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오에서 관람한 <초미의 관심사> 특별 상영회
개성 강한 캐릭터와 힙한 분위기에 눈길이 끌렸던 영화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 '초미'와 언니 '순덕'이, 돈을 들고 잠적한 막내 '유리'를 찾는 하루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넘어지고, 놓치고, 어딘가 서툴고 허술한 그들의 추적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도 느꼈습니다. 결말은 다소 허탈하지만, 귀엽고 안도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김은영 배우는 가수 치타로서의 이미지가 워낙 인상 깊어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웠지만, '순덕(블루)'의 특성이 자신의 본성 혹은 그동안 가수로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서 그런지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블랙머니>에서 OST 작사 및 노래로 영화계에 발을 들이고, 이번에는 무려 주연으로서 직접 연기까지 했는데, 앞으로의 행보는 어떨지 기대됩니다. 조민수 배우는 이전 작품 <마녀>에서의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었습니다. 무섭고 세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친숙하고 깜찍한 면이 있는 '초미'와 제법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OST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순덕'은 극중 가수 '블루'로서 활동하며,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다수 삽입되었습니다. 평소 제가 알고 있던 힙합 가수 치타의 음악과는 다른, 재즈 기반의 노래들이었는데 치타의 매혹적인 목소리와 그루브한 리듬이 어우러져 특정 장면이나 영화의 전체적인 개성을 더욱 살려주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머릿속에 간간이 멜로디가 맴돕니다. 이외에도 배경음악을 이용하여 더 코믹하게, 혹은 더 긴박하게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연출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태원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많이 와본 적은 없어서 이태원의 이곳저곳 골목과 거리를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이태원이라는 장소가 지닌 분위기와 주인공의 성격, 영화의 특색이 잘 어울립니다. 총천연색으로 꾸며진 벽과 화려한 조명, 다채로운 패션,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로 구성된 인물의 조합으로 다양한 문화가 섞인 이태원을 재치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가본 오르페오는 아담하고 조용했습니다. 건물부터가 매우 도시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반 멀티플렉스와는 달라서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대기실, 복도, 좌석, 나무 티켓, 창밖 풍경 등 신기한 것이 많았습니다. 프리미엄 사운드 씨어터라서 그런지 음향도 생동감이 넘치는 듯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러 이태원역으로 걸어가면서 잠깐이나마 영화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천인 2
댓글 2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