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O) 익무 예매권으로 관람한 <언더 워터>
평소에 스릴러 장르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광활하면서도 제한적인 공간인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한 공포를 다룬다고 하여 특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상황에 몰입하여 긴장감을 한껏 느낄 수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자주 경험해본 건물이나 오지 등 지상에서의 공포와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스릴이었습니다. 행동과 호흡에 제약이 있다는 특징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특히 극한 상황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편감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배우들의 얼굴 클로즈업이나 인물의 시선과 거동에 따라 움직이는 연출이 (일부분에서는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정신 없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 감정과 감각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보통 숨이 차거나 힘들어하는 연기를 할 때 배우들이 촬영 직전에 운동을 한다든지 몸을 써서 호흡을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60kg에 달하는 수트를 착용하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지치는 느낌일 듯 하여 연기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걸 지켜보는 관객으로서 저도 그 힘듦을 함께 느낄 수 있었어요. 에밀리와 노라가 파울을 끌고 심해 바닥을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진부한 클리셰 같기도 하지만, 긴장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와중에 잠시나마 안도하며 숨 틀 수 있기도 했습니다.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라는 소재는 사실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심해에서 해저 시추 기지가 무너진다는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긴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괜히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를 추가해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었어요. 결과적으로는 크게 실망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어요. 대왕(?) 괴물의 등장은 갑자기 너무 판타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재치있는 영화적 상상력이었고 크리쳐의 설정과 연출 부분에서도 그 위세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괴물의 디자인이나 일부 연출에서 <에일리언>이나 생존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의 장면과 유사한 느낌도 들었고, 전체적으로 익숙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깊은 바다를 탐구하고자 하는 제임스 카메론의 오랜 소망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담은 <딥씨 챌린지>라는 영화를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언더 워터>에 담긴 메시지를 보고 나니 다큐멘터리 장르인 <딥씨 챌린지>는 이상적인 것이고, 가상의 스토리인 <언더 워터>가 반대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밀리의 대사에도 나오듯이 인간이 자연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심해 괴물의 거대한 자태와 그에 비해 한없이 작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 '보복'이 아니라 '처벌' 같기도 합니다.
상영관의 웅장한 사운드와 그에 동반되는 미세한 진동이 심해의 느낌과 상황의 혼란을 실감시켜 주었고, 에어컨 때문에 조금 추워서 그런지 심해의 한기까지도 느낄 수 있어서 본의 아니게 일반 상영관에서 4DX 체험을 한 듯했어요. 그리고 한국 영화 <7광구>가 이 영화와 비슷한 소재와 설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도대체 왜 아직까지도 괴작이라는 평을 받을까 호기심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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