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넷플릭스 추천작 [어제가 오면]

제가 추천하는 숨은 넷플릭스 영화는 <어제가 오면>(See You Yesterday)입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제작을 맡고 신예 감독 스테폰 브리스톨이 자신의 동명 단편을 바탕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제작자의 이름에서 짐작되듯 미국의 인종문제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그 외형이 시간여행물이라는 점에서 색다릅니다.

SF 영화라고 하기에는 만듦새가 상당히 소박하고 이야기의 규모도 아담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나 정서의 파워가 상당해서 짧은 이야기지만 끝날 떄의 여운이 꽤 컸던 영화입니다.

과학에 소질이 있는 고등학교 절친 씨제이와 세바스찬은 자신들의 발명품인 '시간여행용 배낭' 연구에 몰두 중입니다.

그러던 중 씨제이의 오빠 캘빈이 경찰과 맞닥뜨린 후 총기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씨제이와 세바스찬은 실제로 쓸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이 배낭으로 시간을 돌려 캘빈을 살리려 합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과학도인 그들이 만든 시간여행용 배낭의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들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어제가 오면>에서 주인공들의 활동 영역은 동네로 제한되어 있고, 그들의 목표도 오직 '캘빈을 살리는 것'이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현란하고 스펙터클한 모험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대신에 만나는 건 그 작은 동네를 종횡무진 다님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실패에 직면하는 두 친구의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들의 시간여행은 자신들의 발명품을 시험하기 위한 찰나의 오락 거리가 아니라,

혈육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여정이 되어가고 그런 여정을 바라보는 영화의 태도 또한 점차 진정성을 띠게 됩니다.

(시간여행물의 고전인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주인공 마이클 J. 폭스의 카메오 출연도 반갑습니다.)

되돌리려 아무리 발버둥쳐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시간여행물 특유의 클리셰는 미국 인종문제에 대한

영화의 인식과 맞물려서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SF 장르물에 힘있게 녹이는 색다른 예시가 됩니다.

처음 아이들 장난처럼 시작된 두 친구의 시간여행이 회를 거듭할수록 필사적인 시도가 되어 갈 때,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이런 모습이 곧 미국의 다양한 인종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절박한 의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위 로튼토마토 평점에서 보시다시피 이 영화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무척 좋은 반면, 관객 평가는 형편없을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장르물의 쾌감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고 심지어 결말에 가서는 그 성격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일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현실 문제를 돌파하는 태도 덕분에 영화가 흔한 오락물 이상으로 의미있는 성과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숨은 넷플릭스 영화로 이 영화, <어제가 오면>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