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신과 나-100일간의 거래> 당신은 후회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흐릿한 시선으로 몸을 일으키는 한 남자. 시체 안치실이다. 제대로 몸을 가누려 휘적거려보지만 오히려 세상은 기이하게 움직인다. 그런 그에게 다가서는 한 남자. 자칭 가디언이라는 이 남자는 그가 영혼 상태로 민이라는 사람의 몸에 들어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에게 놀라운 제안을 한다.
훙미로운 인트로의 설정은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여줬어요. 하지만 뒤이은 상황들, 그가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식, 톤앤 매너가 들뚝날쭉한 연출로 인해 여기 저기 아쉬운 곳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부분부분 좋았던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이 작품이 풀어내고자 했던 주제는 괜찮았어요.
청춘은 자신이 손을 뻗은 만큼의 세상을 살면서 그 안의 모든 것을 삶과 죽음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한껏 빛나다가도 다음 순간 세상의 종말을 본듯 깊은 절망에 쓰러지죠.
이렇듯 불안정하고 연약한 시절의 민은 어느 순간 삶의 전부이던 사랑도, 가족도, 우정도 모두 자신을 버렸다는 절망에 빠져들고, 자신의 세상 안에서 쓰러지고 무너져 결국 소멸하고 맙니다. 그러자 신은 그를 어엿삐 여기사 다시 한 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하지요.
사람은 인생에서 늘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나를 만듭니다. 때로 어떤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기도 하지요.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은 더 나은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은 실제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간절하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은 그런 후회의 순간으로 들어가 다시 한 번 선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민이 자신이 처한 상황들을 못 이겨 스스로의 연민에 빠져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만약 그가 하나 하나 마주하며 찬찬히 대화로 풀어갔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수 많은 선택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내가 되어있지요. 더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수 많은 선택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더 지혜롭게 움직이도록 해야지요. 그렇게 나중에 더 나은 내가 되어 한껏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렵니다.
(익무의 고마운 초대로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