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넷플릭스 추천작 [7월 22일]
제가 꼽는 또 한 편의 숨은 넷플릭스 추천작은 영화 <7월 22일>입니다.
예전에 이 영화가 공개된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후기도 올렸었습니다만 이벤트를 맞아 다시 한번 꼽아보네요.
'본 시리즈'와 <플라이트 93>, <캡틴 필립스> 등으로 알려진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우퇴위아 총기 난사 테러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리얼리즘에 입각한 감독의 연출력이 워낙에 유명하고 소재로 삼은 실제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었던지라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던 영화였는데, 넷플릭스에선 비교적 조용한 반응을 얻지 않았나 싶네요.
영화가 소재로 삼은 우퇴위아 총기 난사 테러는 극우 테러범 브레이비크에 의해
우퇴위아라는 작은 섬의 정당캠프에 참석한 젊은이들이 공격을 당해 68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영화는 끔찍한 테러가 발생한 7월 22일에서 시작해 피해자들이 그 상처를 딛고 법정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기까지
지난한 여정을 시간 순서대로 차분하게 그리며 그 과정에는 어떤 과장이나 자극도 동반되지 않습니다.
테러범 브레이비크는 무차별도 아닌 조준사격에 확인사격까지 해 가며 젊은이들을 쫓는 가운데,
여전히 소년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무고한 젊은이들이 그를 피해 힘겹게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사실 보기 힘겹습니다.
자극적이거나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테러 당시의 분위기를 건조하게 보여주는 시퀀스의 압박감은 상당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직접 겪지 못한 테러의 시간을 재현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그 이후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폭력적인 건 물론 사악하기까지 한 테러범 앞에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안고서도 진실을 말해야만 합니다.
처음에는 감옥으로 가지 않기 위해 정신질환이 있는 척 연기하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자신의 사상을 알리기 위해
재판장을 여론 형성의 장으로 이용하는 브레이비크의 모습은 인간이 어디까지 인간성을 잃을 수 있나 절망케 합니다.
그리고 악의 화신과도 같은 테러범에 맞서야만 하는 피해자들은 당연히 슈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이웃들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를 힘겹게 딛고 일어서는 과정은 그래서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는 재촉하거나 포장하는 일 없이 그 과정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지켜볼 뿐입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사건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다만 집요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로부터 우리가 필요로 했던 주제의식을 끄집어내는 데 탁월한 감독이고, 이 영화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잔혹무도한 테러범과 그에 맞서는 평범하지만 강인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7월 22일>은
세상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인간의 증오와 혐오, 그리고 동시에 세상을 희망으로 끌어올리는 인간의 이해와 유대를 함께 보여줍니다.
낯선 얼굴의 배우들, 긴 러닝타임, 극적이지 않은 스토리로 극장에서는 보기 쉽지 않을 유형의 영화이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이런 흔치 않은 형태의 영화에서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7월 22일>을 숨은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꼽아봅니다.
추천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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