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에 대한 불만과 시네마
최근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아마도 마틴 스콜세지의 마블에 대한 발언일 것입니다.
'마블은 시네마가 아니다.' 이 말 때문에 영화팬들 사이서 많은 논쟁이 있었지요.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제가 무슨 말을 덧붙이겠냐만은, 최근에 본 영화들 때문에 '시네마' 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어서 그 생각을 정리하려고 이 글을 쓰게 되네요. 제생각에 마블은 굳이 시네마일 필요는 없고 아니여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영화입니다. 일부의 격한 반응을 보면 숨겨진 열등감처럼 보일 때도 있어서 좀 그렇네요.
[이 글은 제 기준에 마블이 시네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적은 것입니다.]
(일부 영화팬분들은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 유성영화와 같은- 이다 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늘 반발이 있었습니다. 유성영화, 컬러영화 등등. 씨네마스코프형식이 나왔을 때 프리츠 랑이 한 공격도 유명하죠.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3d와 디지털을 일찍 받아들였고 그 기술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장 스트리밍하는 기업과 협업을 했죠. 이렇게 변하는 기술에 예민하고 빠르게 적응하신 분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시죠. 그리고 무엇보다 마블영화는 위의 변화들처럼 영화예술문법의 혁명을 만든 수준의 영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틴의 반응은 위의 기술들에 대한 반응과 다른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
/🧨과도한 외부의존성
최근에 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일견 마블과 비슷한 ,스튜디오가 만든 영화죠. 누구도 이 영화를 빅터 플레밍의 작품으로 보지 않습니다.(제작자인 데이빗 o 셀즈닉, 비비안 리, 클락 게이블의 것으로 보겠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마블 모두 하나의 스튜디오가 제어하고 기획한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다를까요?
제 생각에 가장 큰 차이는 외부의존성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성취 대부분은 영화 그 자체의 힘에서 옵니다. 그리고 그 영화로 존재합니다.
마블의 엔드게임을 볼 때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시간여행을 할 때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으니까요. 토르의 어머니가 나올 때, 페기 카터가 등장할 때, 토니가 아버지를 만날 때 등등, 그 때 저는 '아 어디에 나왔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마블의 그 이전의 영화들을 잘 알고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영화가 관객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죠. 제 궁금증은 여기 있습니다. 영화가 이렇게까지 외부관객의 기억에 의지해도 되는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은 이 영화가 만든 것인가 아니면 나의 기억이 만든 것인가? 그 기억을 만든 것이 마블영화이니 괜찮다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타란티노를 생각하면 저는 다릅니다. 타란티노의 영화는 수많은 인용과 오마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고 보아도 훌륭하죠. 알면 더 풍족히 즐길 수 있지만. 역시 외부관객의 기억과 지식에 기대고 그것이 핵심 중 하나지만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엔드게임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감정과 정서에서의 성취 대부분은 관객의 기억을 감응시키는 방식에서 기인합니다. 예로 토니 스타크가 가진 아버지- 아들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언맨2, 시빌워,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봐야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토니가 아버지를 만나거나 피터를 안을 때의 감정은 그저 정보에 그칩니다. 이렇게까지 내부의 영화가 외부(관객의 기억)에 종속적일 때 이것을 시네마라 볼 수 있는가 라는의문이 생기죠.
(하지만 세계최고흥행작이 되었으니 이런 식의 작법은 어느정도의 성공을 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반대로 제작사의 의도가 보일 때입니다. 예로 엔드게임서 여성히어로들이 뜬금없이 집결하는 장면은 명백히 pc적인 것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하는 제작진의 의도입니다. 블랙위도우가 희생할 때 저는 단독영화가 있으니 죽이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피니티워의 결말의 충격도 어찌보면 평범한 것이 이미 스파이덩맨, 블랙 팬서 등등의 속편이 예정되어있다는 것을 관객들 대부분이 아는 상황에서 얼마나 강하게 다가올까요?또 다른 경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등장한 타노스는 명백히 다른 마블 영화들을 위한 포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윈터솔져에서 팔콘의 억지스러운 등장도 이런 맥락입니다(상식적으로 토니를 찾아가지 조깅하다 만난 전직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갑니까?. 하필이면 그 군인이 끝내주는 윙슈트를 가진 능력 좋은 사람이였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 아이언맨2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런 경우는 마블의 연계성이 오히려 개별적 작품의 감흥을 축소시키는 케이스죠. 영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벤져스 더 넓게는 mcu라는 상품을 구성하기 위한 부품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몰개성
스티븐 소더버그는 2013년에 한 연설에서 시네마는 그 예술가가 아니면 태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마블영화는 이와 정반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을 고용해서가 아닙니다. 마블의 영화들은 전체적으로 팀업무비를 위해 영화들 일정한 톤을 유지합니다.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분위기를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영화들이 비슷해보입니다. 각각 다른 장르와 감독들을 기용해 개성을 심으려고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죠. (쉬림프든 빅맥이든 결국 햄버거이니.) 당장 슈퍼히어로영화인 로건과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같은 영화에 나온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어색하죠. 로건의 비장한 서부극의 분위기와 스파이더맨은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저스티스리그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민트초코같은 영화였죠.)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블은 일정한 컨셉을 잡고 그 안에서만 각각의 작품들이 변화를 주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개별영화들의 개성이 약해지게 됩니다. (
위의 2가지
과도한 외부의존/개입성, 몰개성이 제가 생각할 때 마블이 시네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이유입니다.
사실 더 있는데 저 둘이 제일 크네요.
못 쓴 글인점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추천인 17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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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의존의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예로 드신 대부2는 전작을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보지 않더라도 영화의 핵심 중 일정부분이상은 전달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일단 제가 대부2를 먼저 본 케이스입니다.) 위에는 못 적었는데 저는 3부작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블처럼 지나치게 많은 수는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2.저도 쿠아론 님(닉네임부터 신뢰도가..)의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저한테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의 메뉴의 차이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커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충분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죠.. 하지만 대다수 마블 영화들의 경우에서 그 개성은 한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블영화의 개성에 대해서 쿠아론 님은 충분하다, 저는 그렇지 않다 라는 의견인 거 같아요. 진입장벽에 관한 부분도 그렇고. 이 부분은 진짜 취향과 주관의 문제여서... ㅎㅎ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고맙네요.ㅎㅎ
그런데 그린스크린 배경에서 하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영화의 실재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긴해요.
제 주변에도 hugo님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공감가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2016년때까지는 저도 즐겼는데 그 때 이후로는 세계관이 지나치게 거대해졌다는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어요. 엔드게임은 같이 본 친구들이 다 설명해줘서 겨우 이해했거든요. 그래도 교통정리는 얼추 되었으니 다시 재치있던 시기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글쎄요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댓글에서 제대로 반박 안하고 그냥 글쎄요 누른 사람은 그냥 태클이라고 생각하시면 속편하실 것같네요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대부분 공감하며 읽었네요.
다만 윈터솔져에서 팔콘과 토니에 대한 말씀은 저는 좀 다르게 어느정도 개연성 있었다고 보는 게,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는 서로 상당히 잘 맞지는 않았죠. 작게는 성격부터 크게는 각자가 가지는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가치관까지요.
그런 차이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시빌워에서 극명한 대립으로 폭발했고, 스티브가 진작에 이걸 못 느끼진 않았을 것 같아요.
따라서 토니보다는 나라를 위해 몸 바쳤던 전직 군인이라는 과거와 PTSD라는 공통점이 있는 팔콘(샘은 첫만남부터 이미 미국의 영웅인 캡틴 아메리카에게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죠)과 협업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아요. 토니가 쉴드 내부의 비리를 알게 되었을 때, 스티브의 방식에 동조해 주었을지도 의문이고요. 개인적으론 윈터솔져에서 이런 부분을 그런대로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생각해요ㅎㅎ 아이언맨 트릴로지, 어벤져스1, 퍼스트 어벤져만 본 상태에서도 저렇게 이해한 거 보면요. 저거라도 이미 봤기 때문에 이해한 걸수도 있겠지만요.ㅋㅋ
개인적으로ㅠㅠ 윈터솔져까지는 공장 찍어내듯 획일화 된 느낌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엔드게임까지 마무리 하고 나니 말씀하신 것처럼 아쉬운 점이 크게 다가와서 새로운 마블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사라졌어요. 자꾸 히어로 영화들로 그들의 의도를 읽게 되는 거라던가.. 이젠 예전의 그 설레임을 못 느낄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ㅠㅠ
생각해볼만한 글이네요.
다만 제 생각을 적어보자면 (저는 마블 작품을 좋아하고 스콜세지의 작품은 좋아하지 않기에 개인적 의견임을 밝힙니다!!),
관객의 기억력에 의존한다는 것은 마블만의 한계라기보다는 '원작이 있는 판타지 시리즈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예로 해리포터와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겠죠.
저는 오히려 마블 영화는 엄청난 자본으로 구현해낸 vfx 기술과 디자인 같은 측면에서 관객이 내용의 연계를 백프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엔터테이닝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블 영화는 그리고 코믹(만화)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대중성까지 잡은 특별한 케이스죠.
또 저는 영화는 대중과 세상에 가장 맞닿아 있을 때 가장 영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pc적인 것에 대한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는 것은 환영이죠.
기존의 남성 히어로들이 수십명 등장하던 시네마에서 뉴노멀을 제시하는 것. 그것 또한 필름메이커의 역할이자 주목할만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플롯(스토리)은 기대가 안되죠.
하지만 캐릭터는 살아있고 ,영상미는 쩔죠. 거기에서 팬덤이 생기는 거겠죠.
근데 마블 유니버스가 너무 거대해져서 계속 나오니 지칩니다.
모 저처럼 지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인기가 사그러들테고 아니라면 계속 가겠죠 현시대에 가장 강력한 프렌차이즈인 것은 분명하니.
1. 마블이 아니라도 미디어믹스와 그를 통한 통합적 전개는 <건담> 이래로 이미 오랜 기간 시대를 주름잡아온 대세입니다. 그게 영화라는 매체에도 본격 진입했을 뿐. 영화가 다른 매체과 그 점에서 다르게 특별한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죠.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꼰대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1-2. MCU처럼 큰 세계관은 아니더라도 감독의 모든 작품이 같은 세계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이전부터 꽤 많이 있었습니다.
2. <시빌 워>(+ <윈터솔저>)라는 명확한 반례가 있습니다. 마블의 틀 안에서도 얼마든지 놀란의 다크나이트처럼 감독의 철학에 기반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2-2. 영화의 내러티브에 철학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미장센에 나름의 철학이 들어간다면 그건 충분히 훌륭한 '영화'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르: 라그나로크> 같은 작품은 이 예시에 충분히 들어갈만한 작품이고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가치판단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꼰대가 되지 않는 길이라면 저는 그냥 꼰대가 되겠습니다.
2.저는 몰개성하다고 했지 철학이 없다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딱히 철학이 있다고 그 예술작품의 수준을 높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윈터 솔져나 시빌워에서 철학이 있나요?
저는 윈터 솔져에 등장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테마는 악당의 논리에 그쳤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 영화를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재밌다 였지. 과연 저 계획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가 아니였습니다.
시빌워도 초반부의 그 주제의식은 미끼였고 사실은 캡틴과 아이언맨의 감정싸움이 핵심이였죠.
- 일단 묻고 싶어지네요. 도대체 주장하시는 시네마의 정의가 뭔가요? 시네마라는 단어가 보통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되는 요상한 단어이긴 한데, 보통은 1. '영화관'에 집중하여 경제적 효과에 중점을 두었거나 2.소비자인 관객과의 소통을 함의하는 개념이거나 3. 아예 반대로 예술성에 집중한 측면을 가리키기도 하거든요. 근데 MCU의 작품들은 차이는 있지만 1. 2. 3 모두 충분히 들어간다고 보입니다.
- 철학이 있다고 수준을 높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다는 점에서 일단 저와는 완전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는 점은 알겠습니다. 물론 저는 앞서서 밝혔듯 철학이 없더라도 내러티브나, 미장센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찬가지로 철학, 즉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이걸로 소통하는 영화는 그 자체로 예술성이 있다고 보는 터라서요. 그리고 마블 영화에는 앞서 든 철학, 내러티브, 미장센에 집중한 시리즈들이 전부 다 있습니다
P.S: 아이언맨과 캡틴으로 대변되는 입장 차이는 미끼가 아니라 감정이입의 도구일 뿐입니다. 오히려 감정싸움이라고 말씀하신게 미끼라고 보는게 더 맞죠. 단순 감정싸움의 미끼라고 봤다면 시빌워가 스파이더맨2와 다크나이트 이후 최고의 히어로물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겠죠?
마블의 대다수 영화들은 창작자의 개성이 약하고 외부의존성이 강해서 시네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내러티브,미장센에 집중한 시리즈가 있다는 말은 개인적으로 뜬금없는 감이 있네요. 감독의 개성이 적다는 말입니다. 몇몇예외를 제외하면 누가 만들어도 (수준의 차이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여서 제 기준에서 시네마가 아니라는 주장에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는 반박은 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추신부분은 루소 감독이 시빌워에서 협정이 아니라 둘의 감정싸움이 중심이라고 인터뷰서 말했습니다. 제 말은 철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협정이지만 영화는 거기에 관심없고 버키를 둘러싼 둘의 갈등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반응은 늘 있어왔죠. 헐리우드에 서부극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그건 시네마가 아니다, 첩보물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그건 시네마가 아냐! 정작 시네마는 언제부터 시네마였나요? 네. 18세기만 해도 연극은 그저 지금의 마블과 별다를 바 없는 대중문화이자 테마파크일 뿐이었죠. 그 당시의 작품들을 지금은 예술로 보고 분석합니다.
본문에서 열등감을 언급하셨던데, 저는 오히려 마틴 스콜세지의 발언에서 작가주의 진영의 불안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럴 법도 한게, 이런 반응이야 늘 있어왔고 스타워즈가 나온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처럼 MCU로 대표되는 영화 테마파크가 극장을 1년 내내 점령하는 건 전례없던 현상이니까요.
각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마블 영화들에 창작자의 개성이 없나?
전혀 아닙니다. 예컨대 같은 MCU 내에서도 각 영화들은 개성이 있습니다. 다른 감독과 다른 제작진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면 많이 달랐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제임스건이 스콜세지의 발언에 대해 아쉬움울 내비쳤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죠. 참. 미장센이나 내러티브 얘기를 한 건 영화 혹은 시네마라는게 그것만으로도 창작자의 개성이 충분히 강하게 전달될 수 있는, 나아가 그런 요소 하나만으로도 예술이라고 불릴 수 있는 매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멀티미디어 예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멀티미디어의 모든 요소에서 창작자의 개성이 느껴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봤자 같은 햄버거 아닌가?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의견에 대해 동의할 수 없지만, 백번 양보해서 햄버거가 맞다고 칩시다. 그럼 예술적인 햄버거는 예술이 아닌가요? 감독 뒤에서 전체적인 톤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그건 작품이 아닌가요? 그 주체가 바뀌었을 뿐 아닌가요? 사실 감독의 예술이라기엔 지금 영화도 정말 소규모의 작업을 제외하면 감독의 혼자에 의지하는 예술은 절대 아닌데 말이죠. 뛰어난 작가주의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조차 뜯어보면 감독이 아닌 제작진에게 의지하는 바가 큰 작품들이 부지기수고요.
작품 자체의 힘만으로 감성적, 심리적 경험을 만들어내는가?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예 또는 아니오가 되겠죠. 예컨대 과거 스토리까진 아니더라도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 정도는 알고 가는게 훨씬 더 감정이입에 좋은 시리즈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아니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속편이 있는 거의 모든 영화에 해당되는 얘기이고, 마블 시리즈가 나오기 이미 수십년 전부터 대세가 된 얘기입니다.
또한 과거 스토리같은 걸 잘 모르고 가도 얼마든지 감성적, 심리적 교류를 느끼고 이후로 시리즈의 팬이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스콜세지의 발언이 특히 강하게 문제되는 건 특히 이 부분이라 보는데, 이런 작품들을 통해 감성적, 심리적 교류를 느꼈던 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각각의 경험을 재단해버리고 다른 쪽을 비판하는 시점에서 그는 꼰대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작품 자체의 힘이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보는게, 단편이던게 연속극으로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보거든요. 연속극을 한 작품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작품 자체의 힘이라는 표현은 별로 문제될게 없다고 봅니다. 그걸 굳이 단편 안에서의 경험에 국한지어서 시네마라고 해야겠다면, 전 그것 역시 시대가 바뀌는 과도기에서 꼰대들이 보이는 반응에 불과하다고 답하겠어요.
스콜세지의 발언(물론 그 이전에도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의 발언이 있었지만)으로 촉발된 논쟁은 흡사 과거 평론가들이 아이들의 음악은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찍어낸 모양새라 예술성이 없다고 폄하하던 그 시절, 앨범에서 싱글 위주로 넘어가던 시절에 평론가들이 보이던 반응을 보는 듯해 씁쓸합니다.
P.S.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 이라는 니체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수전 손택처럼 해석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오래전부터 예술은 해석자에 의해 작동하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죠. <시빌 워>는 감독이 무엇을 의도했건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캐릭터를 이루는 두 사상의 격돌을 굉장히 밸런스있게 표현한 작품이고, 이에 대한 철학적 해석은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습니다. 네. 캡틴 아메리카 3부작이 캐릭터와 세계관이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그 속살은 인간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품이 시청자들과 교류하면서 감성적, 심리적 경험을 크게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죠.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러시군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잘 읽어습니다.
다만 시네마가 아니라는 의견이 그 작품의 예술적 성취를 비난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음 합니다.
마틴 스콜세지를 꼰대라 단정짓는 표현은 심히 불쾌하네요.
저는 마블이 시네마가 아니라고 했지,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한 적이 없어요.
(글에다 제 기준이라는 말을 적었듯이 제 개인적 생각에 마블이 시네마가 아닌 이유를 적었습니다.
어디에도 타인들의 감상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포인트는 없어요.)
제가 시네마가 아니라고 한 이유는
1.영화가 mcu라는 거대한 문화상품의 부품처럼 느껴지고
지나치게 외부의 기억에 의존한다
2. 감독의 작가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저한테 마블영화들의 미장센 등에서 작가적 개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님은 그러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데이빗 핀처의 인터뷰, 에드가 라이트,페티 젠킨스 인터뷰에서도 그랬고 윈터솔져,시빌워 등의 스토리는 다 케빈 파이기를 위시한 제작위원회에서 짠 것으로 압니다. 제가 본 기사에서는 파이기가 제임스 건이 만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등장하는 타노스의 의자, 카메라와의 거리를 지시했습니다.
(2번은 무수한 감독들,관계자들이 지적했던 사항이죠.)
이 말에 반박하시기 위해서는
예술적 가치나 철학이 있다는 소리를 하실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님의 의견과 저의 그것이 다르다면 서로가 하는 시네마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님도 저한테 님만의 시네마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요.
저한테 캡틴 시리즈가 철학적 메시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감독도 인정했고 이 문제는 해석의 영역이 발휘될 문제가 아닙니다.
극의 중후반부는 어디까지나 버키를 둔 갈등이지 소코비아와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시빌워는 명백히 둘의 감정싸움입니다.
글 곳곳에다가 제가 생각할 때는, 제 기준이라는 단서를 붙였는데
어딜 봐서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인지......
제 생각에 마블은 시네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네마가 무슨 우위의 개념도 아니에요.
(연극은 그리스시절때부터 예술이였습니다. 당장 그 시절에도 경연을 하고 그랬지 않나요?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도 있고)
제가 볼 때 시네마가 아니라는 겁니다.
님의 관점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저의 시점서는 아니에요.
영화가 관객들의 이전 작품에 대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네마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수많은 걸출한 속편들을 시네마가 아닌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막말로 대부 2 같은 영화도 말이죠.
마블 시네마틱 시리즈가 스튜디오 차원에서 품질 관리를 받고 통일성이 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맞지만, 모든 감독들이 몰개성화되었다기엔 좀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임스 건, 라이언 쿠글러의 영화는 시리즈에서 특별히 돌출된 위치에 있고, 높은 평가를 받은 루소 형제의 짜임새 있고 스피디한 액션도 차별화되는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