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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1917 장문 평 - 1917은 분명 새로운 영화이다(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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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한복판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필견 포격이나 총탄이 언제 나에게 날아올지 모르는 고요의 순간일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상흔을 치유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리는 모름에서 오는 공포보다 앎에서 오는 공포에 훨씬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1917의 제작진들은 이런 인간의 공포의 속성을 기념비적인 기술력으로 극대화시킨다. 그 중심에는 단연 로저 디킨스의 촬영이 있다. 그가 시도한 '원 컨티뉴어스 숏'은 단순히 기술의 완성도를 자랑하기 위한 자기과시가 절대 아니다. 끝나지 않는 외줄을 타듯 이어지는 전쟁의 공포를 보여주려는 명백한 수단이다.

인물들이 황폐화 된 땅과 둔덕을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빠져나간다. 불타오르는 건물 너머로 나타나는 검은 실루엣이 물끄러미 주인공을 바라보다가 급작스럽게 총격을 시작한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중간의 공백을 편집으로 잘라내거나 아예 생략했을 장면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언덕 아래로 추락하는 듯 하던 독일군의 비행기가 다시 주인공들을 덮치는 것처럼 어느 순간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불쑥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에서의 행운과 불행이다. 현실은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기나긴 외줄타기의 연속이다. 전쟁은 그중에서도 가장 얇고 격렬하게 흔들리는 줄이다. 그 사실을 온전하게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롱테이크는 분명 최적의 선택이었다.

이 영화가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성취를 보여주었다는 것도 지나친 과소평가이다. 후반부 주인공이 휩쓸려간 강물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뒤 찬송가 'wayfairing stranger'을 듣는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한번에 요약하는 멋진 장면이다. '나는 고통으로 가득차있는 인생길을 지나서 주님이 있는 낙원으로 간다'는 가사는 그 자체로 스코필드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상징한다.

영화에서 새로움이라는건 더이상 이야기의 새로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상에 영화가 나온지 100년이 훌쩍 넘은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란건 없다. 기존에 나온 이야기들을 어떤 방식으로 재조립하느냐가 지금의 창조력의 핵심이다. 그런 부분에서 1917은 분명 새로운 영화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영화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기생충이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그 주인공이 1917이 되었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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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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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작사 2020.02.15. 19:25
영화의 기술적인 성취가 주제의식과 맞닿아서 좋았습니다 ㅎㅎ
댓글
수수스스 작성자 2020.02.15. 20:56
2작사
맞아요ㅋㅋ 주제에 착 달라붙도록 잘 구성되었더라구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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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메린이 2020.02.16. 12:46
진짜 저격수랑 붙을 때도 대체 어디서 공격하는지, 탑에 았던 저격수를 제대로 끝내긴 한 건지 보는 내내 긴장되더라고요

애초에 멘데스 감독 할이버지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인만큼 원테이크로 주인공 시점을 끝까지 따라가는 촬영은 단순히 기술적 과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의도가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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