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기자 전문가 평점 추가(네이버)
씨네21 이외에도 기자 전문가 평이 추가 되었네요!
숨 막히는 누아르의 공기에 블랙코미디의 온풍이 닿아 신선함이 느껴진다. 돈 가방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각자의 사정을 함께 담아 가지만 절박함이 온전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간간이 섞인 유머가 주는 순화가 아니라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이유에 쉽게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극의 중반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전도연은 그 등장만으로도 영화 전체의 밀도를 바꿔버린다. 엄청난 스타성이 오히려 배우의 재능을 가려 아쉽지만 정우성은 이번에도 영화 속 캐릭터에 완벽하게 호응한다.
돈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이러니, 욕망의 심연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재다. 거기에 피 냄새가 묻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모여드는 인간들은 얼마나 더 비정할 것인가. 돈 가방의 출처는 어디인지, 결국 누가 이 돈을 차지할 것인지 보다 흥미로운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저마다의 이유로 인생 나락에 매달려있는 인물 군상들을 살펴보는 데서 나온다. 서사와 인물 구조 자체는 원작의 공이 클 테지만 감출 때 감추고, 보여줘야 할 때 과감하고 빠르게 패를 보여주는 영화만의 재미도 만만찮다. 느지막이 등장해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는 전도연은 이 영화의 핵이다. 그는 도무지 지겨워지지가 않는 배우다.
새롭지는 않지만 흥미롭고,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플롯을 저글링 하는 완급의 솜씨가 좋다. 8명이나 되는 주연을 내세운 만큼 이들이 뿜어내는 앙상블이 관건일 텐데, 배우 개개인의 스크린 장악력 편차는 있지만, 이 부분에서도 캐릭터 무비로서의 강점이 잘 살렸다. 선발로 나선 정우성이 잘생김을 한껏 구기는 연기로 주의를 획득하고, 배성우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미끼를 던지는 가운데, 후반부 등판한 전도연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사건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시원한 한방을 터뜨린다. 잔상을 길게 남기는 획기적인 영화라기보다 보면서 즉시 웃고 소화하게 되는 호탕한 오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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