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일대기를 영화로...
백남준 선생은 우리나라에서는 위대한 에술가로 칭송받고 있지요.
그의 예술은 이른바 영상예술의 지평을 열기도 했지만, 그의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합니다.
일제시대 엄청난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전위음악을 공부하고, 독일로 떠나 과격한 전위예술을 펼치고, 미국으로 가서 비디오아트의 꽃을 피운 분이죠. 그가 그의 예술세계의 원천이 된 사상을 농담처럼 정의한 것이 바로 한국의 "비빔밥 정신" 였습니다.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것을 끌어다 이것저것 뒤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그런 그였기에 동서양의 상호 소통이 제한적이었던 7,80년대에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로 모든 문화권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뒤섞는 굿판을 벌이셨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이미 전자매체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화두를 예술로서 펼쳐보인 것이지요. 이처럼 하이브리드 예술의 극한까지 간 그분의 감성적 토대가 상당부분 그의 어린시절 한국에서 경험한 굿판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장르를 마구 뒤섞는다는 평을 듣는것도 어쩌면 백남준 선생이 말씀하신 비빔밥 정신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분임에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예술가로서의 그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있지는 않습니다. 전통적인 미술매체가 아닌 새로운 미디어 예술 장르를 개척한 분이라,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예술가"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명성있는 한국의 영화감독님들 중에 한 분이 백남준 선생의 일대기를 영화화한다면 어떨까요? 그의 삶이 워낙 다이나믹해서 드라마로써 할 이야기도 많을 뿐더러,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워낙 전위적이고 신선해서 그의 예술을 영화로 표현하기에 아주 좋을 것 같구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백남준이 미국국적인걸 모르고 한국국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