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들은 아닌 젠틀맨
매튜 매커너헤이 캐스팅부터가 유머인 젠틀맨은 범인 맞추기가 중요하지 않은데도 퍼즐을 풀어야 할 책임이 감독에게 있는 영화입니다. 줄거리 진행 순서에서 재개봉한 인셉션처럼 2-1-3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자들은 늘 우연과 충돌이라는 지점에서 편집과 속도감을 선사하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해당사항은 없지만 인셉션이 훌륭한 아이디어에 감독 개인의 컴플렉스를 결부하여 완성한 볼 만한 영화였다면 머지 않은 개봉 시기 때문에 젠틀맨과 비교될 나이브스 아웃은 영화가 너무 깨끗하기에 잔재주에 치중했다는 느낌이 드는 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인 미디어가 사들인 미라맥스 제작영화 젠틀맨은 영화 속 휴 그란트가 맡은 인물에게서 감독 자신을 덧씌운 채로 영화의 화자가 등장하는 장면들과 영화의 화자로서 전달하는 이야기를 병치하여 진행하고 있네요.
연기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결코 떨어진다고 볼 수 없으나 텍사스 지역 억양을 벗어나지 못하여 배역에 늘 한정을 받는 매튜 매커너헤이의 존재를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캐스팅부터가 코메디의 일부입니다. 자신의 본래 영국 억양을 유지하는 다른 모든 주요 연기자들 사이에서 매커너헤이는 홀로 튀는 셈인데 가만히 놓아두어도 대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으니 감독의 노림수는 그럭저럭 들어맞습니다. 그러면 이야기의 매력을 얼마나 많은 관객이 느끼고 빠져드는가 문제가 남았는데 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위드와 부쉬 같은 단어를 듣자마자 알아채고 주된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가 상영관 안에서 형성되는가 아닌가는 그렇다면 대단히 중요한 지점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적막이 흐른 초반 분위기를 보자면 이 영화를 호소력 있게 받아들일 주요 소비층은 아무래도 영미권 젊은 남성 관객일 것이라는 답을 내놓아야 하겠네요.
나이가 들면서 젊은 시절 모습을 내려놓은 휴 그란트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가 아닐지라도 주류 영화에서 앞으로도 불러줄 만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주로 선정성만 드러나는 데 그친다는 한계는 있지만 미셸 도커리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는 연기자입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은 찰리 허넘입니다. 작년 초에 빠삐용 리메이크에서 라미 말렉과 함께 나왔을 때도 느꼈지만 이 사람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연기자인데 아직 자신이 활약할 만한 배역을 영화에서 맡지 못했다는 느낌이 크네요. 빠삐용 리메이크에서 찰리 허넘과 라미 말렉이 함께 자리하고 있으면 찰리 허넘만 눈에 보입니다. 오늘 영화에서도 방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날린 대사를 보며 제법인데 하신 분들 많았으리라 짐작합니다. 어디서 약을 하는 녀석이 감히 확, 팔을 잘라 버릴까 보다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튀지 않는 이 사람의 실력을 새삼 느낀 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도시 z에서도 호연을 해서 기억에 남아 있는데 머지 않아 훨씬 좋은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초반에는 어리둥절해서 주위를 살피는 분위기가 상영관 내에 있었는데 중후반부터 풀어지면서 적응한 관객들이 눈에 띄더군요. 좋은 리뷰 부탁한다는 배급사 직원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상영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있어야 재미가 배가 되는 그런 종류의 영화인데 홍보를 할 때 여기에 주안점을 두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c**t 같은 단어의 번역이 아주 못마땅하게 되어 있다는 점과 번역은 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저마다 깊은 한계를 두고 있으니 한계의 보편성에 따라 크게 기대하지 마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아, 가이 리치가 코폴라의 컨버세이션을 대단히 좋아하는 모양이더군요. 휴 그란트 입을 빌어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을 하던데 컨버세이션은 젠틀맨과는 영화의 스타일과 카메라 사용 방식에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리치 자신도 실은 저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하는 예단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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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감독의 스타일도 다른데다가 대화가 주 방식이라는 것과 시간이 왔다갔다하는 것만 빼면 공통점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