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수위아저씨 선정] 내가 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TOP 22
갑자기 생각나서
"내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몇 개나 봤나"하고 세어보니
총 21편 봤더군요(생각보다 많이 못 봤...).
그 21편의 영화를 줄 세워보겠습니다.
하나 빼먹어서 수정했습니다.
늘 강조하지만...여기 없는 영화는 제가 못 본 영화입니다.
22. '미션' - 롤랑 조페
- 종교영화로써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영화지만 시대를 타는 영화긴 했네요. 지금보면 상당히 고루하고 낡은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걸작은 아니죠.
21. '욜' - 일마즈 귀니
- 꽤 처절하고 끈끈한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20세기에는 그런 로드무비들이 아트무비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죠. ...옛날 로드무비 중에 좋은게 참 많긴 한데...지금 감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20. '화씨 9/11' - 마이클 무어
- 낄낄대면서 명치 줘패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게 칸에서 최고 영예를 받을 작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심사위원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있어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그 해 심사위원대상은 박찬욱의 '올드보이').
19. '어둠 속의 댄서' - 라스 폰 트리에
- 제가 군입대 전날 이 영화를 보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영화적으로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추억에 기름을 부은 영화라 이쯤에 올려둡니다.
18. '언더그라운드' - 에밀 쿠스트리차
- 그는 엄밀히 말하면 20세기 거장이죠.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런 판타지적 리얼리즘을 구사하는 감독이 이후에도 존재했나 싶습니다. 그의 스타일은 지금도 단연 독보적입니다.
17.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 청춘의 에너지로 허무를 표현한 전작에 비해 이 영화는 대책없이 우울하고 허무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 자체가 청춘을 살해한 사건이니 감독의 입장에서 느낀 절망감이 그대로 표현됐다고 볼 수 있죠.
16. '클래스' - 로랑 캉테
- 아기자기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후 로랑 캉테의 다른 영화도 봤는데...이분 현대의 인간사회를 관찰하는 시선이 아주 탁월합니다.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도 끝내주죠.
15. '컨버세이션'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사실 이 영화는 최근에 처음 봤습니다. 건조한 스릴러의 모양을 띄면서도 촘촘하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다소 올드할 수 있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에요.
14. 카게무샤 - 구로사와 아키라
- 구로사와 아키라의 후기 작품들은 초기작에 비해 저평가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깐 '카게무샤'는 '구로사와 아키라는 저평가 된 게 이 정도다'라는 의미가 되죠. 전쟁 서사극으로 아주 끝내주는 영화입니다.
13. '파리, 텍사스' - 빔 벤더스
- 일마즈 귀니의 '욜'과도 닮았다고 볼 수 있지만 훨씬 세련된 영화입니다. 황량함과 우울함이 공존하는 아주 잘 만든 영화죠.
12. '더 차일드' - 장 피에르 다르덴, 루크 다르덴
- 다르덴 형제의 영화 중 처음 본 작품입니다. 저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인 영화였죠. "아니 이 인간들은 자기 세계 속 인물에 대해 최소한의 애정도 없단 말인가"라며 말이죠. 그 독보적인 비정함이 이 영화를 오래 각인시킨 이유입니다. 아마도 신과 인간의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11. '더 스퀘어' - 루벤 외스틀룬드
- 이상하고 신비로운 예술의 세계. 유쾌한 듯 하지만 비꼬아버리는 시선이 재미있었습니다.
10. '윈터슬립' - 누리 빌게 세이란
- 사실 대단히 힘겹게 본 영화입니다. 힘겨움이 지쳐 졸음을 겪다 보면 온전히 영화에게로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정성껏 찍어낸 낯선 공간은 이전과 이후에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영화입니다.
9. '피아노' - 제인 캠피온
- 어린 마음에도 이 영화의 황량함이 가슴을 후볐습니다. 사랑이야기가 이렇게 아플수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돼서 다시 보면 어떨지 궁금하군요.
8. '어느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종합판인 것 같았습니다. 그의 모든 이야기가 다 담긴 영화였죠. 그만큼 재미있고 아련하기도 했습니다.
7. '기생충' - 봉준호
- 상업영화감독 봉준호의 독보적 세계관이 꽃을 피운 영화죠. 미니멀하게 몰아치는 스릴과 서스펜서가 압권이었습니다.
6.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켄 로치
- 저도 이 영화와 닮은 성향을 가져서 그런지 매우 공감하면서 봤습니다. 다 때려부셔서 저항하는 대신 이 老감독은 낮은 목소리로 점잖게 권리를 부르짖는군요. 그 목소리에 울림이 큽니다.
5. '펄프픽션' - 쿠엔틴 타란티노
- 우리나라 최고의 짬뽕맛집에서 먹는 짬뽕 느낌입니다. 맛깔나고 재미있어요. 그러면서도 잘 만들었죠.
4. '바톤 핑크'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 코엔 형제의 여러 영화들 중 아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전에 그들 필모 중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느리지만 끈적하게 몰아치는 긴장이 압권입니다.
3. '광란의 사랑' - 데이빗 린치
- 데이빗 린치의 영화 중 가장 정렬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입니다. 여러모로 데이빗 린치의 영화와 낯선 지점이 많아서 좋아합니다.
2. '택시 드라이버' - 마틴 스콜세지
- 칸영화제 받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고 좋아한 영화입니다. 장르영화로 재미도 탁월하고 어떤 트렌드를 완성한 영화기도 하죠. 마틴 스콜세지의 초기 필모 중에서도 꽤 이질적인 영화였습니다. 이제와서 보면 그 양반은 영화에 대한 애정 자체가 남다른 분이지만요.
1. '지옥의 묵시록'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목숨 걸고 찍은 영화라는게 고스란히 느껴진 작품입니다. 이 극한의 전쟁영화는 전쟁 그 자체가 가진 심연의 공포를 관찰합니다. 모든 전쟁영화 중 이렇게 전쟁을 무섭게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가장 시네마틱했고 가장 끈끈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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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역시 수위아저씨님 특유의 양질의 글 답습니다^^ (그런데) <기생충> 설명에 '상업영화감독'이라는 표현이 물론 틀린 건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님을 단순 그렇게만 칭한 표현은 좀 아쉽게 느껴지네요 ㅠ 당연히 어떤식으로 표현 하 듯 수위아저씨님 마음입니다만, (마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에게 <대부> 시리즈가 있다고해서 그를 한정적 카테고리에만 가둬 놓는 것은 옳지 않 듯, 영화 뿐 아니라 TV 음악 등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서 활동 하는 '데이빗 린치'를 단순 영화감독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온전하지 않 듯) 매 작품 스토리보드를 창작하며 각본까지 집필하는 봉준호 감독님 역시 그냥 '예술가'로 표현 하는 게 훨씬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ㅎㅎ (아닌 게 아니라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역시 그를 진작 부터 '작가'로 인정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