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별로 깊이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어제 기대하고 영화를 봤는데 너무 실망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후기를 잠깐 써볼게요
모든 면에서 [그때 그사람들]이 월등한것 같습니다.
각 캐릭터가 평면적이다보니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피상적인 수준에서 이뤄집니다.
이병헌 배우의 열연이 그나마 메꿔주고 있는 수준이죠. 이병현 배우의 연기는 정말 굉장합니다.
그렇지만 배우가 고뇌에 찬 인상 몇번 쓰고, 표독스러운 인물이 쓸쓸하게 몇번 노래 부른다고 캐릭터의 깊이가 더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이 영화는 마치 르포타주처럼 '당시 김재규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었고, 왜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치밀하게 따라가는 것처럼 전개됩니다.
그러면서 진보,보수에서 제시하는 이런썰 저런썰을 전부 섞에서 보여줘요. 때문에 아마 영화가 중립적이라고 느꼈던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제시하는 동기나 사건들이 너무 설득력이 없다고 할까요.
전반적으로 인물에 대한 해석과 공부가 부족한 각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10.26이 조선왕조실록에서나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300년전 사건이라면 이 정도의 해석이 용인이 될 수 있어요.
선조는 나쁘고, 이순신은 착하고, 원균은 나쁘다 수준의 해석이요.
하지만 10.26.은 당사자들이 지금까지도 살아있고, 너무나 많은 당사자들의 공식적, 비공식적 증언과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당시의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김재규의 의형제였으며, 10.26당시 궁정동에서 박정희, 차지철, 김재규와 함께 술을 마셨던 김계원의 증언을 읽어보신다면 김재규의 심리가 어떠했는지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료나 교차검증 할 수 있는 증언이 산더미 같은데 결과물이 이 정도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흠만 계속 눈에 밟히고 영화에 이입이 안됩니다.
10.26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10.26에 대해서 나름의 해석과 견해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
차라리 [그때 그 사람들]처럼 확고하게 감독이 주제의식을 가지고 뚝심있게 밀고 나갔으면 훨씬 나았을 겁니다.
여러모로 참 아쉽네요.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연기하는 기회는 흔치 않을 텐데요.
추천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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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느낌에 동의합니다. 그냥 볼만한 오락영화에 힘쓴 느낌이었습니다. 클라이막스로 가는 과정과 클라이막스가 뭔가 합이 안맞는 느낌도 들고... 사건을 알고있어서 그런가 등장인물에 감정이입도 안되고 별로 공감도 안되고...개인적으로 아쉬운 영화였네요.
전 김재규가 박통을 저격하게 된 배경에 영향을 줬을거라고 알려진 최목사 3자 대면 장면이 없어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남산의 부장들 보고나서 며칠 뒤에 그때 그 사람들 무삭제판 생각나서 다시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전반부는 남산의 부장들 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저격 이후는 전개는 좀 그랬구요.
하도 예전에 봐서 그냥 블랙코미디영화로만 기억했었는데 다시보니까 한석규 백윤식 배우님들 연기가 새삼 임팩트 있더군요.
카메오인 김윤아 노래도 ㅎㄷㄷ하구요.
픽션이라고 확실히 못박고 시작하는데 그래서인지 실명을 사용하더군요. 덕분에 소송도 있었겠죠.
임상수 감독님이 그때 그 사람들을 요즘 시각에 맞춰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두 영화가 적절하게 믹싱됐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꾸 그때그사람들 올려치기한다고 하시는데
저는 장르적인 접근이 달라서 비교할 생각은 없고
남산의부장들이 미장센이 세련되고 연출도 흠잡을데 없고 만듦새가 좋긴한데 이상하게 별로네요. 기대를 너무 많아 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