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통해 일본영화 비판하는 일본 칼럼
시이나 모토키라는 일본의 유명 방송작가가 SPA!라는 매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s://www.excite.co.jp/news/article/Spa_20200229_01649042/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더욱더 벌어진 한국영화와 일본영화의 차이
과거에는 일본도 세계에 통용되는 작품을 만들었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아시아 영화 최초의 쾌거다. <기생충>은 한국 자본만으로 만들어진 완전히 순수한 한국영화이다.
한국영화가 재밌다는 이야기가 들리게 된 것은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출세작 <살인의 추억>은 2003년 작품이다. 그 영화를 보고 그 재미와 ‘성인 취향적’ 내용에, 일본영화와의 역량 차이를 알게 됐다. 그 뒤로 다른 한국영화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영화는 일본영화보다 몇 단계 위의 실력을 가졌다. 그렇게 인식한 게 적어도 15년도 지난 시점이다. 그리고 이번 <기생충>의 수상으로 한국영화는 일본영화가 평생 따라지 못할 경지로까지 가버렸다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 사살해 주었다.
일본영화 중 최근 히트작은 <날아라 사이타마>라고 한다. 이 유치함은 대체 뭐란 말인가? ※(1)일본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12개 부분을 수상한 모양이다(아마도 심사위원들이 전부 사이타마현 출신인 듯) 우리들은 한국과 ※(2)동해를 사이에 두고 갈라파고스 섬에 남겨져버린 것 같다. ※(3)아이고!
(※(1)수상작 중 최우수상을 따로 뽑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노미네이트)
(※(2)원문에는 일본해)
(※(3)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화는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유치한 사회’에 살게 된 것일까. 과거에는 세계에 통용되는 작품을 만들었다. <황야의 7인>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의 리메이크다. 고질라는 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렸다(즉 일본은 스케일이 큰 특촬영화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이다.) 홍콩영화의 조상격인 영화사 ‘쇼브라더스’가 설립될 당시에는 카메라맨 등 일본의 영화 기술자가 다수 참여했었다고 한다.
과거 일본영화는 순수한 엔터테인먼트 작품으로서 세계에 통용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작품이야말로 영화 제작의 체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단순하게 재밌는 작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일본영화 엔터테인먼트 작품은 트집 잡을 구석이 잔뜩 있거나, 애초에 스토리가 성립이 안 된다거나, 각본이 파탄 나 있다거나, 극단적으로 유치한 것들뿐이다(만화 원작이라서 무턱대고 ‘마음의 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는 연출). 그렇게 기대를 저버린 일이 너무 많아, 일본영화에는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아서 최근에는 거의 보지 않게 됐지만 말이다.
<기생충>은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격차사회가 테마’라는 등 스테레오타입 같은 설명이 자주 눈에 띄는데, 격차는 이야기를 재밌게 하기 위한 설정이지 ‘테마’라 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 호러이자 코미디로도 볼 수 있다. <기생충>의 위키백과 항목에 있는 ‘블랙 코미디’라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카테고라이즈일지도 모르겠다. 분류하기 까다로움이 독창성을 증명하고 있다. 어쨌든 웃기고 조마조마하고 두근거리게 한다.
일본영화와 한국영화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일본영화도 재밌는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 없어지고 말았다. 어째서일까. 그 사실은 일본 사회에서 모종의 정신성이 사라져버린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일본영화 특유의 ‘위원회 제도’가 타락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러 기업들로부터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선, 당연히 기획서가 통과되기 쉽도록, 이미 히트한 만화들만을 가지고 만든다. 돈벌이가 확실한 오타쿠용이 되버리고 만다. 무난함을 선택하는 정신성, 리스크를 떠안기 꺼려하는 책임회피의 정신성. 그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무언가 근본적인 정신성을 일본사회가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영화와 한국영화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피와 땀, 분뇨의 유무다. 한국영화는 체액으로 뒤덮여있다. <기생충>에선, ‘반지하 주택’이 하수처리가 제대로 안 돼서 홍수가 나자 변기에서 오물이 분출돼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분뇨가 분출되는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런 피와 땀, 분뇨에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모종의 정신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에서도 작년에 태풍19호로 인해 고층아파트에서 분뇨가 역류했던 일이 있었지만 말이다.
사족이긴 한데, <기생충>에 묘사된 ‘반지하 주택’은 1960년대 중반에 북한으로부터의 폭격에 대비해 한국정부가 지하층 설치를 의무화, 1975년부터 법개정을 통해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함으로써, 빈곤층이 거주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방송작가 시이나 모토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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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도 만화처럼 함..
항상 좋은 글 번역 감사합니다!
저 위원회라는게 정부비판을 입막음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시스템이겠네요.. 사실상 검열제도나 마찬가지인듯
보니깐 일본 원작팬들이 원작 재해석 들어가면
아주 경기를 일으키는것 같던데...이걸 무시할 수가 없으니 총체적 난국이죠.
일본 쪽에서 유독 자성의 목소리 가 많이 들리네요. 어지간히 부럽고 충격적이긴 한가 봅니다.
일본 영화계 입장에서는 아시아 전반이 비슷하거나 전통적으로 앞선다고 생각 중 아카데미로 갑자기 격차를 느끼는 것도 같아요.
여전히 일본 영화도 좋은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유명 원작 비율이 좀 많아지고 결국 장벽이 되는 듯 해요.
아카데미 시상식이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충격이 컸나봐요 일본에는 이미 구로사와 아키라 , 오즈 야스지로 ,
나루세 미키오 같은 거장들이 있었는데도 기억을 되돌려 보면 일본 무슨 감독인지 옛날 태극기 휘날리며
( 일본 개봉명 : 브라다 후드 ) 를 보고 또 이전에는 쉬리를 보면서 일본 영화인들이 했던 말들이 ' 분하다 ' ' 도대체 한국 영화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 ' 대단하다 ' ' 압도적 스케일 ' ' 할리웃 버금가는 ... ' 뭐 이런 이야기들을 실미도를 보고 한국영화에 대해서
엄청나게 분석을 했던 기사들 ( 제 블로그를 뒤지면 나올텐데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을때도 괴물이 개봉되었을때도
' 대단해 ' ' 이건 감동 ' 이런식이었죠 그때도 자성의 분위기는 있었어요 매번 지금과 비슷한 분석을 했고요 거의 똑같아요
늘 하는 이야기들이 한국 영화계는 국가 경제 , 국책 등등 일본에도 좋은 감독 , 배우 , 자본 등등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만들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내부에 큰 문제가 있나봐요 지금도 찾아보면 좋은영화 많아요 근데 표면위에서 일단 관객들 취향은 어쩔수 없는건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것 같아요 아니면 애니면이션 , 인기 드라마를 영화화 한것을 찾는게 아닌지 그럼 제작자 입장 에서 본다면
돈을 되는쪽으로 투자를 하겠죠 수요 공급으로 판단하면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 애니메이션 영화화 , 이런것들이 판을 치고요 그러다 보니
일부 영화인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금세 사그러들것 같네요 쟈니스 아이돌이 몸뚱이 만한 칼들고 다니는건 크게 변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
좋은 영화 만들 수 있는 저력은 충분합니다.
다만 총리부터 이 성과를 외면하는 나라라서...
그리고 요즘 일본의 50년대 영화를 보는데..(이때 일본영화 들은 정말 대단함.) 이런것도 있는 듯 이때가 일본 역사에서 굉장히 역동적시기라. 이야기거리가 넘쳐남 거기에 자본력과 기술력+관객의 수준 더해지면서 엄청난 것들이 나온 듯..지금은 한국 상황이 그런 듯 다이나믹 코리아라 사회가 급변하고 정말 끔찍한 일들도 많고.. 그걸 극복하는 치열한 싸움들도 많고..
제작위원회 시스템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도움이 되었겠죠. 아니면 경제학 격언(?)대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정확한 예이거나....
이 변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보고 싶네요.
일본은 진짜 그놈의 'XX 제작위원회'가 없어져야 영화판이 제대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만...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