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노스포 후기 (익무 시사)

독립영화라서 가능한 재기발랄한 작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오남매의 티격태격 난리부르스 로드무비로 재미를 잡았고, 이장이라는 소재로 구시대의 유물인 가부장제를 되돌아보고 과도기를 지나는 우리 세대를 조명하며 메시지를 잡는 영리한 각본이었다 생각합니다.

고된 육아로 반강제 퇴사 예정인 첫째,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그냥 사는 둘째, 돈이 없어 결혼 준비가 벅찬 셋째,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분노하는 넷째, 혼전임신으로 가족과 여자친구 연락도 끊은 막내아들까지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가진 오남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인 것 같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영화는 큰 주제로 가부장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악습의 피해자는 온전히 여성이었기에 언뜻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성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 같은 논쟁보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생각나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가족영화로 즐기는게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