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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시브 공연 - 위대한 개츠비] 간략후기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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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무의 갑작스런(?) 은혜에 힘입어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왔습니다.

'에워싸는, 둘러싸는'이라는 뜻의 '이머시브(immersive)'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 참여형 공연을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시도된 적은 있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달랐습니다.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거의 없다시피한 파티장을 배경으로 공연 내내 개츠비의 파티장에 머물며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따라가면서 재구성하고, 때로는 일정 부분 참여하기도 하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20200122_191239.jpg

20200122_225510.jpg

 

프라이빗 파티장 입구를 연상케 하는 문을 열고 공연장 로비로 들어서면 소지품을 맡깁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고 이동이 잦은 데다 내부 온도가 꽤 높기 때문에 외투나 가방은 모두 맡기시는 게 좋습니다.)

캐스팅 보드에는 다른 연극에서도 본 적 있는 배우들도 있어 그들과 어울려 극을 즐길 생각에 설렜습니다.

 

 

20200123_0045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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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 입장 전 '개츠비 드럭 스토어'라고 적힌 대기 장소에서 기다립니다.

이 곳과 2층 파티장 내 바에서 진토닉, 보드카 같은 알콜 음료와 주스와 같은 무알콜 음료를 판매합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면 배우들이 들어와 관객들을 차례차례 파티 장소인 2층으로 안내합니다.

 

 

20200122_225617.jpg

 

클럽을 연상케 하는 파티장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공연은 이미 시작입니다.

관객은 1920년대 개츠비가 날마다 파티를 여는 '개츠비 맨션'으로 초대되어

수많은 인사들이 모여 먹고 마시며 노는 파티의 한복판에 놓여집니다.

머틀 윌슨, 조지 윌슨이 등장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관중에 섞여 있던 닉 캐러웨이가 등장해 원작에 충실한 형태로 내레이션하며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이제 이야기는 펼쳐졌고 관객은 주변 상황을 주시하면서 어떤 경로로 이야기를 좇을지 판단해야 합니다.

 

 

20200122_225631.jpg

 

파티 메인 홀을 중심으로 사방에 작은 방들로 향하는 문이 있습니다.

각 방의 수용 인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문이 열리는 순간 등장인물들을 따라 재빨리 들어가야 합니다.

때문에 메인 홀 앞 쪽에서 배우들과 친밀하게 호흡할지, 좀 뒤에서 보다가 방들이 열리면

재빨리 이동할지 관람 전략을 잘 세워서 관람하시면 더 좋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 속 이야기들이 1:1 가량의 쪼개진 구도로 각 방 안에서 전개됩니다. 

마치 바로 곁에서 꽁냥거림, 사랑싸움, 혹은 거친 말다툼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게 되죠.

관객은 부지런히 움직여 사건의 전반적인 흐름을 두루 살펴볼 수도 있고,

아예 한 인물에만 집중하며 그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이 이야기를 개츠비 위주로 따라간다면 사랑으로 인해 비상하고 추락하는 남자의 절절한 러브스토리가 될 것이고,

조지 윌슨 위주로 따라간다면 최상류층의 허황된 꿈을 뒷받침하는 하층민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20200122_225706.jpg

 

배우들은 이 파티장 안에서만큼은 단지 1920년대 뉴요커일 뿐입니다.

대화 내용에 따라 나 자신을 1920년대 미국 사람처럼 세팅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름부터)

그런 롤플레잉에 처음 뛰어들 때 오글거림의 장벽이 있겠습니다만, 배우들이 워낙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고 대화를 유도해서 관객 입장에서도 어느덧 참여하는 데 거리낌이 없게 됩니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파티가 어떻냐'는 식의 스몰토크를 건네기도 하는 한편,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대사를 건네며 당부를 하거나 뭔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개츠비가 데이지와 재회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티테이블 세팅에 관객이 참여하기도 하죠.

공개적인 연기에서는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의 다른 모습을 마치 나한테만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색다릅니다.

 

 

20200122_222200.jpg

 

이처럼 주변 상황을 주시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내가 극에 어떤 식으로 개입하고 참여하게 될지 생각하는 것 외에도 관객이 할 일은 많습니다.

배우들이 가르쳐주는 1920년대 뉴욕의 '찰스턴 댄스'를 따라 추면서 군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게임이 이루어지는 방으로 이동해서는 '진실 혹은 도전' 게임에 참여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관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해지는 공연입니다만, 동시에 배우들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많아 보입니다.

관객들에게 말을 걸며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물론 대열을 정리하고 동선을 안내하는 역할까지 하는데,

그 와중에도 연기는 여느 무대에서와 다를 바 없이 감정이 넘실대는 열연을 펼칩니다.

그렇게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무대 위가 아닌 바로 옆에서, 뒤에서, 앞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모습까지 실감하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20200122_225728.jpg

 

무대 위에 펼쳐지는 것만 편하게 수용하면 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적극적으로 움직일수록

만날 수 있는 연기와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 공연인 만큼 공연을 관람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한번쯤 볼 만한 공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막상 보다 보면 동선의 한계로 인해

놓치는 연기와 이야기가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기에 아이러니하게도 '한번만 보기에는 아쉬운 공연'이기도 했습니다.

 

익무 덕에 좋은 공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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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3

  • 모닝라떼
    모닝라떼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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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ach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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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jimmani 작성자
golgo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ㅎㅎ
09:36
20.01.23.
jimmani 작성자
모닝라떼
공연장 내에서는 커튼콜 때와 이후 애프터파티 30분간만 가능합니다.^^
10:15
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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