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러브버드] 간략후기
5월 22일 전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코미디 영화 <러브버드>를 보았습니다.
본래 파라마운트 배급으로 4월 북미 개봉이 예정되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는데,
배우들의 인지도나 장르 특성을 따졌을 때 그랬다면 국내 극장에서는 보기 어려웠을 듯 하고
결과적으로는 넷플릭스로 이렇게 빠르게 볼 수 있게 된 게 다행인 것 같습니다.
<빅 식>의 감독과 주연 배우가 다시 뭉쳐 만든 이 복합 장르의 코미디 영화는
거창하고 살벌한 소재 속에서 배우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미디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지브란(쿠마일 난지아니)과 광고회사 직원 레일라니(이사 레이)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서로에게 이끌려 뜨거운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4년만에 서로에게 질리고 맙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서로에게 이별을 고한 직후 그들은 살인 누명을 쓰게 됩니다.
이별한지 1분이나 됐을까 하는 시점에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관계를 정립하는 게 헷갈리는 두 사람이지만,
어쨌든 같이 쓴 누명을 벗고자 그들은 살인 사건의 배후를 어쩌다가 캐기 시작합니다.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고들면서 '막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진실이 드러나지만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핵심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이별 직후 남녀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담입니다.
슬랩스틱보다는 현란한 입담으로 극을 장악하는 주인공들의 입담은 생각 이상의 활약을 보이는데,
국내 인지도가 그리 있지 않은 배우들의 다분히 미국적인 코미디임을 예상했다가 꽤나 많이 웃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기가 잘 알고 잘 할 줄 아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그만하라고 하지 않는 이상 수다가 끊이질 않습니다.
지브란은 누가 리얼리티에 몰두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아니랄까봐 수시로 눈앞의 사물에 대한 장황설을 늘어놓고,
레일라니는 그런 지브란의 과도한 '리얼리티 추구'에 질려 하면서 공격적인 입담과 빠른 결단력으로 압도합니다.
이렇듯 캐릭터가 뚜렷한 커플이지만 현실에서 살인 누명을 쓸 거라곤 생각도 않고 살아왔을 보통 사람들이기에,
누명을 쓴 후 돌입하게 되는 일 하나하나가 어설프고 쭈뼛거리기 짝이 없습니다.
반면 어쩌다가 고삐 풀린 마냥 터져나오는 입담은 극의 리듬을 안드로메다로 보낼 법한
무한 루프를 시전하고, 미처 기대치 않았던 유머 타율을 발휘하며 보는 이를 실실거리게 합니다.
사건의 진상은 생각보다 큰 규모를 드러내지만 영화는 그것까지 명명백백하게 보여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커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 정도까지 파고들어가기에 담력과 추진력도 부족할테고요.
엔딩 크레딧을 제외하면 80분 남짓으로 매우 짧은 러닝타임을 지닌 영화이다보니
그런 사건의 자초지종을 소상히 보여줄 시간이 없고 그래서 어느 순간 '뭐 이런 이야기가...' 싶기도 하지만,
'잉꼬'(와 동시에 '열렬히 사랑하는 커플')를 뜻하는 제목처럼 조잘거림이 끊이지 않는
주인공들의 구강 티키타카가 그처럼 널뛰는 스토리마저도 웃어 넘기게 합니다.
<러브버드>에서 두 주연 배우의 기량이 기여하는 부분은 막대합니다.
우리에게는 마블 <이터널스>에서 마동석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파키스탄계 코미디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는 매사에 너무 진지하고 진실성만 추구해서
오히려 순간순간이 말도 안되는 사건 속에서 파열음을 내는 기묘한 유머감각을 발휘합니다.
그런 한편 어설프게 대담해 보이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통제 불능 수다도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미국에서 TV 코미디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사 레이는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로
저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지만 시원시원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코믹 연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두 배우가 장면마다 뿜어내는 수다만으로도 오디오가 빌 틈이 없는데,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꽤 애틋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를 그럴싸하게 연출하니 신통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보호 아래 한글 자막 또한 거침없는 육두문자 묘사로 이들의 대화를 더욱 차지게 그렸습니다.
배우와 감독의 전작 <빅 식>을 생각한다면 <러브버드>는 한없이 얕은 영화일 수 있습니다.
4년 연애 끝에 서로의 모든 것에 질려 입만 열면 쏘아붙이는 남녀의 모습 이후 살인사건이 펼쳐지면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비현실적이고, 거기서 펼쳐지는 주인공들도 활약이라기보다 소동을 벌이죠.
때문에 통찰력 있는 성인용 로맨틱 코미디를 바란다면 이 영화가 상당히 실망스러우시겠지만,
집에서 가벼운 먹거리와 함께 낄낄거리며 볼 수 있는 영화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가 적격일 것입니다.
+ 미국의 인기 리얼리티 쇼인 <어메이징 레이스>에 대해 미리 알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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