료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반응은 대체로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반박을 펼치는데 그 반응이 흥미로웠다. “드라마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었으며 그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거였다.
그건 제작진이 공공연하게 밝힌 의도와도 같은 것이다. 씨네21을 비롯하여 여러 매체에서 <인간수업>의 감독과 제작자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는 이들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드라마는 그런 의도로 향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의도가 정말로 그랬다고 한들 연출 방식의 효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과연 이 드라마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일까. <인간수업>에 호평을 한 사람들의 반응 중에는 “재미있”고 “흡인력이 있다”는 표현이 다수다. 여기서 나는 의문을 던진다.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면서 범죄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재미있게 만들고 그 세계에 시청자를 매료되게 만든다면 그건 모순 아닌가?
<인간수업>은 <스카페이스>와 유사한 느와르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지수로 대표되는 안티 히어로가 있고 그 주인공의 추락사를 묘사한다. 고전 느와르/갱스터 장르가 표방하던 범죄세계에 대한 낭만도 그대로 가져온다. 우리는 <대부>를 보면서 말론 브란도의 비장한 매력에 빠지고, <스카페이스>를 보면서 알 파치노의 광기에 매력을 느낀다. 추락과 광기를 처연하고 비장하게 그리는 장르의 특징 때문이다. <인간수업>은 오지수에게 약자의 서사를 부여하고 감정을 묘사하면서 그가 점점 수렁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장르의 특징에 맞게 처연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파멸을 향해 달려가거나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비장미를 한껏 뽐낸다. 여기서 드라마는 표방한 의도와는 반대방향으로 가서 범죄세계를 처연하고 비장하게 그리면서 거기에 매료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예 속내대로 안티 히어로 장르물을 만들고 싶었다면 이 드라마는 주인공 설정부터 조금 빈약하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평범한 삶에 대한 꿈 때문에 포주가 된다는 설정이다. 그러한 동기는 이미 너무 많이 봐온 클리셰다. 그렇게 따지면 <거인>에서 최우식이 맡은 캐릭터는 어떠한가. 더 납득 가능한 이유가 필요했다. 여기서 드라마는 오지수가 포주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본질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것을 제시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뒷받쳐주는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주인공에게 비장미까지 더해지니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수업>은 잘 만든 드라마다. 하지만 그게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잘 만들었다. 기획의도와 연출방식이 서로 정반대로 작동하면서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위선을 보였다. 애초에 기획의도는 실패했고 연출방식은 문제적이다. 실패에 가까워 보이지만 재미있게 잘 만든 나머지 <인간수업>은 기묘한 불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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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이 일을 하게 되는 동기 정도만 만들어놓고 그 이후의 과정이 중요한거지 그걸 하나하나 납득시키려는 과정까지 하게 되면 그게 범죄자 미화 논란이 되는 거죠
이야기 하려는건 왜 일을 하게 되었나가 아니라 일을 하게된 이후 입니다
‘그 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설정하게 되면 관객은 주인공이 그 일을 하게 된 사회구조적 본질을 보게 되고 그건 미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돈을 번다는 목적으로 위험성을 모르고 쉽게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이는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범죄세계를 처연하고 비장하게 그리고 매료되어있다고 여겨지진 않고 영화에서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는게 이상한가요
디테일하게 가지도 않았고 본문에 적으신 것처럼 당위성을 만들지도 않은건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전 후반부로 갈수록 전체적인 구성이나 방향은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