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용아맥 후기 - 천국처럼 황홀하고 지옥처럼 처절한 사선 외줄타기
용아맥으로 <1917> 보고 왔습니다.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을 제치고 가장 작품상에 근접해있던 화제작이어서 그런지,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에 사람이 가득 들어차 있더라구요.
생각보다 많은 관객 때문에 지레 겁먹으면서 러닝타임 내내 마스크를 끼고 봤지만 이 영화가 주는 깊고 넓은 감정의 파동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어요.
그 압도적인 느낌과 떨림, 눈물과 환희의 순간까지. 이 것이 진짜 '영화'죠.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 될 것임이 분명하네요.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1917>의 이야기는 '두 명의 병사가 적진을 뚫고 명령을 전하러 가는 과정'이라고 단번에 요약이 가능할 정도예요.
분명 이야기 자체에 큰 울림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천국같이 황홀한 미장셴으로 지옥처럼 처절한 사선의 풍경을 너무나도 감동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미장셴이 용아맥의 거대한 화면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압도감'을 선사합니다. 온 몸이 떨릴 정도의 전율감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빛과 어둠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로저 디킨스의 촬영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가히 디킨스 촬영의 정점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요.
특히 야간 공습 장면의 마을 시퀀스, 그리고 마지막 돌격 장면은 최근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기 어려웠던 벅찬 순간이었네요.
그리고 여기에 감동을 더한 토마스 뉴먼의 OST는 올해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조커>보다는 이 영화에 음악상이 돌아가야 했다고 봐요. 15번이나 노미네이트되고도 물먹은 토마스 뉴먼 ㅜㅜㅜ 자신의 정점을 찍은 이번이 특히 더 아쉽겠어요.
이러한 훌륭한 기술적 서포트에 더하여, 배우의 연기 역시 수준급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지 맥케이가 연기한 스코필드의 행적을 따라가는지라 관객 역시도 맥케이의 연기에 따라 극에 이입하게 되는데요.
조지 맥케이는 자신의 배역이 극에서 맡은 것 만큼이나 막중했던 이 임무를 정말 훌륭하게 수행해내었네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지 못한 것이 순전히 캠페인의 부족과 상대적으로 낮은 네임밸류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기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영국의 유명 배우들이 극의 중요 배역으로 중간중간마다 등장하는데 얼굴 알아보는 재미도 있고 연기도 좋아서 재밌었습니다 :)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이 제가 작년에 가장 사랑했던 영화인 <기생충>에 돌아갔다는 사실에 하루 종일 기쁘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1917>을 보니, 설사 이 영화에 그 모든 영광이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갔을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올해 아카데미는 정말 놀라운 영화로 가득찬 역대급 라인업이었군요.
솔직히 용아맥으로 최소한 두 번은 더 보고 싶은 영화인데....용산 근처에 확진자가 생기고해서 이 계획은 아쉽게도 접어야겠네요 ㅜㅜ
그래도 한 번이라도 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또 다시 한번, 인생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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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으로는 기생충인데 감정으로는 자꾸 여운 짙은 1917한테 끌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