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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영화수다(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

수위아저씨
1901 9 6

요즘 일하면서 가장 자주 쓰는 키워드가 '포스트 코로나'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이전과 달라지게 되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를 전망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당연히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전문가들이 하는 논의와 별개로 이 글은 관객 입장에서 바라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에 관한 글이다. 어쩌면 우리는 누벨바그나 뉴저먼시네마를 뛰어넘는 영화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1895년 영화가 처음 발명된 이후 그것은 '극장'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과 만났다. 극장은 영화 이전 연극, 혹은 그보다 더 이전 로마시대 검투사의 싸움터였던 콜로세움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집단이 모여서 하나의 상황을 함께 보고 즐기는 것이다. '극장'은 영화를 상영하는 곳, 연극을 공연하는 곳에 모두 쓰이는 단어다. 그래서 '극장=영화관'은 사슬처럼 엮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콜로세움과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상영하는 극장은 매번 도전을 받아왔다. 극장이 받은 가장 큰 도전은 TV의 등장이다. 당시 집에서도 영화와 공연을 볼 수 있는 TV가 등장하면서 이제 극장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당시 TV는 몹시 작았고 극장은 대형 스크린을 가지고 있었다. 극장이기에 가능한 영화적 체험이 있었고 극장은 온전히 그것을 관객에게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영기술의 발달은 '체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발전해왔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이 구축되고 레이저 영사가 등장하며 스크린X, 4DX 등이 만들어졌다. 이것의 목표는 관객이 영화를 체험하게 하는 데 있다. 오직 그것만이 목표였다. 체험의 플랫폼이 구축됐으니 영화는 더 거대한 체험을 선사해야 한다. 그래서 상업영화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만화 속 슈퍼히어로와 함께 하늘을 날게 했고 100여년 전 타이타닉 여객선에 탑승하도록 했다. 황폐한 사막을 미친 속도로 달리도록 했고 감히 상상도 못할 무역센터 빌딩 위를 외줄로 걷도록 했다. 영화와 극장은 그렇게 공생하며 TV의 도전을 뿌리치고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TV의 재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반세기 전 극장에 참패한 TV는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극장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TV에게 좀 더 유리해졌다. 오늘날 TV는 과거보다 훨씬 크고 선명해졌다. 사운드시스템은 극장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 됐고 화질과 색감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TV의 대형화와 사운드시스템의 고급화는 극장을 위협한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여기에 한가지 변수를 더 선사한다. 

 

우리는 한동안 대형영화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하루 아침에 종식된다거나 백신과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극장은 지금과 같이 관객이 찾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찬가지다. 이는 극장수익에 의존하던 영화들이 수익을 내는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영화들은 오프라인 프로모션도 활발히 해야하고 극장을 가득히 채울 정도로 많은 관객을 유도해야 한다. 대형영화는 기존에 해왔던 수익창출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스튜디오들은 고민이 깊을 것이다. 현재는 기존의 제작 스케줄을 고수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그들의 운명이 달렸다. 

 

극장을 키운 대형영화들이 위기를 맞이 한다. 당연히 극장도 위기를 맞이한다. 반면 TV(=넷플릭스)는 기회를 잡게 된다. TV로 보는 영화는 관객에게 새로운 과제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과거 '6언더그라운드'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클 베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6언더그라운드'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다 때려부수는' 영화다. 운이 좋게 롯데시네마 수퍼플렉스G 대형화면으로 봤다. 만약 이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봤다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았다. 이 거대한 영화를 넷플릭스로 공개하게 된 데 대해 마이클 베이는 "큰 TV를 사라"고 농담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늘게 된다. 누군가는 대형 8K TV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작은 LCD TV, 혹은 PC 모니터,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 8K TV로 본 영화와 스마트폰으로 본 영화는 똑같은 경험을 선사할까? 환경과 디바이스에 따라 영화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만원 남짓의 돈으로 동일하게 영화적 경험을 선사했던 이전과 달리 TV(=OTT)의 시대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영화적 경험을 얻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더 이상 영화는 모두의 대중예술이 아닌 중세 유럽의 클래식처럼 상류층의 예술이 될지도 모른다. 

 

극장은 언젠가 종말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에게 큰 변화를 선사할 것이다. 극장의 종말 이후 찾아올 영화를 내 눈으로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훗날 세계영화사에 기록될 순간을 이렇게 마주하게 될 거라고도 생각 못했다.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가 세계영화사에 큰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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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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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뭐 어떻게든 진정되고 다시 극장 찾는 날이 올 거라 봅니다. 언제가 될지가 문제지...

11:40
20.06.01.
2등
<아바타2>처럼 잘 만든 대형영화는 그래도 극장에서 보고싶을 것 같기는 한데 그보다는 조금 타임킬링용에 가까운 작품들은 집이나 넷플릭스에서 볼지도 모르겠어요..ㅎ
11:51
20.06.01.
3등

지금은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의 지겨움보다는 전염병 창궐이라는 외적인 상황이 더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은 언젠가 종말을 맞이하겠죠.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다는 전제와 만약 지금 영화판이 새로운 포맷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전제가요.
50년대 TV와의 전쟁에서 영화가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비스타버전을 개발한 것처럼 기존과 새로운 경험을 위한 포맷이 나오지 않는다면, 저처럼 모니터가 친근한 시네필이나 넷플릭스가 익숙해진 관객들은 많아지겠죠. 그렇지만 큰 TV나 좋은 사운드 장비를 사라는 조언도 OTT 영화의 민주화에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는 합니다. 어쩌면 OTT는 영화의 체험이라는 측면에서도 고가의 좋은 기기가 없으면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대단히 자본주의적이니까요

12:17
20.06.01.
profile image
씁쓸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관객수가 줄면서 그만큼 티켓값이 오르고 그러다가 상류층의 예술이 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12:20
20.06.01.
TV의 용도가 더 다가온건 사실인것같아요ㅎ좋은드라마와 예능은 킬링타임에 더할나위없으니 ㅎ
17:42
20.06.01.
profile image
여름 되면 시원한 공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붐비게 되어 있을듯요...
18:40
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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