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번역가의 세계 흥미롭네요
이제 스칼렛 오하라를 모르는 세대도 나오는군요
'기생충' 번역한 달시 파켓이 부러운 이유
영화를 만든 감독과 직접 소통하며 번역할 수 있다는 건, 번역가에게 주어질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자, 최고의 혜택이다. 한국의 외화번역가의 상황상 감독과 상의하며 번역하는 게 쉽진 않지만 방송국 및 영화사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예전에 미드 <뉴걸>을 감수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극중에 "스칼렛 오하라처럼 옷을 입었어"라는 대사가 나왔다. 스칼렛 오하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이다. 시대 배경이 미국 남북 전쟁인 극중에서 상류층 가문의 딸인 스칼렛 오하라는 허리가 잘록하고 치마가 풍성하게 퍼지는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
1930년대에 제작되긴 했지만 워낙 유명한 고전 영화라 번역가는 누구나 스칼렛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거라 생각하고 원문 그대로 번역했다. 나도 그 표현은 수정하지 않고 방송국에 넘겼다. 그런데 방송국 관계자는 스칼렛 오하라가 누군지 모른다며 시청자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다른 표현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같아"라고 수정했다.
스칼렛 오하라를 아는 시청자들은 그 번역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번역가는 "혹시 모를 수도 있는 시청자 및 관객"까지 고려해 번역을 해야 한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원문을 그대로 살릴 것이냐, 쉽게 일반화시킬 것이냐.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만큼 번역가에게는 항상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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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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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꽃무늬 크리놀린 스타일의 드레스 정말 쵝오였는데.
물론 그 코르셋 장면은 무서웠지만.
저희 세대도 모르고 자랐지만 학교 앞 문방구 스티커나 교보의 엽서랑 tv에서 해주던 영화로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엄마 좋아하는 비비안 리, 오드리 햅번은 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되더란~:)
번역의 세계하니 갑자기 번역가의 서재가 떠오르는 1인...
여태껏 스칼렛 오하라하면 일본 사람인줄 알았어요....😅
제대로 된 번역가 나왔으면 합니다~
번역이 원래 어려워요ㅎㅎ 외국어도 우리말도 다 잘해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