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리스트]: 국내홍보 방향이 과연 맞는 걸까...
(국내 포스터)
(해외 포스터)
국내에선 <더 테러리스트>란 제목으로 오는 2월 26일 개봉 예정인 영화... 이 영화는 터키, 카타르, 그리고 프랑스의 합작 영화이고, 원제는 <Abluka>, 즉 봉쇄, 폐쇄의 의미를 띄고 있고, 영어권에서 지어진 영제는 <Frenzy>, 즉 광분, 광란의 의미를 띄고 있습니다. <더 테러리스트>란 국내판 제목은 그나마 원제보단 영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으나, 영화를 시사회로 보고 온 상황에서 말씀드리자면 그 어떻게 봐도 영화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제목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억압의 광기가 만든 괴물이 탄생하다!”라는 국내판 포스터 카피도... “느와르 범죄 스릴러”라는 국내 홍보방향도... 무엇보다도 뭔 액션 영화처럼 보이는 국내 포스터 디자인도 전부... 이 영화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무언가를 예상하게 만듭니다.
<Abluka>는 궁극적으로 뒤틀린 가족... 더 자세히는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이 형제가 살고 있는 나라는 정부의 억압이 굉장히 심한 나라죠. 제가 터키의 정치경제적 상황엔 문외한인지라 이 영화가 터키의 현실을 어디까지 반영하고 있는진 모르겠으나 (터키 등 해외국가들에서의 이 영화의 원 개봉년도가 무려 5년 전인 2015년인 것도 이 영화에 대한 계산에 포함시켜야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 속 국가는 시민들이 집에서 애완견조차 기르지 못하게 막는 상당히 억압적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아예 전문 사냥꾼들을 고용해 길거리의 떠돌이 개들을 발견 즉시 사살하는데... 사실 이 나라의 정치경제적 배경을 전혀 모르고 보는 관객으로선 도대체 왜 이런 행위를 시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 이유에 대해선 깊이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그나마 논리적으로 해석을 해보자면... 떠돌이 개들을 없앰으로써 길거리를 더 깨끗하게 만들려는 이유가 아닐까 싶지만...그렇게라도 해석을 해보려 해도 여전히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떠돌이개들을 쏴죽이고 애완견조차 못 키우게 막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터키라는 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문화를 전혀 모른다면 온전히 이해하고 손쉽게 따라가기 쉽지 않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난해한 영화라고 못박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상당수의 플롯포인트에서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생기는 영화였습니다.
<Abluka>는 결국 혼란스러운 국가적 상황 속에서 벼랑 끝까지 몰린 개인들이 불안감에 시달려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 만들어지는 뒤틀리고 기우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시원시원하고 빵빵 터지는 테러 액션물이 보고 싶으신 분들껜 당연히 추천드리지 않고, 영화가 끝난 후 계속 곱씹을 수 있는 아트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과 촬영, 특히나 빛과 그림자의 활용이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터키인이 아닌 이방인인 제가 첫관람 때 100% 이해하고 따라가기엔 쉽지 않은 영화였습니다만, 촬영과 편집, 각본, 그리고 연출만 봐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배경을 아예 걷어내고 영화 속 주요 인물인 형과 동생의 스토리와 그들의 심리만 따라가는 게 영화를 더욱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봉쇄된 <Abluka> 속 세계에선 형제가 우애를 나누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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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가 박찬욱관이라서 이런 제목의 작품도 여기서 하나? 싶었는데...너무나도 상영관에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포스터와 제목 외에 다른 사전 정보 없이 맞닥뜨리면 꽤나 당황스러울 영화라고 봐요..
포스터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테러리스트라고 총에 눈을 빼앗기면 안되고, 저 쓰레기봉투(?)라던지 언발란스한 노란장화...에 집중해라!
이런 느낌이었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